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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지 않은 트럼프식 음모론…"조작 의심" 사전투표함 순찰도

중앙일보

입력

2022년 미국 중간선거가 8일(현지시간) 대체로 순조롭게 진행됐지만 일부 미국인들, 특히 공화당 지지자들 사이에선 선거 조작에 대한 의심이 커지고 있다. 이들은 무장한 채로 사전투표함을 순찰하고 다른 유권자를 감시하는 등 불법적인 행동을 감행할 정도로 선거에 대한 불신이 깊은 것으로 드러났다.

우익단체 소속인 두 사람이 총과 방탄복으로 무장하고 미 애리조나주 메사의 우편 투표함을 감시하는 장면이 인근 감시카메라에 포착됐다. 사진 메사 선거 사무소 트위터 캡처

우익단체 소속인 두 사람이 총과 방탄복으로 무장하고 미 애리조나주 메사의 우편 투표함을 감시하는 장면이 인근 감시카메라에 포착됐다. 사진 메사 선거 사무소 트위터 캡처

이날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공화당 성향 우익단체인 ‘깨끗한 선거 USA’(Clean Elections USA)의 활동가들은 지난달 말 미 서부 애리조나주(州) 메사에서 실시된 사전투표에서 총과 방탄복으로 무장한 채 우편 투표함 주변을 지켰다. 이들은 우편 투표에 참여하러 온 유권자들의 얼굴을 카메라로 찍고, 차 번호판을 기록했다.

한 유권자는 "단지 투표하려고 갔을 뿐인데 인생에서 이보다 더 겁먹은 적이 없었다"면서 "그들이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나와 내 가족이 살해당할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이 활동가들은 애리조나주 선거 관리 관계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당신의 개인 주소를 찾아내겠다"고 협박하기도 했다.

이 같은 공화당 지지자들의 유난스러운 ‘선거 감시’는 지난 2020년 대선에서 당시 공화당 후보였던 도널드 트럼트 전 대통령이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한 데서 비롯됐다고 NYT는 짚었다. 미국 시사 주간지 뉴스위크가 지난달 30일 유권자 1500명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에서도 지난 대선이 부정선거라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거짓말을 믿는 비율(40%)이 안 믿는다는 비율(36%)보다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NYT는 "개표 과정의 진실성을 의심하는 공화당의 후보자나 지지자들이 있어서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면서 펜실베이니아주, 위스콘신주 등 주요 경합지에서 시끄러울 수 있다고 예상했다.

미국 유권자들이 8일 애리조나주 피닉스 중심부의 한 투표소에서 투표를 기다리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유권자들이 8일 애리조나주 피닉스 중심부의 한 투표소에서 투표를 기다리고 있다. AP=연합뉴스

8일 일부 지역에서 기계 오작동 등으로 투표가 차질을 빚자 공화당 관계자들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불을 더 지폈다. CNN에 따르면 뉴저지주 머서 카운티에서는 전체적으로 투표 기계가 고장이 나면서 투표용지를 인쇄하고 스캔하는 데 문제가 발생했다. 이에 따라 유권자들은 기계를 사용하지 않고 수작업으로 한 표를 행사했다. 텍사스주의 벨카운티에서도 기술적인 문제로 차질이 발생해 투표를 1시간 연장했다. 애리조나주의 매리코파 카운티에서도 전체의 20% 정도 투표 기계가 오작동하고 있다고 당국은 밝혔다.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SNS)에 이 같은 문제를 언급하며 "대다수 공화당원이 오늘 현장 투표하기를 기다렸는데, 또 시작인가"라며 "사람들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루이지애나주에서는 폭탄 공격 위협으로 투표소를 옮기는 일도 벌어졌다. 폭스뉴스에 따르면 뉴올리언스 외곽의 캐너디스커버리 학교가 위협을 받으면서 인근 초등학교로 투표소를 변경했다. 위스콘신주 웨스트밴드시에서는 30대 남성이 투표소 직원들을 흉기로 위협하며 "투표를 중단하라"고 요구하다가 경찰에 체포됐다.

조지아주 존스크리크에서는 투표소 직원으로 일하던 모자(母子)가 지난해 1월 6일 연방의사당 난입에 가담했던 사실이 투표 시작 직후 SNS를 통해 드러나 당국이 이들의 업무를 중단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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