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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형 SSG 감독 "왜 눈물이 안나지" 최정 "내년 생각하시죠?"

중앙일보

입력

감독상을 받은 뒤 소감을 밝히는 김원형 SSG 랜더스 감독. 뉴스1

감독상을 받은 뒤 소감을 밝히는 김원형 SSG 랜더스 감독. 뉴스1

지휘봉을 잡은 지 2년 만에 정상을 밟았다. 김원형(50) 감독과 SSG 랜더스가 한국시리즈(KS) 우승을 차지했다.

SSG는 8일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의 KS(7전 4승제) 6차전에서 4-3 역전승을 거뒀다. 시리즈 전적 4승 2패가 된 SSG는 전신 SK 시절 포함 통산 다섯 번째 우승(2007·08·10·18·22년)을 거머쥐었다. 2021년 SSG를 맡아 6위로 시즌을 마쳤던, 김원형 감독은 두 번째 시즌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김원형 감독은 경기 뒤 "(선발 윌머)폰트가 폰트했다. 비록 홈런 2방을 맞았지만 8회 2사까지 마운드에 올라서 호투(7과 3분의 2이닝 3실점)를 해줬기 때문에 우승을 할 수 있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경기가 잘 생각났는데 오늘은 솔직히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김성현이 친 것만 기억이 난다. 정신이 없다. 선수들에게 고맙다"고 했다.

김 감독은 전반기를 마친 뒤 "많이 인내했다"고 말했다. 겉으론 부드러워 보이지만 불같은 성격이기 때문이다. 김원형 감독은 "현역 시절 마운드 올라가면 이겨야 한다는 승부욕이 강했다. 지난 1년은 선수 같은 마음이었다. 쉰 살이 넘었지만 '(승부욕을 이기지 못해)선수들에게 성숙한 어른이 되어야 하나'라는 생각도 가끔 한다. 선수들에게 너무 고맙다"고 인사를 전했다.

6차전이 시작되기 전 김원형 감독은 "평소 눈물이 없다"고 말했다. 그 말대로 우승을 확정짓는 순간에도 눈물을 보이지 않았다. 김 감독은 "옆에서 다들 좋아하고, 저도 좋았는데 '왜 눈물이 안 나지'란 생각을 했다"고 웃었다.

KS 5차전 승리 뒤 김강민을 끌어안은 김원형 감독. 연합뉴스

KS 5차전 승리 뒤 김강민을 끌어안은 김원형 감독. 연합뉴스

김원형 감독은 "시즌을 치르면서 힘들었던 적도 있고, 감독이란 자리가 생각보다 쉽지는 않은 거 같다. 그래서 중심을 잡아야 한다는 마음이 강했다. 행복한 순간에도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새겼다"고 말했다.

첫 시즌 SSG는 페넌트레이스 마지막 날 가을 야구 진출에 실패했다. 김원형 감독은 "지난해엔 호기롭게 (지휘를)했다. 선발투수 3명이 빠져나가면서 없을 때도 뭔가 해야한다는 마음이 강했다. 올해도 경기 과정은 똑같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려는 생각이었다. 중요한 건 확실하게 선발이 좋아졌던 것"이라고 말했다.

SSG 주장 한유섬은 3회 말 주루 플레이를 하다 햄스트링 부상을 다쳐 병원에 다녀왔다. 김원형 감독은 "유섬이가 펑펑 울더라. 주장을 맡으면서 힘들었을 텐데 내게 내색 하지 않았다. 주장을 잘 뽑았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KS 기간 고민한 부분에 대한 질문엔 "어느 정도 주전 라인업은 생각했고, 중요한 건 투수 교체 타이밍이었다. 신경을 안 쓸 수는 없었지만, 정규시즌 때처럼 했다. 조금 더 믿을 수 있는 선수 더 활용했다"고 말했다.

이번 포스트시즌에선 김택형의 활약이 빛났다. 김 감독은 "택형이가 좋은 활약을 해줬다. 다른 선수들도 올라가서 자기 역할을 했지만, 어떻게 보면 택형이가 SSG의 아킬레스건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을 다 해소시켰다. 군대에 가서 아쉽다. 이제 야구 좀 하는 거 같은데"라고 웃었다.

한국시리즈가 끝난 뒤 축하하는 홍원기 키움 감독(왼쪽)과 위로하는 김원형 감독. 뉴스1

한국시리즈가 끝난 뒤 축하하는 홍원기 키움 감독(왼쪽)과 위로하는 김원형 감독. 뉴스1

김원형 감독은 상대인 키움에 대한 경의를 표했다. "마지막에 홍원기 감독과 인사를 했다. 솔직하게 얘기하면 내심 올라왔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다.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를 보면서 조심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근성 있고, 독기 있게 야구를 했다. 올라왔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으면서도 쉽지 않은 상대였다. 홍원기 감독에게 존경을 표한다. 키움은 대단한 팀이었다"고 말했다.

우승 소감에 대해선 "내가 흥이 없는 사람이다. 그래도 우승은 대단한 것이지 않나. 제일 좋은 사람은 나 아닐까. 어제 큰 선물(재계약)도 받았고, 선수들로부터 우승이란 더 큰 선물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경기가 안 풀릴 때마다 화만 내는 사람으로 인식됐다. 내년에도 이 자리에서 선수, 코치들에게 냉철하게 이야기하겠지만 인내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김원형 감독은 최정과 대화 한 토막도 들려줬다. 그는 "지금도 내년 걱정이 된다. 아까 최정과 이야기하는데 '나는 왜 눈물이 안 나지'라고 하니까 '내년 걱정하시는 거 아니에요'라고 하더라. 오늘은 즐기고 싶다"고 말했다. 구단주에 대한 관심에도 "처음엔 부담스러웠지만, 관심을 가져주니 확고하게 목표를 세울 수 있었다"고 고마워했다.

SSG는 정규시즌 관중 동원 1위에 오른 데 이어 KS에서도 전경기 매진을 기록했다. "지난 2년 동안 팬들을 못 만났는데, 올해 이렇게 인천 구장을 가득 채워주셨다. 팬의 소중함 새삼 느끼는 해다. 진심으로 팬들게 감사드린다. 선수들은 그런 팬들의 박수와 응원 덕분에 뛰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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