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치는 개나 줘버려’ 美 초당적 협력 잔혹사

  • 카드 발행 일시2022.11.10

여야가 허구한 날 싸우기만 하는 한국. 정당 간 협치란 사전에만 존재하는 말인가. 미국엔 협치와 비슷한 표현으로 초당적(bipartisan)이라는 말이 있다. 공화당과 민주당이 당파성을 초월해 손잡는다는 의미다.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성립한 인프라법,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은 초당적 협력의 성과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의회로 불러 의사당 난입 사건에 대해 따져 묻자는 것도 초당적 결정이다.

그렇다고 한국 정치인들과 달리 미국 정치인들이 매일같이 협력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협치나 초당적 협력, 모두 좋은 말이지만 실천은 어렵다. 늘 있는 일이 아니다. 막연히 알려진 것과 달리 미국 정치에서 협치의 전통은 그리 강하지 않다. 미국 정치사의 위대한 업적들은 오히려 당파성에 의해 나왔다.

19세기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에이브러햄 링컨의 공화당이 민주당과 초당적 협력을 통해 노예제를 폐지했나. 반대하는 민주당의 남부 주들과 전쟁을 벌여 없앴다. 만일 양당이 총을 내려놓고 말로 협치를 시도했다고 상상해 보자. 전쟁을 늦추거나 피할 순 있었겠지만, 노예 해방은 미뤄졌을 것이다.

남북전쟁이 끝난 뒤에도 공화당의 독주는 이어졌다. 노예제 폐지를 명문화한 헌법 수정조항 제13조, 흑인들에게 시민권을 부여한 제14조, 흑인의 참정권을 인정한 제15조는 모두 공화당이 주도해 만들었다. 의회에서 민주당은 협조는커녕 거세게 저항했다. 공화당이 독주해 이를 돌파했다. 아무도 이를 독재라 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