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암에 떠난 주연 보스만…원조 사라진 '블랙팬서' 속편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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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에는 원조 블랙 팬서 배우 채드윅 보스만을 잇는 새로운 배우가 차세대 블랙 팬서로 등장한다.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영화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에는 원조 블랙 팬서 배우 채드윅 보스만을 잇는 새로운 배우가 차세대 블랙 팬서로 등장한다.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아프리카에 더해 마야문명까지 소환했다. 마블 최초 흑인 히어로 주인공 영화 ‘블랙 팬서’(2018)가 4년만에 여성의 힘, 문화·인종적 다양성에 더욱 무게를 실은 2편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로 돌아왔다. 9일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개봉한다.
라이언 쿠글러 감독이 전편에 이어 연출을 맡았다. 새로움보단 비(非)백인 히어로로서 블랙 팬서의 ‘의미’ 찾기에 더 방점이 실린 속편이다.
마블 히어로 영화 세계관(MCU) 사상 처음으로 주연 배우 채드윅 보스만(1976~2020)이 대장암으로 사망하자, 감독은 원치 않게 세대 교체의 숙제를 안게 됐다. 지난 3일 미국 매체 롤링스톤에 따르면 쿠글러 감독은 시나리오 초고를 마치고 보스만을 만나 마지막 대화를 나눴고 몇주 뒤 그의 사망 소식을 들었다.
2편은 오프닝부터 보스만이 연기한 아프리카 기술 강국 ‘와칸다’ 국왕이자 블랙팬서 ‘티찰라’의 죽음을 그리며 시작한다.
와칸다에서 국장(國葬)을 치르는 장면만 두 번 나올 만큼 영화 전체가 장엄한 슬픔과 추모의 여정으로 채워진다. 왕위를 계승한 차세대 블랙 팬서의 존재감과 액션은 161분에 달하는 상영시간 후반부에야 본격적으로 등장한다. 마블 시리즈 골수팬이라면 전임 블랙 팬서에 대한 예우로 이해할 수 있겠지만, 슈퍼 히어로의 활약상을 즐기려는 관객에겐 다소 무거운 와칸다 역사물처럼 다가올 소지가 크다.

'블랙 팬서2' 9일 세계 최초 개봉 #원조 배우 보스만 암투병 사망 #속편 후계자 의미 찾기에 방점

마야문명 뿌리 둔 신적 존재, 와칸다 새 맞수 

블랙 팬서의 죽음 후 와칸다는 독점·보호해온 초강력 금속 자원 ‘비브라늄’을 노린 서구 열강의 공세에 시달린다. 이런 과정에서 비브라늄의 비밀을 쥔 또 다른 심해저 왕국 ‘탈로칸’의 전사들과 이들의 신(神)적 수장 네이머(테노치 우에르타 메히아)가 와칸다의 맞수로 출현한다. 마야문명에 뿌리를 둔 네이머는 1939년 마블 코믹스에 처음 등장한, 마블에서 가장 오래된 캐릭터 중 하나다.
2편에서 보스만표 블랙 팬서의 빈자리를 채우는 건 천재 과학자인 동생 슈리 공주(레티티아 라이트)를 비롯해 니키아(루피타 뇽오)·오코예(다나이 구리라) 등 와칸다 여성 전사들이다. 여기에 천부적인 두뇌의 MIT 학생 리리 윌리엄스(도미니크 손)가 소동의 원흉이자, 새로운 희망으로 가세한다. 할리우드 액션 블록버스터로선 이례적으로 배역의 90%를 흑인 배우로 캐스팅했던 1편에 이어 2편에선 남미 배우들이 합류했다.

 9일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개봉하는 영화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는 와칸다 공주 슈리와 여성 전사들이 기존 블랙 팬서(채드윅 보스만)의 빈자리를 채우며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연합=AP,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9일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개봉하는 영화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는 와칸다 공주 슈리와 여성 전사들이 기존 블랙 팬서(채드윅 보스만)의 빈자리를 채우며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연합=AP,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1편은 아프리카가 기술적으로 열등하다는 선입견을 뒤집고 양성평등을 강조해 정치적 올바름으로 높이 평가받았다. 전세계 13억 달러 매출을 올리며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2021) 이전까지 마블 히어로 세계관(MCU) 단독 영화 중 최고 흥행작에 등극했다. 부산 로케이션 촬영이 화제가 된 한국에서도 539만 관객을 동원했다.

