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추경호 “과감한 규제혁파로 민간활력, 물가 7월 정점”[2022 중앙포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윤석열 정부의 경제정책 최우선 과제로 “과감한 규제 혁파, 세 부담 경감”을 꼽았다. 과거 정부 주도 정책의 영향으로 민간의 성장과 일자리 창출력이 약화하면서 한국 경제가 위기 상황에 부딪혔다는 인식이다. 고물가는 지난 7월이 정점이었다는 정부 판단을 공식화했다.

추 부총리는 9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한국 경제의 위기극복과 도약–새 정부와의 대화’를 주제로 열린 ‘2022 중앙포럼’에서 기조연설자로 나서 이처럼 말했다. 추 부총리는 “최근 국내외 경제는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매우 엄중한 복합 경제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다”며 “앞으로 상당 기간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경제의 불확실성도 지속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내년 상반기까지가 가장 어려운 시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9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한국경제의 위기극복과 도약 - 새 정부와의 대화'를 주제한 2022 중앙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9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한국경제의 위기극복과 도약 - 새 정부와의 대화'를 주제한 2022 중앙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정부의 향후 경제정책 방향에 대해 이날 추 부총리는 “경제의 생산성을 높이는 근본적 체질 개선 노력을 해나가겠다”며 민간의 역동성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수년간 정부・재정 주도의 경제 운용과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지 않는 과도한 규제 등으로 민간 활력이 크게 저하됐다”며 “경제 체질 개선이 지연되며 노동 생산성은 주요 선진국의 3분의 2 수준에 불과한 가운데 급격한 인구 감소도 본격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그간 기업과 현장의 목소리를 토대로 110개의 경제규제 혁신 과제를 발굴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며 “앞으로도 민간과 협력해 기업의 창의와 혁신을 옥죄는 규제를 과감하게 철폐하겠다”고 했다. 또 “법인세 인하, 가업 승계 관련 세제 개편 등 기업 과세체계를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게 정비해 경기가 어려울 때 기업이 투자 확대와 일자리 창출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도록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최근의 인플레이션 상황을 정부의 최우선 해결 과제로 꼽았다. 추 부총리는 “물가 상승률은 수차례에 걸친 민생·물가 안정 대책과 국제유가 하락 등에 힘입어 7월 6.3%(전년 동월 대비)를 정점으로 3개월째 5%대 후반대를 기록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큰 돌발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물가 오름세는 점차 둔화하겠지만, 하락 속도가 매우 완만해 내년 초까지는 5%대 물가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7월이 고물가의 정점이었다는 정부의 진단을 추 부총리가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달까지 정부는 고물가 상황이 10월 이후 둔화할 것이란 ‘10월 정점론’을 공식 입장으로 지켜왔다. 추 부총리는 이어 “물가 상승률 둔화가 매우 완만해서 내년 초까지는 5%대를 기록할 것이고, 초반이 조금 지나면 4%대, 연말 즈음에는 3%대 안팎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밝혔다.

〈2022 중앙포럼〉이 ‘한국경제의 위기극복과 도약 - 새 정부와의 대화’라는 대주제로 9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렸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김현동 기자

〈2022 중앙포럼〉이 ‘한국경제의 위기극복과 도약 - 새 정부와의 대화’라는 대주제로 9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렸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김현동 기자

성장률·고용 등 실물경제 상황에 대해 추 부총리는 “아직 양호한 모습”이라고 평가하면서도 경기 둔화로 향후 지표에 어려움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짚었다. 그는 “올해 성장률은 3분기까지 3% 수준을 기록하는 등 주요국 대비 양호한 상황”이라며 “내년에는 올해(정부 2.6% 전망)보다 둔화할 전망”이라고 했다. 이날 통계청이 발표한 10월 고용 동향을 보면 취업자가 지난해 같은 달보다 67만7000명 증가하는 등 가장 최근의 경기 상황은 아직 반영되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내년 상반기까지 수출과 투자 중심으로 어려움이 가장 클 것”이라며 “10월 수출이 24개월 만에 감소 전환한 가운데 세계 경기 둔화, 반도체 업황 위축과 중국의 봉쇄 정책 등으로 당분간 수출 증가세 반전이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예측했다. 동시에 정부의 에너지 효율화 정책을 강도 높게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경제 상황에 대해 추 부총리는 “외환·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크게 높아졌다”면서 “일각에서 과거와 같은 외환·금융위기 재발 우려도 제기되고 있지만, 국제기구·신용평가사·국내외 전문가 등은 갑작스러운 위기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평가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레고랜드 사태 등 단기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잔존하고 있으며, 미국 금리 인상 속도 등에 따른 시장 변동성도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범정부 비상대응체계를 통해 시장 상황을 24시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준비해 온 컨틴전시 플랜(비상 계획)에 따라 필요하면 적기에 대응조치를 시행하겠다”고 했다.

정부의 재정 건전화 기조도 재확인했다. 그는 “내년 예산의 총지출 규모를 추경 포함 기준 13년 만에  전년 대비 6% 감액 편성했고, 재정준칙 법제화를 추진하는 한편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재정비전 2050’도 수립 중”이라고 밝혔다. 특히 재정준칙과 관련해 “어느 정권이 되든 간에 이를 법으로 묶어서 스스로 귀속하자는 취지”라며 국회의 협조를 촉구했다.

9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2 중앙포럼’ 참석자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손경식 한국경영자총연합회 회장, 추경호 부총리, 정진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이관섭 대통령 국정기획수석,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전민규 기자

9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2 중앙포럼’ 참석자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손경식 한국경영자총연합회 회장, 추경호 부총리, 정진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이관섭 대통령 국정기획수석,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전민규 기자

그러면서 “건전재정 기조 아래서도 취약계층 지원을 위한 핵심 복지지출은 대폭 확대 편성했고, 근로장려세제(EITC) 확대와 소득세 하위 구간 과세표준 조정 등을 통한 서민·중산층의 세 부담 완화 패키지를 국회에 제출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추 부총리는 “미래 세대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연금제도 개혁이 시급한 과제”라며 “국회의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에 정부가 적극 참여해서 이번에는 반드시 연금개혁을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추 부총리는 “기초생활보장제도 확대, 기초연금 인상 등을 통해 사회안전망도 촘촘히 구축하겠다”고 언급했다. 또 “탄소중립 이행, 기후위기 대응을 기회로 삼아 기존 국가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차질 없이 이행하되, 무리하게 추진했던 탈원전 정상화와 원전 활용도 제고 등 실정에 맞는 에너지 믹스를 수립하겠다”고 했다.

부동산 규제와 관련해선 “지난 수년간의 부동산 가격 급등을 고려하면 주택 가격의 일정 부분 하향 조정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급격한 시장 냉각 가능성에 유의하며 곧 규제지역 추가 해제, 대출규제 완화 조기 시행 등의 정책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