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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회관 남해여행 3명 사망…"비탈길 갑자기 가속" 블랙박스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네이버 지도로 본 남해 용문교 인근 차량 사고 현장 모습. 아래쪽 사고지점이라 적힌 곳이 주차장이다. 위성욱 기자

네이버 지도로 본 남해 용문교 인근 차량 사고 현장 모습. 아래쪽 사고지점이라 적힌 곳이 주차장이다. 위성욱 기자

지난 8일 경남 남해 용문사 아래 용문교 인근에서 발생한 차량 추락 사고는 전북 군산의 한 노인회관에서 알게 된 70~80대 일행 5명이 함께 여행을 왔다 사고가 난 것으로 드러났다.

9일 남해경찰서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4분쯤 경남 남해군 이동면 용문사 아래 용문교 인근에서 승용차 1대가 비탈길을 내려온 뒤 주차장 높이 2m 철제펜스를 뚫고 나갔다. 이 차는 20여m를 날아간 뒤 6m 아래로 추락했다. 사고 차는 추락 과정에 2~3차례 나무 등과 충돌한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이들이 안전벨트를 매고 있었는지 아닌지는 사고 차 손상이 심해 확인을 할 수 없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이 사고 차 블랙박스를 분석한 결과 이 차는 높이 618m의 호구산 6부 능선에 있는 용문사를 지나 주차장 쪽으로 내려오는 과정에 용문교가 있는 우측으로 방향을 틀지 않고 평지로 된 주차장 쪽으로 5m 정도 더 직진해 가장자리를 둘러싸고 있는 펜스를 뚫고 나간 것으로 추정된다. 이 주차장은 예전에 주차장으로 사용했으나 더 아래쪽에 대형 주차장이 생기면서 평소 이용자가 많지는 않다.

이들은 용문사 쪽으로 올라갈 때는 차 안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으나 비탈길로 내려오는 과정에서는 대화가 거의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블랙박스 영상을 보면 사고 차가 비탈길을 거의 다 내려오는 지점, 주차장이 전방 30~40m 정도 앞에 살짝 보이는 지점에서 영상이 끝나고 사고 순간에는 충격 때문인지 영상 기록이 없다”며 “주차장 쪽으로 거의 다 내려온 시점에 속도가 갑자기 빨라지는 것처럼 느껴지는데 그 뒤 영상이 없어 정확한 속도 등도 확인이 힘들다”고 말했다.

 남해군 이동면 비탈길에서 굴러떨어진 승용차. 사진 경남소방본부

남해군 이동면 비탈길에서 굴러떨어진 승용차. 사진 경남소방본부

경찰과 소방 당국은 사고 직후 현장에 구급차를 포함한 차량 9대와 인력 24명을 투입, 이들 5명을 남해와 진주의 병원으로 옮겼다. 하지만 사고 차에 타고 있던 70~80대 남성 2명과 여성 3명 중 운전자 등 남성 2명과 여성 1명이 사망하고, 2명은 크게 다쳤다.

경찰 관계자는 “비탈길을 내려온 뒤 용문교가 있는 우측으로 방향을 틀기 위해서는 속도를 더 줄여야 하는데 블랙박스 영상을 보면 비탈길을 다 내려온 시점에 갑자기 가속한 것처럼 보이고 도로에서 급정지 시 발생하는 스키드 마크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차체 결함 때문인지 아니면 운전 부주의 때문인지 원인을 조사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원에 감식을 의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호구산 6부 능선에 있는 용문사는 보리암·화방사와 함께 남해에서 관광객이 많이 찾는 사찰 중 하나다. 소나무와 벚나무·단풍나무가 울창해 가을철 단풍 관광객이 많이 찾는다. 용문사로 오르는 길은 경사가 20~30도로 급한 곳이 있고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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