라이트 "아프리카계 문화·여성 목소리 큰 의미"

영화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 배우 루피타 뇽오가 지난 3일 런던 시사회에 참석해 두 팔을 가슴에 엇갈리게 포개는, 극중 가상의 아프리카 왕국 '와칸다'식 인사법 포즈를 취했다. [연합=로이터]

영화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 배우 루피타 뇽오가 지난 3일 런던 시사회에 참석해 두 팔을 가슴에 엇갈리게 포개는, 극중 가상의 아프리카 왕국 '와칸다'식 인사법 포즈를 취했다. [연합=로이터]

1편은 특히 평화주의자 마틴 루터 킹(1929~1968) 목사, 흑인 사회주의 무장단체 ‘흑표당’ 등으로 대표되는 흑인 인권 해방 투쟁의 엇갈린 방식에 대한 고민을 와칸다 왕권 다툼 과정에 녹여낸 점도 주목받았다.
2편에선 와칸다와 탈로칸이 비브라늄을 둘러싼 국제적 패권 싸움 속에 전쟁이냐, 동맹이냐를 두고 갈등을 벌인다. 애초 양국이 부딪히는 계기가 미국 CIA가 비브라늄을 빼돌리려다 들통나 네이머의 심기를 건드린 탓으로 그려지는 것도, 백인 사회가 촉발한 갈등이 오히려 비(非)백인 공동체의 내분으로 번진다는 1편의 관점을 계승한다. 1편에서 펼쳐낸 아프리카의 이색적인 풍경은 2편에선 유럽 침략자들에게 터전을 빼앗긴 마야 후예들의 역사적 울분과 신비한 바다왕국 볼거리로 대체했다. 1편에도 나온 남아프리카 토착민족 코사족 언어에 더해 2편에선 마야어도 사용했다.

영화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에는 남미 마야문명에 뿌리를 둔 탈로칸 왕국의 전사들이 새롭게 나와 아프리카 와칸다 전사들과 힘을 겨룬다.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영화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에는 남미 마야문명에 뿌리를 둔 탈로칸 왕국의 전사들이 새롭게 나와 아프리카 와칸다 전사들과 힘을 겨룬다.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지난달 28일 한국 취재진과의 화상 간담회에서 주연 배우 레티티아 라이트는 이 영화의 의미로 “아프리카계 문화가 마블 세계관에서 비중이 커지고, 문화적으로 큰 영향을 발휘한 점”을 꼽으면서 “2편은 여성들 사이 교감과 연대가 두드러진다. 여성들의 목소리가 1편보다 커졌다”고 짚었다.

'아바타' 닮은꼴 수중 전사들…새로움 부족

영화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 왕궁 장면. [연합=AP]

영화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 왕궁 장면. [연합=AP]

 영화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 와칸다 전사들. [연합=AP]

영화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 와칸다 전사들. [연합=AP]

 영화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에서 슈리 공주는 국왕인 오빠 티찰라/블랙 팬서의 부재 속에 여러 난관을 겪게 된다. [연합=AP]

영화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에서 슈리 공주는 국왕인 오빠 티찰라/블랙 팬서의 부재 속에 여러 난관을 겪게 된다. [연합=AP]

다만 제국주의 식민지배, 노예제도까지 되짚은 인종차별 역사, 그로 인해 비(非)백인 지도자들이 짊어져야 할 책임감을 거듭 강조하느라 정작 구심점이 돼야 할 블랙 팬서 후계자를 너무 늦게 탄생시킨 것은 극의 집중력을 떨어트린다.
또 주인공의 적수에게도 그럴 만한 사연을 부여한 중립적 인물 전개는 최근 할리우드 히어로 영화에서 거듭 활용된 설정이다. 볼거리의 규모는 더 크고 화려해졌지만, 의외성을 주는 요소가 적다는 게 이 영화의 약점이다. 수중 생활을 하는 푸른 피부의 탈로칸 전사들은 공교롭게도 다음달 개봉할 ‘아바타: 물의 길’ 캐릭터들과 닮은 외모다. ‘블랙 팬서’와 ‘아바타’ 모두 디즈니 투자·배급 작품이다.
이번 영화는 지난해 ‘블랙 위도우’로 출발해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이터널스’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토르: 러브 앤 썬더’로 이어져 온 MCU 페이즈4(서사 구분 단계)를 마무리하는 작품이다. 마블 시리즈 역대 최고 성적을 낸 ‘어벤져스: 엔드게임’(2019) 이후 나온 페이즈4 영화들은 완성도보다는 기존 캐릭터들의 추억에 기대거나, 정치적 올바름에 지나치게 치중해 서사의 재미를 놓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블랙 팬서2’도 비슷한 평가를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쿠키 영상은 엔딩 장면 직후 1개만 있다. 원조 블랙 팬서 보스만에 대한 애도와, 이후 와칸다의 운명을 암시하는 내용이다. ‘블랙 팬서’ 3편은 아직 제작이 정식 발표되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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