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사설

출퇴근길 불안 커지는데 탈선에 지하철 파업 예고까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7일 오전 무궁화호 열차 탈선사고가 발생한 서울 영등포역 인근 탈선 사고 현장에서 코레일 복구반원들이 사고가 발생한 열차를 크레인으로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7일 오전 무궁화호 열차 탈선사고가 발생한 서울 영등포역 인근 탈선 사고 현장에서 코레일 복구반원들이 사고가 발생한 열차를 크레인으로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과밀 사고 트라우마 큰데, 총파업은 집단이기주의

후진국형 안전사고 막으려면 ‘위험관리 사회’돼야

잇따른 열차 사고로 시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지난 6일 영등포역 탈선사고의 수습이 늦어져 7일 아침까지 불편이 이어진 데다, 전국장애인철폐연대의 지하철 시위가 겹쳐 출근길 대란이 벌어졌다. 이태원 참사 후 밀집 공간에서의 안전사고 우려가 높아진 상황에서 서울교통공사 노조까지 30일 총파업을 예고해 시민들의 원성이 크다.

영등포역 탈선사고로 35명이 다쳤고, 다음 날 오후까지 구로~용산 구간 운행이 멈추는 등 난맥상이 계속됐다. 그런데도 서울시·영등포구청은 사고 당일 밤 ‘복구 완료’라는 잘못된 재난문자를 보내 혼란을 키웠다. 다음 날 아침 1호선 일부 구간에선 승객들이 북새통을 이뤄 고성까지 오갔다.

열차 탈선은 자칫 대규모 인명피해로 번질 수 있다. 앞서 1월(KTX)과 7월(SRT)에도 대형 탈선사고가 있었다. 지난 5일에는 화물열차 연결·분리 작업 중 1명이 숨졌고, 7·9월에는 근로자가 열차에 치여 사망했다. 사고 때마다 코레일은 재발 방지를 다짐했지만 나아진 게 없다.

여기에 서울교통공사 노조가 30일 지하철 총파업을 예고해 빈축을 사고 있다. 총파업을 하면 평일 대비 운행률이 최대 50%대까지 떨어진다. 출퇴근길 교통대란은 불 보듯 뻔하다. 이태원 참사 후 많은 시민이 과밀 사고의 트라우마를 겪는 상황에서, 시민 안전을 담보로 집단의 이익을 꾀하는 것은 옳지 않다.

노조는 사측의 인력 감축 계획(1549명) 철회를 요구하지만, 서울교통공사는 매년 1조원 안팎의 적자를 낸다. 특히 문재인 정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책으로 2018년 무기직 1285명을 정규직 전환해 인건비 부담이 커졌다. 당시 국정감사에선 정규직으로 전환자의 상당수가 친인척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었다.

사회학자 울리히 벡은 기술 발전이 생존과 안전을 위협하는데, 무책임한 제도와 지나친 이기주의가 ‘위험사회’를 심화시킨다고 했다. 과거 삼풍백화점·성수대교 붕괴 같은 후진국형 참사와 달리 최근 벌어진 사고들은 제도의 미비와 공직자의 안전불감증에서 기인한 측면이 크다. 위험이 관리되는 사회에선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란 이야기다.

관건은 사회 발전으로 커져 가는 위험 요소를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에 있다. 그러려면 공직자나 공적 서비스를 담당하는 이들이 자기가 맡은 직역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제도적 매뉴얼도 필요하지만, 이를 현실에 적용하고 실행하는 이들의 의식과 행동이 더욱 중요하다.

코레일 사고 발생 직후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하나에서 열까지 다 바꿔야 한다”고 했다. 비단 탈선 사고뿐 아니라 이태원 사고 같은 대형 참사에 이르기까지 의식과 제도를 모두 리셋해야만 ‘위험관리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 그래야만 어이없는 사고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