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팩플] KT 구현모 대표, 연임 도전…호실적 뒤에 남은 걸림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구현모 KT 대표가 지난달 27일 노보텔 앰배서더 서울 동대문에서 열린 ‘KT 파트너스데이(Partner’s Day)’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 KT]

구현모 KT 대표가 지난달 27일 노보텔 앰배서더 서울 동대문에서 열린 ‘KT 파트너스데이(Partner’s Day)’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 KT]

내년 3월 임기 종료를 앞둔 구현모 KT 대표가 3분기 호실적과 함께 연임 도전을 선언했다. 통신업계에서는 연임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지만 변수도 있다. 특히, 황창규 전 회장 시절 연루된 불법 후원금 문제가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무슨 일이야

KT에 따르면 구 대표는 8일 열린 이사회에서 연임 의사를 밝혔다. 지난 2018년 바뀐 정관에 따라 KT는 기존 대표가 연임을 희망할 경우 경쟁 후보 없이 단독으로 적격 여부를 심사한다. 이날 이사회는 구 대표를 제외한 이사 9명으로 대표이사 후보 심사위원회를 구성했다. 지난 2020년 3월 취임한 구 대표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KT는 정관에 따라 임기 종료 3개월 전인 다음달까지 구 대표 연임 또는 새로운 대표 후보자 선정을 결정해야 한다. 구 대표의 연임 여부는 이르면 이달 안에 결론이 날 전망. 이날 구 대표는 KT 대표이사 자격으로 세계이동통신협회(GSMA) 이사회 멤버에 재선임됐다.

이게 왜 중요해

민영화 20년을 맞은 KT에서 연임에 성공한 최고경영자(CEO)는 3명(남중수, 이석채, 황창규). 이 중 연임 임기를 모두 마친 CEO는 전임 황창규 회장이 유일하다(총 임기 6년). 임기 3년 차인 구 대표는 ‘12년 만에 선임된 KT 내부 출신 CEO’라는 상징성을 갖고 연임에 도전한다. 구 대표는 취임 후 ‘디지코(디지털 플랫폼 기업) KT’를 표방하며 B2B(기업 간 거래) 등 신사업에 힘을 주고 있다. 그가 연임 성공후 디지코 전략에 가속도를 낼 수 있을지가 관심사.

연임은 시간 문제?

통신업계에서는 구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불황에도 안정적인 경영 성과를 내고 있다는 데 높은 평가를 받는다.

이날 KT는 3분기 매출(연결기준) 6조4772억원, 영업이익 4529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4.2%, 영업이익은 18.4% 증가했다. 구 대표 취임 후 KT는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ABC사업’을 중심으로 미래 먹거리를 재편해 비통신분야 매출 비중을 전체의 41%까지 끌어올렸다. 그룹사도 순항 중이다. 특히 상반기 화제작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제작한 KT스튜디오지니, ENA 채널을 운영하는 스카이라이프 등 콘텐트·미디어 자회사의 매출이 크게 뛰었다.

지난 8월에는 2013년 6월 이후 9년 여만에 KT 시가총액이 10조원을 돌파했다. 구 대표가 연임 의지를 밝힌 이날 코스피에서 KT는 전날보다 0.55% 오른 3만6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시총 9조5306억원을 기록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넘어야할 산은

① 사법 리스크: 구 대표는 현재 정치자금법 위반 및 업무상 횡령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황창규 전 회장 시절 국회의원 불법후원금 문제에 연루돼 약식기소된 이후 올해 초 벌금형(정치자금법 위반 1000만원, 업무상 횡령 500만원)을 받았으나, 구 대표가 이에 불복해 정식 재판을 청구한 것. KT는 대응을 위해 김희관 전 법무연수원장, 안상돈 전 북부지검장, 서정현 전 서울중앙지법판사 등 법조인과 검·경찰 출신 인사를 대거 영입했다.

이와 더불어 지난 2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KT가 한국과 베트남에서 공무원에 부적절한 대가를 제공했다며 해외부패방지법(FCPA) 위반 혐의로 약 630만 달러(약 87억원)의 과징금과 추징금을 부과했다. 이에 대해 KT 관계자는 “FCPA 위반 여부에 대해 인정도 부인도 하지 않았으며, 향후 내부 통제 등을 강화하기로 하고 합의금을 지급했다”고 설명했다. 최대주주인 국민연금(10.77%)의 선택이 중요할 전망.

② 사내 반대: 구 대표의 연임을 반대하는 사내 여론도 있다. KT의 제2노조인 KT새노조는 이날 이사회에 구 대표 연임 불가 결정을 촉구했다. 구 대표가 재판을 받고 있고, 지난해 10월 발생한 전국 인터넷 서비스 장애 등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이유.

직원들은 또 임금·단체협상(임단협)이 지연되고 있는 점에도 불만이 상당하다. 노조는 최근 몇 년간 임금 인상률이 1% 수준이었다는 점을 들어 임금 9.5% 인상을 요구하고 있지만 사측은 1% 인상안을 제시해 입장차가 크다. 익명을 요구한 KT의 한 직원은 “처우에 대한 불만으로 최근 MZ세대 직원들의 이직이 잦아지자 경영진에 책임론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알아두면 좋은 것

구 대표의 연임 여부는 KT 주주들에게도 큰 관심사다. 구 대표가 수장으로 오른 뒤 KT가 3년 연속 배당금을 올리는 등 대대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펼쳤고 자사주 매입에 적극적이었기 때문이다. 올해 초 KT는 지난해 실적을 공개하며 주당배당금을 전년 대비 41.5% 늘린 1910원으로 책정했다. 정지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구 대표가 재선임되면 배당 정책을 연장하고 추가로 자사주를 매입하는 등의 주주 환원 정책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