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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돌아온 것 맞냐” 악몽 꾸는 봉화 광부들, 퇴원 늦어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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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7일 봉화군 광산 붕괴사고 현장에서 경찰 과학수사 관계자들이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한 시료를 채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7일 봉화군 광산 붕괴사고 현장에서 경찰 과학수사 관계자들이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한 시료를 채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버지께서 이틀 연속 자다가 경기를 일으켜 침대에서 떨어질 뻔하셨어요. 트라우마가 큰 상태인 것 같아 병원에 정신과 치료를 요청했습니다.”

경북 봉화 광산 붕괴사고 생존자인 선산부(작업반장) 박정하(62)씨 아들 근형(42)씨가 7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아버지 상태를 이렇게 전했다. 아들 박씨는 “어머니가 밤에 병실에서 주무시는데, 두 분 모두 자다가 고함을 지르셔서 어머니가 놀라서 깼다고 한다”며 “당초 수일 내 퇴원할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트라우마 치료 때문에 퇴원이 늦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4일 경북 봉화군 아연광산에서 고립됐다가 구조된 2명이 추위를 견디기 위해 설치한 비닐막과 모닥불. [사진 경북소방본부]

지난 4일 경북 봉화군 아연광산에서 고립됐다가 구조된 2명이 추위를 견디기 위해 설치한 비닐막과 모닥불. [사진 경북소방본부]

봉화 아연광산 매몰사고로 221시간 동안 고립됐다가 구조된 광부 2명은 안동병원 일반병실 2인실에서 나흘째 치료를 받고 있다. 구조된 광부 가족들에 따르면 이날 오전 두 사람은 아침 식사로 쌀밥과 스테이크 고기, 나물 반찬 등을 먹었다. 병원 내에서 가끔 5~10분씩 산책도 하고 있다.

고립자들이 지냈던 갱도 내 모습. [사진 경북소방본부]

고립자들이 지냈던 갱도 내 모습. [사진 경북소방본부]

아들 박씨는 “두 분이 아침에 잠에서 깨면 ‘내가 살아 돌아온 것 맞느냐’고 묻는다”며 “고함을 지른 것에 대해선 ‘악몽을 꾼 것 같다’고 하시길래 전날 주치의에게 상태를 전했고, 정신과 약을 먹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육체적 건강 회복은 빠른 것으로 전해졌다. 빛이 들어오지 않는 광산에 고립돼 헤드 랜턴 빛에 의지해 지냈던 박씨 등은 시력 보호용 안대를 수시로 벗어가면서 조금씩 자연 빛에 적응 중이다. 다만 어지럼증을 호소하고 관절·눈 등 치료가 필요한 상태다. 아들 박씨는 “아버지는 눈이 괜찮은데 동료분은 눈이 많이 부었다”라며 “아버지는 이제 안대를 안 써도 되지만 안과 진료는 받고 계신다”고 말했다. 안동병원 관계자는 “두 사람 상태와 관련해 정신의학과와 협진할 계획이며 안과와도 협진해 치료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현재 면회가 어려워 동료 광부들은 전화로 안부를 묻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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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생존자 박정하씨는 7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가장 힘들었던 건 배고픔이었다”라며 “추위는 미리미리 준비해놓은 자재 덕분에 피할 수 있었는데 먹을 게 없었다”고 말했다. 박씨는 또 ‘사람들이 구조를 포기하면 어떡하느냐는 생각은 안 들었는지’라는 질문에 “그런 생각은 한 번도 안 했다”고 단언했다. 그는 “왜냐하면 광부들의 동료애는 다른 직종의 동료들보다 굉장하다”며 “진짜 없는 사람들이 모여서 사는 조직이기에 사람다운 냄새가 질릴 정도로 나는, 그런 인간애가 있기에 절대 그런 생각은 안 해 봤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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