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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영천경마공원 개장, 일자리 7500개 신규 창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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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면

[2022 지자체장에게 듣는다] 최기문 경북 영천시장 

노무현 정부 첫 경찰청장 출신인 최기문 경북 영천시장은 ‘보수정당 텃밭’으로 불리는 경북에서 무소속으로 재선에 성공했다. [사진 영천시]

노무현 정부 첫 경찰청장 출신인 최기문 경북 영천시장은 ‘보수정당 텃밭’으로 불리는 경북에서 무소속으로 재선에 성공했다. [사진 영천시]

지난 6월 1일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자치단체장 취임 100일이 지났다. 노무현 정부 첫 경찰청장 출신인 최기문(70) 경북 영천시장은 무소속으로 재임에 성공, 영천의 시정을 다시 한 번 이끌고 있다. 그에게서 민선 8기 살림살이 계획을 들었다.

2004년 7월 15일 노인과 부녀자 등 20명을 살해한 희대의 연쇄 살인마 유영철이 체포됐다. “특정 전화번호로 불러낸 마사지사가 자꾸 실종된다”는 출장 마사지 업주 신고로 유영철이 체포될 당시만 해도 그가 연쇄살인범이라는 사실을 경찰도 몰랐다.

그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누가 들어도 황당하기만 한 얘기가 계속 나왔다. 유영철은 2003년 9월부터 서울 시내 곳곳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 범인이 자신의 소행이라고 자백했다. 수사관들도 처음에는 정신병자의 횡설수설로 생각했다. 하지만 유영철이 지목한 서울 신촌 봉원사 야산을 파헤치자 시신 여러 구가 나왔다. 온 국민은 경악했다. 대한민국을 충격으로 몰아간 유영철 연쇄살인 사건이 세상에 드러난 순간이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경찰 수사 관행에 여러 문제점이 지적됐다. 관할 구역을 넘나들며 발생하는 사건에 대응하는 데 심각한 허점이 있었다. 당시 수사 총책임자인 경찰청장은 최기문 영천시장이었다. 최 시장은 자신의 회고록 험블레스 오블리주, 경찰의 길을 묻다에서 “각 지방경찰청 산하 기동수사대를 광역수사대로 개편했다”라고 썼다. 광역수사대가 탄생하면서 강력범죄가 발생하면 관할구역에 상관없이 수사할 수 있게 됐다. 이 시스템은 지금도 유지되고 있다.

‘험블레스 오블리주’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빗댄 말이다. ‘미천하다’는 뜻의 험블(humble)에서 따왔다. 노블레스가 귀족 사회 책무라면 험블레스는 경찰에 대한 대우가 부족하고 책임은 크다는 의미라고 한다.

영천 5색축제에 참여한 최기문 경북 영천시장이 참가자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 영천시]

영천 5색축제에 참여한 최기문 경북 영천시장이 참가자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 영천시]

영남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최 시장은 1976년 행정고시(18회)에 합격했다. 경북 칠곡군 행정관, 서울 종로구 새마을과 과장 등으로 일하다 81년 경찰에 입문했다. 최 시장은 경찰 입문 동기에 대해 “제복을 동경했고 경찰이라는 직업이 더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큰 것처럼 보였다”라고 말했다. 행정고시 합격자 경정 특채로 경찰공무원이 된 그는 2003년부터 약 2년간 경찰청장을 지냈다.

영천 출신인 최 시장은 2016년 제20대 총선에서 영천·청도에 무소속에 출마했지만, 경찰공무원 후배인 새누리당 이만희 후보에 낙선했다. 최 시장은 2018년 6·13 지방선거에 무소속으로 영천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다. 지난 6·1지방선거에서도 무소속으로 출마해 국민의힘 후보를 누르고 재선에 성공했다. ‘보수 정당 텃밭’으로 불리는 경북에서 무소속으로 두 번이나 당선된 것을 놓고 최 시장은 “보수 깃발만 꽂으면 무조건 된다는 방식은 이제는 통하지 않는다”라며 “진정 지역 발전을 책임질 적임자가 누구인지에 초점을 맞추고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한 결과라고 본다”라고 설명했다.

취임 100일에 즈음해 지난달 7일 영천시청 집무실에서 만난 최 시장은 유영철 수사를 지휘했던 매서움은 찾아볼 수 없었다. 얼굴에는 미소 가득한 표정이었다. 기자가 “영천에 가볼 만한 곳들이 있느냐”고 묻자 마치 미리 외운 듯이 은해사, 보현산 천문대, 임고서원, 벚꽃백리길 등 고향의 ‘핫 플레이스’ 거침없이 읊어 내렸다. 그 모습에서 천진함마저 엿보였다.

최 시장은 영천 자랑을 이어갔다. 그는 “영천은 지정학적으로 경북 동남부 중심에 있으면서 사통팔달 교통망을 갖추고 있다”며 “이 때문에 대구 등 인근 대도시와 접근성이 좋아 청정 자연 속 전원생활과 대도시 편의성을 모두 누릴 수 있는 지역”이라고 했다.

최 시장은 영천경마공원 조성, 대구도시철도 1호선 연장 등 굵직한 현안도 소개했다. 그는 “영천경마공원이 유치 13년 만에 지난달 첫 삽을 떴다”며 “2026년 영천경마공원이 개장되면 레저세 징수에 따른 세입 증대뿐만 아니라 1조 8000억원의 경제적 파급효과와 7500명의 신규 일자리 창출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영천경마공원 조성사업은 금호읍 성천리·대미리, 청통면 대평리 일원 145만2813㎡ 부지에 경마시설과 레저 휴양시설을 건립하는 사업이다.

이와 함께 대구도시철도 1호선 영천경마공원 연장사업은 지난달 초 국토부에 예비타당성조사를 신청한 상태다. 이 사업은 2052억원을 투입해 경산시 하양역에서 대구대역을 거쳐 영천경마공원역까지 5㎞ 구간을 연장하는 것이다. 최 시장은 “대구도시철도 1호선이 연장되면 영천 교통 인프라는 크게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에는 대구 군부대 7곳 통합 이전 유치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 시장은 “문화예술 인프라 구축에도 힘을 쏟겠다”고 했다. 그는 “도시 문화 수준을 알 수 있는 척도가 문화예술회관이 아닐까 한다”라며 “1000석 이상 대공연장과 소공연장, 갤러리·전시실 등을 갖춘 문화예술회관을 지을 계획”이라고 했다. 최 시장은 “영천시립박물관도 2025년 완공을 목표로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며 “내연 자동차 부품 일색인 지역 산업이 미래 차 산업으로 잘 이동해 갈 수 있도록 대응하고, 현재 조성 중인 산업단지에 앵커기업(선도기업)을 유치해 미래 지역발전 기반을 다져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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