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비린내 물씬 나는 봉우리…서울 온 교황이 먼저 간 그곳

  • 카드 발행 일시2022.11.09

크게 변하지 않을 것

그림의 가운데를 흐르는 강이 한강이다. 강의 왼쪽이 마포구, 위쪽이 영등포구 여의도다.

풍경이 크게 안 바뀔 마포 땅

1983년 출판사 ‘뿌리깊은나무’에서 만든 책 『한국의 발견-서울』 중 마포구 편에 있는 소제목 중의 하나다.

“… 다른 요인은 젖혀두더라도 사람을 끌어모을 만한 도시 시설들을 사대문 바깥으로 흩뜨리려는 서울시청의 정책에 따라 이 구 안에 자리 잡게 되었다고 볼 수 있는 레디스 타운이나 영빈관 예식장이나 청기와 예식장 같은 혼례용 시설들이 몇 개 새로 생긴 것이, 서울 전역에서와 마찬가지로 이 구 안에서도 두루 벌어지는 지하철 공사와 함께 이곳에 일어난 지난 몇 해 사이의 변화일 뿐이다.
마포구는 앞으로도 그 기능이나 경관에 커다란 변화가 생기지 않을 것이지만 쓰레기 매립작업이 끝나게 되는 팔십년대 후반의 난지도가 그 이용 방법에 따라 이 구에 새로운 변화의 전기를 가져다줄 것이다.”

1980년대만 해도 마포구는 서울 사대문 바깥의 주거지일 뿐 미래 발전 가능성이 별로 없는 동네였다는 말이다. 난지도 쓰레기매립장이 변수가 되리라는 문장이 눈길을 끈다.

오른쪽 아래가 절두산 순교성지다. 1984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서울에 왔을 때 가장 먼저 이곳을 찾았다.

오른쪽 아래가 절두산 순교성지다. 1984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서울에 왔을 때 가장 먼저 이곳을 찾았다.

크게 변한 것

40년이 지난 현재 마포는 예측과 달리 어마어마하게 변했다. 공덕동 사거리는 지하철을 비롯한 4개의 철길이 지나가고, 일대는 아파트 숲이 됐다. 행주대교~천호대교를 잇는 강변북로는 1982년에 개통한 뒤 서울에서 차가 가장 많이 다니는 길이 됐다. 고양·파주와 서울을 오가는 차들 대부분이 이용하기 때문이다.

경의선 철길이 있던 자리는 지상 공원이 됐다. 국내 첫 화력발전소인 서울화력발전소(당인리발전소)는 시설이 지하로 들어가며 문화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다.

책에서 언급한 난지도 일대는 아예 딴 세상이 됐다. 쓰레기매립장에는 하늘공원과 노을공원이 들어섰고, 인근 지역은 고층 빌딩이 즐비한 디지털미디어 단지와 아파트 동네가 됐다.

변했다가 돌아온 것

없어졌다가 다시 돌아온 것도 있다. 그림 왼쪽 강 가운데 떠 있는 밤섬이다. 밤톨을 닮았다 해서 ‘율도(栗島)’라고도 불렸다. 옛 지도에는 여의도보다 큰 모습으로 나오기도 한다. 마포나루와 가까워 조선시대부터 배를 만드는 사람이 많았다. 멀쩡하던 섬이 하루아침에 날벼락을 맞았다. 여의도를 개발하며 제방을 쌓을 때 모자라는 돌과 흙을 이 섬을 폭파해서 가져다 썼다. 1968년 2월 10일 자 중앙일보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썼다.

한강 한가운데 있는 ‘밤섬’ 이 없어진다. 서울시는 10일 하오 3시 김현옥 시장이 폭파 ‘스위치’를 누름으로써 오는 5월까지 이 섬을 없애는 작업에 들어간다.

서울시가 한강 건설사업의 일환으로 밤섬을 없앰으로써 한강 물이 잘 빠지게 하여 홍수 피해를 덜고 여기서 나오는 흙과 돌을 여의도 석축 건설에 쓰기 위한 것이다. 밤섬의 면적은 1만7394평, 국유지가 6107평, 사유지가 1만1867평으로 62가구 443명의 주민이 살고 있으며 행정구역은 마포구 서강동이다. 주민의 대부분은 조선업과 고기잡이인데 최고 17대 5백여 년을 살아온 사람도 있다.

The JoongAng Plus 전용 콘텐트입니다.

중앙 플러스 처음이라면, 첫 달 무료!

인사이트를 원한다면 지금 시작해 보세요

지금 무료 체험 시작하기

보유하신 이용권이 있으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