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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올 사려는데 6개월 무이자 사라졌다"…카드사 돈가뭄 비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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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디올 공식 홈페이지에서 가방을 사려고 했는데 6개월 무이자 할부가 없어졌어요.” 카드사와 캐피털사가 할부 개월 수를 단축하는 등 무이자 할부 혜택을 줄이고 있다. 프로모션도 중단하고 있다. 여신전문금융채(여전채) 금리는 치솟고 채권시장이 얼어붙어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자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선 것이다.

7일 중앙일보 취재 결과 주요 카드사가 이달부터 무이자 할부 혜택을 줄이고 있다. 신한카드는 11월 온라인쇼핑과 손해보험 등에 제공하던 6개월 무이자 할부를 3개월로 축소했다. 삼성카드도 지난달까지 아웃렛과 백화점, 온라인쇼핑몰 등에 6개월 무이자 할부 혜택을 제공했지만 이달 들어 이 기간을 일제히 3개월로 줄였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현대카드는 관계사인 현대자동차 구매 시 12개월 무이자 할부 혜택을 제공했는데, 이달부터 이를 3개월로 대폭 줄였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다른 카드사들도 이달 안에 무이자 할부 개월 수를 줄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자동차 할부금융을 주로 하는 캐피털사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할부 금리를 높이는 등 ‘디마케팅’(고객 구매를 의도적으로 줄이는 마케팅)에 나서거나, 일부 소형 캐피털사는 신규 영업을 사실상 중단하고 있다. 업계 1위인 현대캐피탈의 48개월 기준 할부 금리는 이달 들어 연 6%로 올랐다. 올 초의 연 2.7%에서 두 배로 금리가 뛰었다. 캐스퍼와 쏘나타, 넥소 등에 적용하던 저금리 프로모션도 지난달 말 종료했다. 수신 기능이 없는 여전업계는 최근 채권시장 경색과 금리 인상 타격을 가장 크게 받고 있다. 은행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로 채권을 발행해야 하는데, 법인 등 수요가 줄며 발행조차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카드사와 캐피털사 등이 발행하는 기타금융채 순발행액은 지난해 14조8213억원에서 올해는 7조9133억원(지난 4일 기준)으로 반 토막이 났다. 여전채 금리(AA-, 3년물 기준)는 올해 초 연 2.634%에서 지난 4일 6.285%까지 뛰었다. 여전채 금리가 6%대에 진입한 건 통계 집계가 시작된 2010년 이래 처음이다.

한 중견 캐피털사 대표는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가 가동되었다고 하지만 금리 인상이 이어지는 한 (채권) 발행 상황이 나아지더라도 조달 비용(금리)은 상당 기간 계속 높아질 것이고 결국 영업 축소밖에 대응책이 없다”고 말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카드사의 신용판매는 고소득자 소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무이자 할부 축소는 민간 소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카드론이나 현금 서비스는 중·저 신용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만큼 이들 가계 경제가 받을 타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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