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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서장 입건에…노조 규탄 "초저녁부터 현장 지킨 분인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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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에서 대규모 압사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다음날인 30일 새벽 최성범 용산소방서 서장이 취재진 앞에서 현장브리핑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지난달 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에서 대규모 압사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다음날인 30일 새벽 최성범 용산소방서 서장이 취재진 앞에서 현장브리핑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이태원 참사를 수사 중인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이 최성범 용산소방서장을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입건한 것과 관련해 소방노조 관계자가 “어디까지 해야 하는 게 우리의 임무인지 (모르겠다)”며 규탄했다.

김주형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장은 9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최 서장 입건 조치가 부당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솔직히 제가 그 자리에 있어도 그분보다 더 잘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최 서장이) 근무가 아닌 날 현장에 와서 직원들을 격려했고, 사고가 발생한 그 시간도 초저녁부터 현장에 계셨다”며 “(사건 발생 당시) 현장 대원들보다 먼저 뛰어가셨고 ‘이 사람 정말 대단한 사람이다’ (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하는 게 쉽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과연 내가 저 자리에서도 저렇게 했을까”라며 “그런데 이걸 입건을 했다. 그러면 도대체 어디까지 해야 하는 게 우리의 임무인지 정말 (모르겠다)”라고 덧붙였다.

관할소방서 모든 인력이 출동하는 1단계 발령 후 2단계 조치까지 ‘30분의 공백’을 부적절한 초동 대응으로 판단한 것에 대해선 “2단계 발령을 하는 건 서장이 꼭 해야 하는 게 아니고 상황실에 계신 분도 할 수 있고 서울소방재난본부에서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본부장은 “1단계 대응 단계가 발령됐고 2단계 발령이 나기 전까지 지휘관이 현장에 대한 부분을 확인해야 하는데, 단순히 골목 앞쪽에서 봤을 때는 큰 사고가 아닐 수도 있다는 판단을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자기가 뒤쪽으로 돌아가서 현장을 확인하려고 했다더라”라며 “그런데 이때 인파가 많다 보니시간이 많이 지체됐다. 뒤쪽으로 가는데도 그 정도 시간이 소요돼 버렸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제가 알기로는 서울소방재난본부에서 2단계 발령을 했고 진행됐는데 국가수사본부에서는 ‘왜 서장이 2단계 발령을 안 했냐’는 의문을 계속 갖고 있는가 보더라. 그 판단은 꼭 서장이 해야 하는 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사고 현장에 먼저 도착한 구급차가 용산소방서 소속이 아니라 종로소방서 소속이었다는 지적에 대해선 “정말 현장을 모르시는 분들”이라고 했다.

김 본부장은 “그날 이태원에 용산구급차가 현장에 대기하고 있었는데 이태원 인근에서 환자가 발생해서 출동을 했다. 이후 병원에 갔다가 이송을 하는 단계였다”며 “인력과 장비가 많아서 이태원에 대비해 계속 그 자리에 머물면 좋겠지만 저희는 출동도 해야 하는 부서지 않느냐. 출동했던 걸 가지고 뭐라고 할 수는 없다.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현장에 투입됐던 소방대원들에 대한 심리치료 등 후속 조치가 있었냐는 물음에 김 본부장은 “대원들에 대한 심리치료를 요구했고 기관에서도 이걸 받아들여서 문제가 있다고 하는 분들은 언제든지 상담을 할 수 있게 진행을 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권역별로 하면 좋겠지만, 저희는 아직 (치료센터 등이) 없다”며 “권역별로 트라우마 센터가 설립돼서 직원들이 언제든지 힘들다고 호소할 수 있는 장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끝으로 김 본부장은 “소방관들은 생명을 구한다는 자부심으로 살고 있다. 그래서 (이번 사고로) 많은 분이 사망해서 너무 힘들어하고 있다. 주위에 계신 분들이 있으면 힘내라고 격려도 해주셨으면 좋겠다”며 “너무 힘들게 일을 하고 있기에 (소방관들을) 많이 뽑기는 했지만 인력을 더 충원해서 현장 대응을 향상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30일 새벽 최성범 용산소방서장이 취재진 앞에서 현장브리핑하고 있다. 당시 마이크를 쥔 최 서장의 왼손은 덜덜 떨렸다.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30일 새벽 최성범 용산소방서장이 취재진 앞에서 현장브리핑하고 있다. 당시 마이크를 쥔 최 서장의 왼손은 덜덜 떨렸다.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앞서 특수본은 지난 7일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과 박희영 용산구청장, 용산경찰서 정보과장·정보계장, 류미진 전 서울경찰청 인사교육과장, 최 소방서장 등 6명을 피의자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이 전 서장과 류 전 과장에게는 업무상 과실치사상과 직무유기 혐의가 적용됐다. 용산경찰서 정보과장·정보계장은 직권남용, 증거인멸,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를 받는다. 박 구청장과 최 서장은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됐다.

특수본은 최 서장이 현장에 출동하는 과정에서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한 정황을 포착했다고 설명했다.

입건 대상에 최 서장이 포함되자 일부 네티즌들은 이태원 참사 직후 최 서장의 브리핑 장면을 언급하며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난달 29일부터 밤새 현장을 지휘한 최 서장은 언론 브리핑 중 손이 떨리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당시 최 서장의 목소리는 침착했지만, 마이크를 쥔 왼손은 덜덜 떨고 있었다. 이후 해당 영상이 온라인상에 퍼지며 네티즌들은 “베테랑도 떨릴 정도로 두려운 현장에서 최선을 다하셨다”, “얼마나 참담한 마음이었을지 상상할 수 없다”며 최 서장을 응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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