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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도 회사채 대신 장기 CP로 우회, CP금리 3.8배 급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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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재계 2위 SK그룹의 지주사인 SK는 오는 10일 3년물과 5년물 등 장기 기업어음(CP)을 각각 1000억원씩 발행키로 했다. SK㈜가 만기 1년 이상의 장기 CP를 발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회사채 시장이 얼어붙자 신용등급이 AA+로 우량 등급인 SK마저 회사채 대신 CP 발행으로 돌아선 것이다. 최근 회사채 시장에선 초우량 등급(AAA) 한국전력 채권이 연 6% 안팎의 금리에 매주 쏟아져 나오며 대기업도 회사채 발행을 주저하고 있다. SK 관계자는 “자금 조달처를 다양화하기 위해 장기 CP를 발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회사채 시장이 경색되며 기업이 자금 조달을 위해 만기 1년 이상의 장기 CP로 눈을 돌리고 있다. CP는 원래 만기 1년 이하 단기 채권을 의미하지만, 자본시장법에선 특별한 만기 규제가 없다. 그렇다 보니 길게는 10년 만기 CP도 원론적으로는 발행이 가능하다.

7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장기 CP 발행액은 34조5000억원으로 전체 CP의 30.6%를 차지했다. 분기별 발행액 추이를 보면, 2020년 전까지는 2조원을 넘지 않다가 지난해 2분기부터 매 분기 4조원을 웃돌았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이런 추세로 가면 다음 달 말에는 전체 장기 CP 발행 규모가 4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관측한다.

기업의 장기 자금 조달 수요까지 CP로 몰리면서 최근 CP 금리는 급등하고 있다. 본드웹에 따르면 지난 2일 CP(91일물) 금리는 4.71%로 지난 1년 새 3.8배 뛰었다. 이러다 보니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들은 회사채는 물론 CP로도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워졌다.

한편 흥국생명의 신종자본증권 조기상환이 예정대로 9일 이뤄진다. 흥국생명의 조기상환 연기로 한국 기업 등이 발행한 해외채권 가격이 급락하는 불안이 커지자 금융 당국까지 서둘러 진화에 나선 결과로 풀이된다. 흥국생명은 이날 싱가포르증권거래소(SGX)를 통해 당초 채권 발행 당시 약속했던 9일에 신종자본증권 5억 달러어치를 조기상환한다고 공시했다. 지난 1일 조기상환을 연기한다고 공시한 지 6일 만이다.

흥국생명이 조기상환을 예정대로 진행하기로 한 건 금융시장에 미친 여파가 당초 예상보다 커지면서다. 조기상환 연기 공시 후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한국 채권에 대한 투자심리가 얼어붙으며 흥국생명뿐 아니라 국내 금융사들이 발행한 후순위채 가격이 급락했다. 흥국생명은 조기상환을 위한 자금 5600억원을 자체 자금과 환매조건부채권(RP) 발행 등으로 마련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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