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장이 육아휴직 부담줬나” 날 놀라게 한 인사팀 질문

  • 카드 발행 일시2022.11.09

“상혁씨는 그럼 집에 누가 와서 함께 지내는 거예요? 어머님께서 와 계시나요?”

싱글대디인 제가 그동안 가장 많이 들은 질문 중 하나는 이렇게 ‘아이를 돌보는 데 누구의 도움을 받고 있는가’에 대한 물음이었습니다. 아이가 세 살 무렵부터 혼자 키웠으니, 엄마와 아빠 두 사람이 함께해도 어려운 육아를 직장에 다니면서 혼자 한다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겠지요.

실은 저희 부모님께서도 “아이를 데리고 본가에 들어와서 살아라”고 제안하셨어요. “은퇴를 앞당겨 네 집에 가 애를 돌볼 테니 넌 회사에 집중하라”고 말씀하셨던 적도 있죠.

그러나 더는 부모님께 짐을 지워드릴 수 없다는 생각에 저는 “아이와 둘이 살겠다”고 공언했습니다. 돌이켜보면 절대 수월하진 않았지만,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힘든 일은 아니었어요. ‘누구’의 조력이 아니라 다양한 ‘제도’의 도움을 받았기 때문이었죠.

이상혁: 내일은 아이 참관 수업이 있어서 오후 1시에 출근하겠습니다.
파트장: 네, 잘 다녀오세요.
동료 1: 우리 애 어렸을 때 생각나네.
동료 2: 잘 다녀오세요. 참, 저는 오늘 치과 진료가 있어서 15시 퇴근합니다.

아이를 키우며 가장 많은 도움이 됐던 제도는 제가 일하고 있는 삼성전자에서 시행 중인 ‘자율출퇴근제도’입니다. 10년 전 제가 입사했던 당시 근무시간은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로 정해져 있었죠. 그러다 하루 8시간만 일하면 출근시간에 따라 퇴근시간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는 ‘자율출근제’가 도입됐습니다. 꽤 혁신적이라고 생각한 것도 잠시, 주 40시간만 근무한다면 하루에 4시간 이상만 일하면 되는 ‘자율출퇴근제도’로 바뀌더니, 이젠 하루에 몇 시간 이상 일해야 한다는 조항도 없어져 한 달 근무시간만 충족하면 스스로 자유롭게 시간을 조정할 수 있게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