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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와중에 개싸움"…윤핵관·친문 '풍산개 반납' 공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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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문재인 대통령과 풍산개들과 시간을 보내는 모습. 뉴스1

문재인 대통령과 풍산개들과 시간을 보내는 모습. 뉴스1

여야는 7일 문재인 전 대통령의 풍산개 반환 여부를 놓고 책임 공방을 벌였다.

이른바 윤석열 대통령의 측근들인 ‘윤핵관’과, 전 정권을 겨냥한 검찰 수사에 격앙된 문 전 대통령의 측근들이 벌인 언쟁이지만 정치권에선 “이태원 참사 애도 분위기가 계속되는 가운데 이런 것까지 정쟁을 벌여야 하느냐”는 비판이 나왔다.

문 전 대통령 측은 이날 “대통령기록관으로부터 위탁받아 관리하고 있던 풍산개 ‘곰이’와 ‘송강’을 대통령기록관에 반환한다”고 밝혔다. 문 전 대통령 측은 행정안전부가 지난 6월부터 대통령기록물 관리법 시행령을 개정해 풍산개를 키울 근거를 마련한다고 했으나, 대통령실에서 이의를 제기해 국무회의 상정이 안 됐다고 주장했다. 신혜현 전 청와대 부대변인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국가소유물을 돌려보내는 것이니 ‘파양’이라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문 전 대통령은 2018년 9월 평양에서 열린 3차 남북정상회담 당시 북측으로부터 풍산개 2마리 곰이와 송강을 선물 받았다. 두 풍산개는 ‘다운’을 포함한 7마리 새끼를 낳았다. 문 전 대통령은 이 중 6마리를 입양을 보내고 곰이, 송강, 다운을 길러왔다. 세 마리 중 ‘다운’은 일단 문 전 대통령과 경남 양산 사저에 남기로 했다.

풍산개는 국가 소유물로 분류돼 원칙적으로는 정부에 귀속이 된다. 하지만 문 전 대통령이 윤 대통령에게 풍산개를 데려가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고, 윤 대통령도 이에 화답했다는 게 문 전 대통령 측 설명이다. 이후 문 전 대통령 비서실과 행안부 대통령기록관이 지난 5월 10일 정권 이양과 동시에 위탁 계약을 체결하면서 문 전 대통령이 풍산개를 맡게 됐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실이 행안부로부터 제출받은 위탁협의서에 따르면, 위탁 기간은 위탁 대상의 반환 또는 사망까지다. 정부는 위탁 대상의 사육·관리에 필요한 물품이나 비용을 합의에 따라 예산의 범위에서 지급할 수 있다. 문 전 대통령 측은 예산 지급 근거인 시행령 개정이 안 돼, 더는 풍산개를 키울 수 없게 됐다는 입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 언론이 ‘풍산개 파양’ 보도를 내자, 전·현직 대통령 측근들은 책임 떠넘기기 공방을 벌였다. ‘윤핵관’ 대표 격인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겉으로는 SNS에 반려동물 사진을 올리더니, 속으로는 사료 값이 아까웠냐”며 “참으로 좀스럽고 민망한 일”이라며 문 전 대통령을 정조준했다. 그러면서 “일반 국민도 강아지를 분양받은 다음에 사육비를 청구하는 몰염치한 행동은 안 한다”고 비꼬았다.

이에 문 전 대통령의 복심(腹心)이라 불리는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치졸하고 천박한 여론 플레이”라고 반박했다. 윤 의원은 “윤석열 정부가 일하지 않아 생긴 법의 구멍으로 인한 문제를, 돈 때문인 듯 모욕적으로 뒤집어씌우는 것은 대체 무슨 경우란 말이냐”고 맞받아쳤다.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도 “이태원 참사 와중에 개싸움 거는 집권 세력은 제정신인가”라며 정쟁에 뛰어들었다. 그는 시행령 개정을 막은 윤석열 정부의 의도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나중에 위탁규정 없이 키웠다고 덮어씌울 사람들이다. 참 치졸하다”라고 SNS에 적었다.

반면 대통령실은 "대통령실이 반대해 시행령이 개정되지 않았다는 문 전 대통령 측 주장은 사실과 다르며, 해당 시행령은 관련 부처가 협의 중에 있을 뿐, 시행령 개정이 완전히 무산된 것이 아니다","시행령 입안 과정을 기다리지 않고 풍산개를 반환한 것은 전적으로 문재인 전 대통령 측 판단일 뿐, 현재의 대통령실과는 무관하다"고 했다.

어느 쪽이 옳고그름을 떠나 이태원 참사 애도 기간을 마치자마자 벌어진 입씨름에 정치권에서도 비판이 쏟아졌다. 익명을 원한 민주당 의원은 “이태원 참사의 진상을 밝히고 흩어진 국민 마음을 모아도 시원찮을 때인데 양쪽 다 풍산개 문제로 티격태격할 때냐”며 “정치의 희화화만 조장하는 행위”라고 했다. 국민의힘에서도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이나, 그걸 두둔하는 사람이나 애도 기간에 눈치가 없어도 너무 없다”(중진 의원)는 얘기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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