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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대선 룰 결정할 샅바싸움…美주지사 선거 5곳 박빙 승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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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미국 중간선거를 하루 앞둔 지난 7일 조 바이든 대통령이 메릴랜드주에서 선거 지원 유세를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미국 중간선거를 하루 앞둔 지난 7일 조 바이든 대통령이 메릴랜드주에서 선거 지원 유세를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중간선거를 하루 앞둔 7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오하이오주에서 선거 지원 유세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중간선거를 하루 앞둔 7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오하이오주에서 선거 지원 유세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8일(현지시간) 치러지는 미국 중간선거에서 주지사 선출도 하는 36개 주(州)에서 공화당 후보가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선거 예측 사이트 '270 투윈'에 따르면 민주당이 14곳, 공화당이 17곳 우세로 조사됐다. 위스콘신·네바다·애리조나·오리건·캔자스는 경합 주로 분류됐다. 정치 여론조사사이트 파이브서티에잇(538)도 비슷한 분석을 내놓으며 위스콘신을 초박빙(공화당 0.4% 우세) 지역으로 꼽았다.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도 이들 5개 지역을 경합으로 분류했다. 이 중 애리조나를 제외한 4곳은 민주당 주지사가 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위스콘신과 네바다 주에선 현직인 민주당 주지사가 공화당 도전자에 밀리고 있다. 폴리티코는 토니 에버스 위스콘신 주지사를 가장 위험에 처한 민주당 현직으로 꼽았다. 공화당 팀 미셸스 후보와 겨루는 에버스 주지사는 538 여론조사에서 0.4%포인트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업계의 거물 미셸스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개 지지에 힘입어 공화당 후보가 됐다. 그는 2020년 선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리를 주장했으며, '낙태 금지'를 약속했다. 또 지난주 "(당선되면) 다시는 선거에서 지지 않을 것"이라며, 선거 운영 방식을 바꿀 것을 시사했다. 이에 대해 워싱턴포스트(WP)는 "건강한 민주주의 국가의 후보가 말하는 방식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네바다는 조 롬바르도 공화당 후보가 스티브 시소락 현 주지사를 1.7%포인트(538 기준) 차로 앞섰다. 시소락은 선거 기간 동안 교육 확대와 저렴한 주거 환경, 합법적인 낙태권 보호 등을 내세웠다. 반면 미 육군 출신의 롬바르도는 공정한 법 집행과 공공 지출 삭감 등을 강조했다. 롬바르도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를 받고 있지만, 지난 대선 결과를 받아들이는 등 전 대통령과 거리를 두는 모양새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그는 토론에서 '트럼프는 훌륭한(great) 대통령이었냐'는 질문에 "그런 표현을 쓰지 않겠다"고 답했다.

캔자스에선 민주당 로라 켈리 주지사가 공화당 데릭 슈미트 후보를 1.7%포인트(8일 오전 538 기준) 차이로 간신히 앞섰다. 켈리는 2020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긴 주 중에서 유일하게 민주당 소속이며, 교육과 교통 인프라 구축에 힘써왔다. 켈리가 슈미트의 거센 도전을 받는 가운데, 민주당은 낙태권 박탈에 대한 거부감이 강한 캔자스 유권자의 성향에 기대를 걸고 있다.

애리조나는 캐리 레이크 공화당 후보가 케이티 홉스 민주당 후보를 2.2%포인트(538 기준) 차로 앞섰다. 폴리티코는 애리조나가 중요한 선거구 중 하나라며, 공화당이 레이크를 지명할 때 그의 '선거 부정' 주장을 전면에 내세웠다고 전했다. 폭스뉴스 앵커 출신의 레이크는 승리할 경우 우편투표를 금지하겠다고 약속했다. 반면 홉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선거 부정' 주장에 정면으로 맞서며 이름을 알렸다.

뉴욕타임스(NYT) 칼럼니스트 미셸 골드버그는 레이크가 애리조나에서 이길 가능성이 높다며, 홉스의 선거운동이 너무 약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지난 대선이 부정선거였다는 레이크의 주장을 놓고, 홉스가 TV 토론을 거부한 것을 실책으로 꼽았다. 그러나 유색인종이 64%를 차지하는 애리조나의 인구통계학적 특성상 홉스가 유리하다는 시각도 있다.

오리건은 티나 코텍 민주당 후보가 크리스틴 드레이젠 공화당 후보를 2%포인트(538 기준) 앞섰다. 코텍이 총기 폭력 예방에 내세운 반면, 드레이젠은 총기 권리를 강조했다. 드레이젠이 코텍을 꺾고 당선되면 오리건은 40년 만에 공화당 주지사를 맞게 된다.

공화당은 자체 분석에서 메인·미시간·미네소타·뉴멕시코·뉴욕 주도 경합 지역으로 꼽았다. 538에 따르면 이곳에서 공화당 후보들은 5~6%포인트 차로 민주당을 뒤쫓고 있다. 특히 뉴욕은 최근 선거가 임박해 공화당 리 젤딘 후보가 바짝 추격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로 인해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원 유세에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폴리티코는 젤딘이 캐시 호컬 현 주지사를 쫓아낼 만큼은 아니라고 관측했다. 호컬은 앤드루 쿠오모 전 주지사가 성추행 의혹으로 물러난 후 지난해 보궐선거에서 당선됐다.

크리스티나 그리어 포드햄대 정치학과 교수는 NYT에 호컬이 이길 것으로 예측된다며, "젤딘이 속한 공화당의 극단적이고 고립적인 성향은 보통의 뉴요커와는 거리가 멀다"고 말했다. 또 호컬은 안정적인 코로나19 대처와 낙태권 보호, 총기법 강화 등이 유권자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젤딘은 범죄와 경제를 선거 쟁점으로 삼으며 "뉴욕이 위기에 처했다"고 호컬을 비판해왔다.

현재 50개(워싱턴 DC 제외) 주의 주지사(임기 4년)는 민주당 22명, 공화당 28명이다. 앞서 14개 주는 지난 2020년 대선 때 주지사 선거를 함께 치렀다. 미국에서 주지사는 낙태권·트랜스젠더, 총기와 이민 정책 등 미국 정치의 민감한 이슈를 주도할 수 있다. 특히 2024년 대선을 앞두고, 경합 주의 주지사가 공화당이냐 민주당이냐에 따라 선거구 획정 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사실상 대선 '룰 메이킹'을 놓고 벌이는 샅바 싸움으로 불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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