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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김정은 풍산개 3마리' 국가반납…"입양 아닌 위탁관리였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문재인 전 대통령 측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으로부터 받은 풍산개 3마리를 국가에 반납하겠다는 의사를 정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7일 정치권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 측은 지난 5일 행정안전부에 양산 사저로 데려갔던 풍산개 3마리를 국가에 반납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이에 대해 문 전 대통령측 관계자는 이날 중앙일보에 "오늘 아침에도 문 전 대통령과 풍산개 한 쌍이 다같이 산책을 다녀왔다"며 "국유재산인 곰이와 송강이를 저희가 입양한 게 아니라 현재까지 위탁관리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입장이 정리되는 대로 발표하겠다"고 전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지난해 8월 29일 관저 앞 마당에서 풍산개들과 시간을 보내고 있다. 문 대통령은 당시 SNS에 "석 달 전 '마루'와 '곰이' 사이에서 태어난 풍산개 새끼 7마리가 모두 튼튼하게 자랐다"며 "많은 분들이 보내주신 의견에 따라 이름을 '아름', '다운', '강산', '봄', '여름', '가을', '겨울'로 지었다"고 밝혔다. 뉴스1

문재인 전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지난해 8월 29일 관저 앞 마당에서 풍산개들과 시간을 보내고 있다. 문 대통령은 당시 SNS에 "석 달 전 '마루'와 '곰이' 사이에서 태어난 풍산개 새끼 7마리가 모두 튼튼하게 자랐다"며 "많은 분들이 보내주신 의견에 따라 이름을 '아름', '다운', '강산', '봄', '여름', '가을', '겨울'로 지었다"고 밝혔다. 뉴스1

풍산개는 2018년 9월 18일 평양 목란관에서 열렸던 3차 남북정상회담 환영만찬에 앞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부부가 문 대통령 부부에게 풍산개 한 쌍의 사진을 보여주며 선물하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그달 27일 우리정부가 판문점을 통해 인수했다.

수컷 '송강'은 2017년 11월28일, 암컷 '곰이'는 2017년 3월 12일 각각 풍산군에서 태어났다.

암컷 곰이와 문 전 대통령이 기르던 수컷 '마루' 사이에서 새끼 7마리가 태어났으며 6마리를 입양 보내고 '다운이'만 청와대에 남았다가 문 전 대통령과 함께 경남 양산 사저로 내려갔다. 올해 3월 문 전 대통령은 당시 윤석열 당선인을 청와대로 초청한 자리에서 “풍산개를 데려가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문 전 대통령측이 이같은 결정을 한 것은 월 250만원에 이르는 관리비를 누가 부담하느냐를 놓고 이견이 생긴 때문으로 전해졌다.

퇴임직전 문 전 대통령측 오종식 비서관과 정부 측 심성보 대통령기록관장이 △ 이 협약서는 동물 복지를 존중하며 2018년 남북정상회담 때 선물로 받은 풍산개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작성됐다 △ 풍산개를 관리하는 데 필요한 경비를 예산으로 지원할 수 있다 △ 행안부는 위탁 대상의 사육과 관리에 필요한 물품·비용을 일반적인 위탁 기준에 따라 합의에 따라 예산의 범위 내에서 지급할 수 있다는 내용의 협약서를 주고받았다.

이에 행안부는 한달 기준 사료값 35만원, 의료비 15만원, 관리 용역비 200만원 등 총 250만원 정도의 예산 편성안(案)을 만들었지만 행안부 내부와 법제처 등에서 반대 의견이 있어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대통령이 재임기간 중 선물은 생물·무생물, 동물·식물 등을 가리지 않고 '대통령기록물'로 분류돼 국가가 소유하게 돼 있다.

다만 올 초 관련 법령 개정으로 다른 '기관'이 맡을 수도 있게 됐다. 전직 대통령도 일종의 기관으로 분류된다.

한편 풍산개 3마리를 관리비 등의 이유로 파양했다는 보도와 관련해 문 전 대통령 비서실 측은 “큰 문제도 아니고 이런 사소한 문제에 대해서까지 드러내는 현 정부 측의 악의를 보면 어이없게 느껴진다”고 비판했다.

비서실 측은 7일 공식입장문을 내고 “문 전 대통령은 대통령기록관으로부터 위탁받아 관리하고 있던 풍산개 ‘곰이’와 ‘송강’을 대통령기록관에 반환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어 비서실은 “풍산개들은 법적으로 국가소유이고 대통령기록물이므로 문 전 대통령 퇴임시 대통령기록관에 이관됐다”며 “대통령기록관에 반려동물을 관리하는 인적·물적 시설과 시스템이 없기 때문에 정서적 교감이 필요한 반려동물의 특성까지 감안해, 대통령기록관 및 행안부와 문 전 대통령 사이에 그 관리를 문 전 대통령에게 위탁하기로 협의가 이루어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도된 바처럼 윤석열 당선인과의 회동에서도 선의의 협의가 있었다”며 “다만 선례가 없는 일이고 명시적인 근거 규정도 없는 까닭에, 대통령기록관과 행안부는 빠른 시일 내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시행령을 개정하여 명시적 근거 규정을 마련할 것을 약속했다”고 말했다.

또한 “행안부는 지난 6월 17일 시행령 개정을 입법예고 했으나 이유를 알 수 없는 대통령실의 이의제기로 국무회의에 상정되지 못했다”며 “그 후 행안부는 일부 자구를 수정하여 재입법예고 하겠다고 알려왔으나 퇴임 6개월이 되는 지금까지 진척이 없는 상황이, 역시 대통령실의 반대가 원인인 듯 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의 경과를 보면, 대통령기록관과 행안부의 입장과는 달리 대통령실에서는 풍산개의 관리를 문 전 대통령에게 위탁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듯하다”며 “그렇다면 쿨하게 처리하면 그만이다. 대통령기록물의 관리위탁은 쌍방의 선의에 기초하는 것이므로 정부 측에서 싫거나 더 나은 관리방안을 마련하면 언제든지 위탁을 그만두면 그만”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정이 든 반려동물이어서 섭섭함이나 아쉬움이 있을 수 있지만, 위탁관계의 해지를 거부할 수 없는 일”이라며 “최근의 언론보도를 보면 대통령실은 문제를 쿨하게 처리하려는 선의도 없는 듯하다. 책임을 문 전 대통령에게 미루고 싶은 것이냐. 아무래도 반려동물이어서 책임을 의식하기 때문이냐”고 반문했다.

비서실은 “문 전 대통령은 오랫동안 풍산개들을 양육했고, ‘곰이’가 근래 입원수술하는 어려움도 겪었기 때문에 풍산개들을 돌려보내는 것이 무척 섭섭하지만, 6개월간 더 돌볼 수 있었던 것으로 위안을 삼는다”며 “대통령기록관이 풍산개들을 잘 관리할 것으로 믿지만, 정서적인 부분까지 신경써서 잘 돌봐주기를 바라마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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