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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서장·용산구청장 등 6명 입건…'토끼머리띠男'은 무혐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이 지난달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의 서울경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이 지난달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의 서울경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은 7일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경찰이 현장에 출동해 신고 내용에 대해 조치를 했으나 근무자들은 사고가 발생하리라 예견하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현장 출동에도 불구하고 경력지원 요청 등 후속 조치를 하지 않은 이유를 묻는 기자단 질의에 대한 서면 답변에서다. 김 청장은 “핼러윈에 10만명 이상이 참가할 것이란 용산경찰서 보고서가 사전에 제출됐다”면서도 “(보고서엔) 자체 종합 치안대책에 같은 내용이 있고 일반적으로 예상할 수 있는 수준이라 판단해 별다른 추가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보고·지휘체계 문제에 대해선 “현장에서 한 상황보고와 용산서장의 보고가 지연돼 사고 사실을 늦게 인지했다”고 해명했다.

 지난 4일 경찰청이 공개한 상황보고서에 따르면 김 청장은 지난달 29일 오후 11시 36분에야 이임재 전 용산서장의 전화를 받고 이태원 상황을 인지했다. 다음날 오전 0시 25분에 현장에 도착했다. 김 청장이 사고를 인지한 시점은 윤석열 대통령(29일 오후 11시 1분)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오후 11시 20분)보다 늦은 시각이었다. 한편 이태원 참사에 대한 경찰의 부실대응 여부를 수사하고 있는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이날 “사고 당일 서울청 상황관리관, 전 용산경찰서장, 용산서 정보과·계장, 용산구청장과 용산소방서장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 등으로 입건했다”고 밝혔다. 다음은 김광호 서울청장과의 일문일답

핼러윈 데이 대비 계획 보고받았나
지난달 27일 112상황실장으로부터 이태원 등 주요 행사지역의 핼러윈 데이 치안여건 분석과 대응방안을 보고받았다.
안전사고 우려하는 보고서 제출됐다는데 
용산서의 보고서엔 ▶핼러윈 데이 행사에 10만명 참가 예상 ▶보행자 도로난입·교통 불편·사고 ▶마약·성범죄 등 우려 관련 내용이 담겼다. 용산서 정보과는 자체 종합 치안대책에 같은 내용이 반영돼 있다고 생각해 별도로 조치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서울청 담당자도 보고서 내용이 일반적으로 예상할 수 있는 수준이라 추가 조치를 하지 않았다.
사고 당일 경찰 137명 투입했다는데
용산서는 핼러윈 데이에 대비해 이태원 관광특구를 중심으로 4개 권역에 경찰 137명을 분산 배치했다. 이태원 파출소(32명)가 112 신고를 처리하고 교통기동대(20명)가 무단횡단과 불법 주정차 단속을 하는 식이다.
대규모 집회에 경력 동원돼 핼러윈 대비 못 한 것 아닌가
집회 대비하느라 경력이 부족해 배치하지 못한 게 아니다. 112신고 접수 이후 상황이 심각하다는 걸 인지하지 못해 즉시 조치하지 못한 것은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
소방 공동대응 요청에도 경찰이 소극적이었다는데
교통인력을 배치해 교통관리를 하고 있었지만, 현장 상황을 정확히 인식하지 못해 대규모 인력을 투입할 판단은 하지 못했다.
사고 당일 모니터링 했는데도 왜 조치 없었나
현장 인근에 CCTV 총 3대를 운용했다. 방범용 2대, 교통단속용 1대였다. 사고 당일 용산서 112 종합상황실이 112신고 장소 주변 CCTV 영상을 확인해달라고 요청했는데 용산구청 관제센터 근무자가 “인근 CCTV로는 현장 확인이 어렵다. 사람이 너무 많다. 확인이 필요하다”라고 통보했다.
서울청은 사고를 언제 인지했나 
서울청 상황실은 사고 당일 오후 10시59분쯤 소방으로부터 전화를 받고 사고 사실을 확인한 뒤 용산서에 현장 상황을 파악하고 보고할 것을 지시했다. 이후 29일 오전 0시 2분 경찰청 상황실로 보고한 것으로 알고 있다.

김 청장은 “정확한 인지 시간 및 조치사항은 수사와 감찰조사를 통해 확인하고 있다”고 말을 아꼈다.

‘토끼 머리띠’는 무혐의, ‘각시탈’은 소환 예정

 한편 특수본은 이날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박희영 용산구청장 등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했다. 입건 대상엔 참사 당일인 지난달 10월29일 밤 서울경찰청 상황관리관 당직이었던 류미진 총경, 최성범 용산소방서장도 포함됐다. 용산서 정보과 과장과 계장엔 참사 당일 인파 밀집에 따른 안전사고 우려를 경고한 내부 보고서를 참사 뒤 삭제한 혐의(직권남용, 증거인멸, 업무상 과실치사상)도 적용했다.
특수본 관계자는 “참고인 조사를 통해 보고서 작성자의 컴퓨터에 저장된 정보보고서 한글파일이 삭제된 사실과 관련 회유 정황을 파악했다”고 말했다. 특수본은 보고서가 자동 삭제된 이후 용산경찰서 간부가 보고서 작성자에게 ‘보고서를 작성하지 않은 것으로 하자’는 취지로 회유한 정황을 포착했다고 한다. 특수본은 보고서 삭제를 회유한 윗선에 대해선 “아직 수사 중”이라고 답했다. 특수본은 기초조사를 마치는 대로 입건된 피의자들을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특수본은 서류 매뉴얼 등 현물 611점과 녹취 파일 등 전자정보 6521점, 휴대폰 2대 등 총 7134점을 압수해 분석하고 있다. 특수본 관계자는 “참사 현장 인근 CCTV 영상 57개와 SNS 영상 등 78개, 제보 영상 22개 등 총 157개 영상에 대한 1차 분석을 마치고 사고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태원 참사 당시 시민들을 밀었다는 의혹이 불거진 ‘토끼 머리띠 남성’은 ‘혐의없음’ 처분을 받았다. “소환 조사 결과 휴대 전화상 위치나 CCTV 조사상 혐의점이 없어 수사를 종결했다”는 게 특수본의 설명이다. 추가로 제보가 접수된 ‘각시탈’은 소환 조사하기로 했다. 최근 유튜브 등에선 ‘각시탈을 쓰고 흰옷을 입은 두 명이 미끄러운 아보카도 오일을 들고 다니면서 길 위에 뿌렸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특수본 관계자는 “CCTV 수사를 통해 아보카도 오일이 아니라 짐빔으로 확인됐고 각시탈의 사진이 촬영된 위치 등으로 보면 혐의점이 없어 보인다”면서도 “일부 SNS 글에 사고 현장에서 이들을 봤다는 내용이 있어 불러 조사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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