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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간 용산구의회 ‘핼러윈 안전’ 질의는 1건…구청 ”자발적 축제”

중앙일보

입력

지난 2일 오후 서울 용산구청 안전재난과에서 경찰청 특수수사본부 수사관들이 압수수색을 하고 있다. 뉴스1

지난 2일 오후 서울 용산구청 안전재난과에서 경찰청 특수수사본부 수사관들이 압수수색을 하고 있다. 뉴스1

 최근 10년간 서울 용산구의회에서 핼러윈 축제 관련 안전 질의가 단 한 차례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2012~2022년 용산구의회 회의록에 따르면 핼러윈 축제 기간 안전 문제는 2019년 2월 13일 구의회 복지도시위원회 회의에서 유일하게 언급된다. 구청 문화환경국이 그해 주요업무계획을 보고하는 자리에서 당시 설혜영 구의원(정의당)은 “(핼러윈은) 이태원 축제보다 더 많은 분이 찾아오는 대표적인 행사가 됐다”면서도 “좋지 않은 뉴스들이 좀 있다. 이태원이 굉장히 무법지대다, 여러 가지로 혼잡하다는 이런 것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설 구의원은 “핼러윈 축제에 대한 대책, 여기에 대해 전면적으로 구가 다 할 수는 없지만, 좀 더 이태원을 관광도시로 만들기 위해 핼러윈 축제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며 용산구청 문화체육과장을 향해 “(경찰 등) 기관들을 한 번 방문해서 이런 현황들을 점검해 보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용산구청은 “자발적 축제” 되풀이

 당시 구청 측 답변은 “검토를 해보도록 하겠다”는 수준에 그쳤다. 구청 문화체육과장은 “핼러윈 축제는 우리 ‘이태원 지구촌 축제’처럼 우리 구에서 예산을 지원하거나, 아니면 이태원관광특구가 직접 운영을 한다든가 이런 사항은 아니다”라며 “자발적으로 이뤄진 축제”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31일 언론 인터뷰에서 “(핼러윈 축제는) 명확한 주최가 없다”며 “축제가 아니라 현상”이라고 한 박희영 용산구청장과 유사한 인식을 구청 공무원들도 공유하고 있었다.

 2012년부터 2022년 사이 ‘핼러윈’ 또는 ‘할로윈’이 등장하는 용산구의회 회의록은 16건이다. 이들 회의록엔 이 같은 구청 공무원의 답변이 여러 차례 확인됐다. “우리 구에서 주관하는 축제가 아니다”(2014년 11월 24일, 복지건설위 회의), “자율적으로 만들어진 축제”(2019년 11월 21일, 행전건설위 회의) 등이다. 그러는 동안 구의회에선 핼러윈 축제를 통한 구청 홍보 방안이나 쓰레기 배출 문제 등이 논의됐다.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 관계자들이 지난 8일 서울 용산구청에서 이태원 참사 관련 압수수색을 마친 뒤 압수품을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 관계자들이 지난 8일 서울 용산구청에서 이태원 참사 관련 압수수색을 마친 뒤 압수품을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구청은2020~2021년 경찰·소방 등과 수립한 핼러윈 합동 대책에 대한 사후 평가도 하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24일 구의회 행정건설위원회 회의에선 “내년에도 코로나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라거나 “무리 없이 진행하기 위해선 (합동 대책) 평가도 잘하는 것이 필요하겠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당시 구청 측은 “평가 결과 자체를 두고 내부적으로 보고서 등을 만들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참사 나흘 전인 지난달 25일엔 구의회 본회의가 개회해 3일간 회의가 이어졌지만, 핼러윈은 한 차례도 언급되지 않았다.

 재난안전법상 지방자치단체는 재난관리책임기관으로, 재난을 예방할 책임을 지닌다. 경찰은 용산구청이 사전에 적절한 예방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보고 박 구청장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했다. 경찰청 특별수사본부는 지난 2일에 이어 8일에도 용산구청장실과 부구청장실 등을 압수수색하며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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