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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 배 갈라 금괴 넣었다...中공무원의 뇌물 숨기는 스케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중국 저장성의 한 공무원이 오리와 닭 뱃속에 금괴를 숨겨 냉동 보관하거나 땅속에 기프트카드 수백장을 묻는 방식으로 뇌물수수 증거를 인멸했다가 덜미를 잡혔다.

중국 저장(浙江)성 기율검사위원회는 7일 홈페이지에 '탐욕은 인생의 곤경을 부른다'라는 제목으로 취저우(衢州)시 정법위(정치법률위원회) 서기를 지낸 장쉰보(江汛波)의 뇌물수수 사건을 담은 약 14분짜리 영상을 공개했다.

중국 저장성의 한 공무원이 뇌물로 받은 귀금속을 닭과 오리, 생선 뱃속에 숨겼다가 당국에 발각됐다. 저장성 기율검사위원회 홈페이지 캡처

중국 저장성의 한 공무원이 뇌물로 받은 귀금속을 닭과 오리, 생선 뱃속에 숨겼다가 당국에 발각됐다. 저장성 기율검사위원회 홈페이지 캡처

영상에 따르면 장쉰보는 당국의 조사를 피하기 위해 뇌물로 받은 기프트카드 수백장을 비닐봉지로 단단히 포장한 뒤 자신의 별장 입구 대나무숲에 묻었다.

부패 공무원 장쉰보가 받아 챙긴 수 백장의 기프트카드. 사진 저장성 기율위 홈페이지 캡처

부패 공무원 장쉰보가 받아 챙긴 수 백장의 기프트카드. 사진 저장성 기율위 홈페이지 캡처

또 금괴 등 귀금속은 닭과 오리의 뱃속에 숨긴 뒤 냉동고에 넣어 보관했다. 그의 집 냉동고에선 뱃속에 귀금속이 든 오리·닭, 생선 수십 마리가 발견됐다.

당국은 장쉰보가 취저우시 부시장과 정법위 서기 등을 지내며, 기업인 등으로부터 금품을 받아 챙겼다고 전했다. 법원에 따르면 2000년~2017년까지 장쉰보는 총 723만 위안(14억원)어치 뇌물을 받았다.

부패 공무원 장쉰보가 받은 기프트카드는 단단히 포장돼 그의 별장 앞 대나무숲 아래 묻혀 있었다. 기프트카드 뭉치를 꺼내 증거사진을 찍는 사람들. 사진 저장성 기율위 홈페이지 캡처

부패 공무원 장쉰보가 받은 기프트카드는 단단히 포장돼 그의 별장 앞 대나무숲 아래 묻혀 있었다. 기프트카드 뭉치를 꺼내 증거사진을 찍는 사람들. 사진 저장성 기율위 홈페이지 캡처

중앙기율위 홈페이지에 따르면 장쉰보가 높은 지위에 오르면서 명절마다 값진 선물과 돈을 들고 온 '손님'이 몰렸다. 특히 그가 20년 넘게 알고 지낸 기업체 사장 두 명은 명절이 되면 반드시 세뱃돈을 줬다고 한다.

기업인들은 장에게 뇌물을 준 대가로 환경보호 행정처분 면제 등 특혜를 누렸다. 장은 또 가족·친척이 금품을 받아 챙기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모른 척했다. 장쉰보는 "처음에는 두려워서 여러 번 사양했으나 결국 돈의 유혹에 넘어갔다"고 말했다.

장쉰보(오른쪽)는 현지 기업인들로부터 크고 작은 액수의 뇌물을 받아 챙겼다. 사진 저장성 기율위 홈페이지 캡처

장쉰보(오른쪽)는 현지 기업인들로부터 크고 작은 액수의 뇌물을 받아 챙겼다. 사진 저장성 기율위 홈페이지 캡처

이어 "나는 바둑 애호가인데 바둑에선 욕심이 생기면 판을 망칠 수 있다"면서 "바둑도 그렇고 인생도 그렇다. 욕심 때문에 인생을 망쳤다"고 후회했다. 앞서 지난 1월 법원은 장쉰보에게 징역 7년 6개월과 함께 벌금 50만 위안(9700만원)을 선고했다.

2012년 집권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취임 일성으로 "호랑이(부패한 고위 관리)와 파리(부패한 하급 관리), 여우(해외 도피 사범)를 모두 잡겠다"며 반부패 운동을 벌여왔다.

시진핑 3기에 들어선 시점에서 반부패 운동의 고삐가 다시 바짝 조여지고 있다. 지난 4일에는 시 주석의 3연임 이후 처음으로 고위급 인사가 전격 체포됐다. 체포된 이는 중국 인민은행 판이페이(范一飛) 부행장으로 시 주석의 오른팔로 불린 왕치산(王岐山) 부주석의 측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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