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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중간선거 전날…돌연 "선거개입" 인정한 푸틴 요리사, 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인 예브게니 프리고진(61)이 7일(현지시간) 러시아가 과거 미국 선거에 개입했단 사실을 인정했다. 이번 미국 중간선거 기간에서도 프리고진과 연결된 조직이 극우 소셜미디어(SNS)를 중심으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민주당 후보들을 비방해온 것으로 파악됐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이 지난 2010년 9월 예브게니 프리고진(왼쪽)이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운영하는 급식 공장을 방문했다. AP=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이 지난 2010년 9월 예브게니 프리고진(왼쪽)이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운영하는 급식 공장을 방문했다. AP=연합뉴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프리고진은 자신의 요식업체 콩코드의 프콘탁테(VKontakte, 러시아 SNS) 계정에 올린 보도자료를 통해 “우리는 미국 선거에 개입해왔고, 앞으로도 계속 개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신중하고 정확하게 수술하듯, 우리만의 방식으로 개입해 왔다”면서 “정밀한 작전 기간에 신장과 간을 동시에 제거할 것”이라고도 전했다. 이 발언은 러시아 뉴스 사이트가 미국 중간선거에 관해 언급해달라는 요청에 답한 것이다.

러시아 측 주요 인사가 러시아의 미국 선거 개입을 공식 인정한 것은 처음이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프리고진은 러시아 정부에 공식 직책은 없지만 미국 선거 개입 의혹에 중심에 있는 인물이다. 그간 푸틴 대통령을 포함한 정부 관리들은 미국 정치 간섭 의혹에 대해 일관되게 부인해왔다.

프리고진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소재 ‘인터넷 리서치 에이전시(IRA)’를 후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IRA는 SNS에서 친러 여론을 조성하기 위한 활동을 펼치는 일종의 ‘댓글부대’를 운영하는 기관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IRA가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비방하고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를 지지하는 여론조작 활동을 펼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미 특검은 2018년 프리고진을 ‘2016년 미국 대선 개입 혐의’로 기소한 바 있다.

미국 정부는 지난 7월엔 프리고진과 IRA를 포함한 러시아 개인 또는 법인이 미국 선거에 개입했다는 정보 제공자에게 최대 1000만 달러(약 139억원)를 보상금으로 주겠다고 발표했다.

8일 치러지는 미국 중간선거에도 IRA와 연계된 SNS 계정으로 민주당을 공격하는 메시지 등이 유통되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미국 SNS 분석업체 그래피카는 "프리고진과 연결된 조직에서 게시한 콘텐트가 극우 성향의 SNS에서 다수 발견됐다"고 밝혔다. 주로 '미국인들은 생필품을 구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데,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세금을 낭비하고 있다'는 비방과 민주당 후보들을 헐뜯는 가짜뉴스 등이다.

뉴욕타임스(NYT)는 "러시아가 (중간선거 직전에) 미국 선거에 개입했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미국 선거 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훼손시키고 바이든 행정부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광범위한 군사 지원을 약화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분석했다.

예브게니 프리고진(왼쪽)이 2011년 11월 모스크바에 있는 자신의 레스토랑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가운데)에게 음식을 대접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예브게니 프리고진(왼쪽)이 2011년 11월 모스크바에 있는 자신의 레스토랑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가운데)에게 음식을 대접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요식업계의 재벌이자, 푸틴 대통령의 전속 요리사를 지낸 프리고진은 ‘푸틴의 요리사’로 불린다. 주로 음지에서 크렘린궁이 필요로 하는 불법적인 일을 도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푸틴 그림자 부대’로 알려진 악명 높은 용병 기업 바그너(Wagner) 그룹 창설자이기도 하다.

‘그림자 행보’를 이어오던 프리고진은 지난 9월 이후 공개적인 발언으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최근 러시아군 고위 관계자를 비판하며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에 반기를 들더니, 지난 4일엔 상트페테르부르크에 국방기술센터를 열고 바그너 그룹에 대해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가디언은 “(프리고진이) 최근 공개적으로 자신의 프로필을 강화하고, 러시아의 외교 정책과 우크라이나 침공에서 점점 공적 역할을 맡으면서 러시아 내에서 본격적으로 영향력 키우기에 나섰다”고 전했다.

한편, 미국 백악관은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며, 놀랍지도 않다”고 반응했다. 카린 장 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프리고진이 관련된 단체가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고 하는 건 널리 알려져 있고 문서화되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간선거 전날, 러시아가 '그간 미국 선거에 개입하는데 성공해왔다'며 과거의 선거 결과를 날조하려는 것 또한 놀라운 일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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