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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제가 우선" "산 사람부터 병원 보내자" 급박했던 상황실 카톡 보니…

중앙일보

입력

“남은 30여명 순천향병원으로 이송하기로 했다는데 수용이 가능한 건가요?”(소방청 중앙구급상황관리센터)
“이러지 마세요. 응급환자 포함 살아있는 환자 40여명 먼저 이송합니다.” (중앙응급의료상황팀)

지난달 29일 이태원 참사 당시 오전 1시 40분경 보건복지부와 소방 관계자, 중앙응급의료지원센터, 재난의료지원팀(DMAT) 등이 참여한 카카오톡 모바일 상황실에서 관계자들이 나눈 대화의 일부다. 5분 가량 지난 뒤 서울 구급상황관리센터가 다시 “사망 지연 환자 이송병원 선정을 요청한다”라고 하자 중앙응급의료상황팀은 “저희가 안 할 것”이라며 “산 사람부터 병원 보냅시다. 제발”이라고 호소한다. 비슷한 시각 서울 재난인력은 이전 민방위복인 노란색 점퍼를 입은 조규홍 복지부 장관 사진을 카톡방에 올려 장관이 현장 상황을 브리핑받고 있다고 알린다.

모바일 상황실 대화 내용. 사진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

모바일 상황실 대화 내용. 사진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은 9일 이 같은 참사 당시 모바일 상황실 대화 내용을 공개하며 “구조 현장의 컨트롤타워 부재로 혼란이 거듭됐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현영 의원은 조규홍 장관이 급박한 상황에서 노란색 민방위복을 녹색 민방위복으로 바꿔 입었다고 하면서 “환자 이송이 긴급-응급-비응급-사망 환자 순으로 이송 우선순위를 지키고 있는 것인지 이송 현황부터 파악하고, 본인의 권한을 사용해 살릴 수 있는 사람부터 이송하도록 현장을 지시했어야 했지만, 그러한 역할을 다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30일 사고가 발생한 서울 용산구 이태원 사고현장에서 소방구급 대원들이 현장을 수습하고 있는 모습. 뉴스1

30일 사고가 발생한 서울 용산구 이태원 사고현장에서 소방구급 대원들이 현장을 수습하고 있는 모습. 뉴스1

119 최초 신고로부터 1시간 정도 지난 오후 11시 이후로는 현장 통제가 잘 이뤄지지 않아 관계자들이 애를 먹은 내용도 담겨 있다. 오후 11시 5분 서울 구급상황관리센터가 “건물 후면 30명 이상 심폐소생술 중이라고 함” “해밀턴 호텔 후면 쪽에 다수 사상자 발생”이라고 알렸다. 소방청 중앙구급상황관리센터 역시 “경찰에 큰 도로 쪽 응급의료소 공간 확보 요청해야 할 것 같다”, “통제가 우선이다”라며 현장 통제를 요청한다. 20분 뒤까지 이런 통제 요청이 이어졌다. 오후 11시 25분 소방청 중앙구급상황관리센터는 “경찰에게 큰 도로 쪽으로 나가는 골목에서 사람들을 내보내도록 통제 요청”, “통제가 전혀 안 된다”고 했고, 중앙응급의료상황팀도 “의료진 조끼를 입은 우리 지원센터 인력을 경찰이 자꾸 통제해서 현장에 진입이 안 된다고 한다”,“이런 식이면 DMAT 출동을 못 시킨다”고 호소했다. 사고 발생 1시간 30분이 지난 오후 11시 45분에는 “신속대응반 지원센터 모두 현장진입 못 했다”라는 중앙응급의료상황팀의 카톡이 뜬다.

모바일 상황실 대화 내용. 사진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

모바일 상황실 대화 내용. 사진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

신현영 의원은 “서울 한복판에서 사상자가 다수 발생해 모든 의료 자원이 빠르게 투입되어야 하는 급박한 상황임에도 의료진조차 진입을 못 하는 등 현장 혼란이 거듭됐다”고 주장하면서 “10.29 참사는 권한과 책임을 가진 자들이 그 권한과 책임을 다하지 않은 인재이자, 사회적 참사”라고 했다.

신 의원은 “현장을 지휘해야 할 책임이 있는 정부 내각이 그 권한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내는데, 제대로 사용한 것인지 국민은 묻고 있다”면서 “모바일 상황실의 제도적 근거가 미비한 점을 점검하고, 응급의료 원칙에 맞는 초동 대처와 현장 지휘가 될 수 있도록 정보공유 및 협조가 신속히 이루어질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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