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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 돈받은 혐의 기소…‘이재명 대선자금’ 명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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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최측근인 김용(56)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대장동 일당으로부터 불법 대선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야당 대선후보 측근이 불법 대선자금 혐의로 기소된 건 2003년 대선자금 사건 이후 19년 만이다. 검찰은 공소장에 ‘김 부원장이 이재명 당시 후보의 제20대 대통령선거 경선 준비를 위해 돈을 수수했다’고 이 대표 이름을 명시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는 8일 김 부원장을 지난해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에서 유동규(53)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정민용(48·변호사) 전 성남도공 전략사업실장과 공모해 대장동 민간사업자 남욱(49·천화동인 4호) 변호사로부터 불법 대선자금 8억4700만원을 수수한 혐의(정치자금 부정수수)로 재판에 넘겼다. 검찰에 따르면 김 부원장이 이전부터 유 전 본부장, 정 변호사, 남 변호사와 대장동 개발 과정에서 유착관계를 맺어 금품 제공과 선거 지원에 따른 사업상 특혜를 주고받았다는 내용이 공소장에 명시됐다. 검찰은 “정진상(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김용·유동규는 형제처럼 지냈고, 대장동 개발 과정에서 세 명이 (정보를) 공유하며 민간사업자들과 유착됐다”고 봤다.

공소장에는 김 부원장이 지난해 2월 이 대표의 대선 경선을 준비할 당시 유 전 본부장에게 “광주 쪽을 돌고 있다”며 대선 자금으로 20억원을 요구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어 같은 해 4~8월 유 전 본부장, 정 변호사와 공모해 남 변호사로부터 4회에 걸쳐 8억4700만원을 받았다는 내용이 주요 범죄사실로 적혔다. 김 부원장은 당시 이 대표 경선 캠프 총괄부본부장으로 조직과 재정을 담당했다.

검찰은 김 부원장이 유 전 본부장으로부터 실제로 세 차례에 걸쳐 6억원을 전달받은 것으로 파악했지만, 김용·유동규·정민용 세 사람을 공범으로 보고 8억4700만원 전액을 수수한 혐의로 함께 기소했다. 남욱 변호사는 불법 정치자금 제공 혐의로 기소했다.

김 부원장은 입장문을 내고 “검찰의 공소장 내용은 소설에 불과하다”며 “더 나아가 대장동 공범으로 몰아가려고 창작소설을 쓰고 있다. 검찰의 창작소설을 절필시키고 반드시 진실을 밝히겠다”고 반박했다. 김 부원장 측은 물증도 없이 무리하게 기소했다며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하지만, 검찰은 남 변호사 측이 돈 전달 과정을 정리해 놓은 메모와 돈 운반에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가방, 돈이 전달된 장소의 주차장 출입기록 등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정진상 수사도 속도 “김용·유동규와 형제처럼 지내”

김용

김용

검찰은 돈 전달 장소로 수원시 경기도청 인근과 광교포레나 인근 길가, 성남시 판교역 인근 유원홀딩스 사무실 등을 특정했다. 검찰은 이 대표도 김 부원장의 불법 대선자금 수수를 알았는지와 자금의 구체적 사용처 등을 추가로 수사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공소장에 이재명 대표나 정진상 실장의 공모 관계는 포함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정치자금 부정수수죄는 정치자금 용도로 받으면 (성립)되는 거지 꼭 사용해야 하는 건 아니다”며 “정치자금으로 받은 경위나 과정을 공소장에 상세히 적시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김 부원장 측에서 “자금 전달 일시도 특정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데 대해 “증거 관계를 토대로 범죄 일시·장소를 (공소장에) 구체적으로 특정했다”며 “금품 전달 과정에 대해 공소유지에 필요한 범위 내에서 객관적 증거를 통해 혐의를 입증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김 부원장이 2014년 지방선거 당시 유 전 본부장으로부터 1억원과 명절선물, 유흥주점 접대 등도 받았다는 뇌물 의혹도 계속 수사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정진상 실장에 대한 검찰 수사도 속도를 낼 거란 관측이 나온다. 유 전 본부장은 정 실장에게도 2014년 지방선거 당시 5000만원을 줬고, 2019·2020년에도 수천만원씩 건넸다고 진술했다. 정 실장은 “한 푼도 받은 적이 없다. 낫싱”이라고 부인하는 상태다. 정 실장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이 수사 중인 성남FC 후원금 의혹(제3자 뇌물제공 혐의)과 관련해서도 수사를 받고 있다.

정 실장 수사가 본격화할 경우 이 대표 관련 대장동 배임 의혹 수사도 본격화할 수 있다. 남 변호사는 지난달 말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재판에서 정영학 회계사를 직접 신문하며 “2015년 김만배씨로부터 ‘대장동 민간 지분 중 이재명 시장 측 지분이 있다’고 들었다”고 폭로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김 부위원장 기소 직후 편파수사 의혹을 제기하며 검찰 압박에 나섰다. 안호영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김 부원장의 구속기소는 명백히 야당에 대한 정치탄압”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김 부원장이 정치자금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하지만, 대장동 일당들의 증언 말고 증거는 없다”는 게 이유다.

민주당 ‘검찰 독재 정치탄압 대책위원회’도 기자회견을 열고 “대장동 수사에서 손을 떼라”며 수사팀을 압박했다. 대책위는 특히 “윤석열 정권은 올해 6월 대장동·위례 사건 수사부를 ‘박영수 특검단’ 출신 검사들로 전격 교체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수사 라인인 서울중앙지검 고형곤 4차장, 강백신 반부패수사3부장, 호승진 부부장 등이 2016년 국정농단 사건 박영수 특검팀 출신이라는 것이다. 민주당은 박 전 특별검사가 대장동 ‘50억 클럽’ 중 한 명이라는 점을 문제 삼았다.

민주당은 전날 당 ‘윤석열 정권 정치탄압 대책위’ 명칭도 ‘검찰 독재 정치탄압 대책위’로 변경했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이 대표 수사 대응을 위한 기구로 만들기 위해 명칭을 변경했다”고 밝혔다. 다만 민주당의 한 중진의원은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와 특검 요구에만 집중해도 연말을 민주당의 시간으로 만들 수 있는데, 이 대표 수사에 대한 공세까지 얹으면 이슈만 분산된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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