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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한 예산" 野 프레임, 與 움직였다…노인 일자리 예산 증액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야당의 “비정한 예산” 프레임이 여당을 움직였다.

국민의힘과 금융당국이 함께하는 민생금융점검 당정협의회가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렸다. 성일종 정책위의장이 발언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국민의힘과 금융당국이 함께하는 민생금융점검 당정협의회가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렸다. 성일종 정책위의장이 발언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10일부터 내년도 예산안 본심사를 시작하는 가운데 국민의힘이 8일 2조원 규모의 증액 사업을 발표한 배경에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초 국민의힘은 정부가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에 대해 “정부가 먼저 고통을 분담하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맨 예산”(지난 달 27일 주호영 원내대표)이라며 ‘선심성 복지’ 대신 수차례 ‘건전재정’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8일 국민의힘이 발표한 증액 사업 가운데선 연말정산 소득공제로 ‘가구당 100만원 지원’ 등 현금성 지원 예산이 다수 눈에 띄었다. 구체적으로 ▶연말정산 장바구니 소득공제를 통해 가구당 100만원 지원(총 7667억원 규모) ▶참전명예, 무공영예, 4ㆍ19혁명공로 수당 각각 정부안 대비 월 4만원씩 인상(총 712억원 규모) ▶북한이탈주민 정착지원금 1인 가구 기준 800→1000만원 상향(총 18억원 규모) ▶어린이집 교사겸직수당, 보육교사 담임수당, 연장보육교사 수당 인상(총 253억원 규모) 등이다.

특히 국민의힘은 노인 일자리 예산에 대해선 “어르신들이 원하신다면 유연성 있게 대처하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정부는 내년 공공형 노인일자리를 올해 대비 6만1000개 축소한 예산안을 제출했다. 성일종 정책위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정부안은)한 달에 27만원 받는 공공형 일자리를 줄이고 사회서비스형, 즉 간병이나 경비 등 평균 120만원 받을 수 있는 일자리 등을 늘렸다. 전체적으로 (오히려)2만9000개가 늘었다”며 “‘패륜 예산’이라는 건 터무니없는 정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어제(7일) 대한노인회에서 당 정책위를 방문해주셨는데, (공공형 일자리)6만1000개를 줄이지 말아달라고 하시면 이 부분을 조정하겠다고 약속 드렸다”고 강조했다.

여당의 기류가 변화한 건 최근 더불어민주당의 공세와 들썩이는 여론에 민감하게 반응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은 앞서 기자회견 등을 통해서 지역화폐, 노인일자리, 공공임대주택 관련 예산 삭감을 지적하며 내년도 예산안이 “비정한 예산”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민주당은 정부가 전년 대비 5.1% 삭감안을 제출한 경로당 냉ㆍ난방비와 양곡비 지원 예산 등을 들며 “윤석열 정부가 어르신들 삶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2일 박성준 대변인)고 콕 집었다.

정청래 민주당 최고위원(오른쪽)이 지난 달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 회의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현 정부의 서민복지 예산 삭감에 대한 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은 박찬대 최고위원. 장진영 기자

정청래 민주당 최고위원(오른쪽)이 지난 달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 회의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현 정부의 서민복지 예산 삭감에 대한 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은 박찬대 최고위원. 장진영 기자

이에 국민의힘은 4일 ‘2023년 예산안 관련 민주당의 국민선동 사례’ 자료집을 만들어 당 소속 예결위원들에게 배포하며 적극 반박을 주문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도 “민주당이 사실과 다른 주장으로 프레임 씌우기를 시도하고 있다”며 예산안 방어에 나섰다. 그러나 여권 내부에서도 “이러다 노인 표심을 다 잃는다”는 비판이 나오면서 기류가 바뀌었다.

지역구 초선 의원은 “불용 예산을 깎는다고 하지만 경로당 냉ㆍ난방비 같은 예산은 액수도 크지 않은데 정무적으로 그냥 두는 것이 나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예결위 소속 의원도 “민주당이 프레임을 그렇게 가져가니까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었다. 다른 걸 감액해서라도 노인일자리나 경로당 냉ㆍ난방비 예산을 좀 챙기자는 논의가 예결위 내부에서도 있었다”고 전했다. 다른 예결위 소속 의원도 “민주당의 왜곡 홍보가 결국 먹힌 꼴”이라고 토로했다.

정부도 여당의 기류에 발을 맞추는 모습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7일 국회 예결위 종합정책질의에서 공공형 일자리 확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이 이날 “고령 어르신은 민간 취업이 힘들기 때문에 (공공형 일자리 축소로)소득 감소가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많다”고 지적하자, 추 부총리는 “현장에서 연로하신 분들이 단순 일자리를 기다리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그 목소리를 잘 경청하고 있기 때문에 공공형 일자리를 늘리는 부분을 국회와 상의해 전향적으로 검토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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