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봉화군 아연광산에 매몰사고로 221시간 동안 고립됐다가 구조된 선산부(작업반장) 박정하(62)씨가 “트라우마는 남았지만, 몸은 호전되고 있다”고 밝혔다.
박씨는 7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정신적으로 받았던 트라우마는 조금 있는 것 같다. 자는 도중에 소리도 지르고 행동 자체도 커져서 침대에서 떨어질 정도”라며 “근육 상태는 많이 호전되고 있고, 안대도 빼고 정상으로 식사도 하고 있다”고 현재 몸 상태에 대해 전했다.
열흘 만에 세상에 나온 소감에 대해 묻자 “연출된 드라마 한 편 같았다”고 말했다.
박씨는 “매몰 열흘째 구조되기 직전 갱구 헤드램프가 남아 있을 때 다녀보자 해서 올라가는 도중에 헤드램프가 깜빡거리기 시작하더라. 그때부터 불안감이 밀려왔다”며 “가서 (헤드램프를) 확인하고 내려와서 같이 있던 동료한테 ‘야, 이제 희망이 없다’는 얘기를 처음으로 했다. 모든 게 다 무너지는 것 같더라”라고 했다.
그는 “그 후 20분도 채 안 돼서 발파라고 외치는 소리가 그렇게 크게 들릴 수가 없었다”며 “진짜 사람 소리인가 하고 옆에 친구한테 소리를 들었냐 하니까 아무 소리를 못 들었다더라. 며칠 전부터 사람 발소리, 사람들이 웅성웅성 얘기하는 소리 등 자꾸 환청 같은 게 들렸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일단 발파 소리를 들었으니 뒤로 좀 물러나자 해서 안전모자를 쓰고 10m 정도 후퇴를 하는 도중에 꽝 하면서 불빛이 보였다”며 “‘이제 살았구나’ 하면서 부둥켜안고 물이 있든 말든 주저앉아서 엉엉 울었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구조를 포기하면 어떡하나 이런 생각이 들지는 않았냐’는 질문에 박씨는 “그런 생각은 한 번도 안 했다”며 동료들의 믿음이 있어 열흘 동안 버틸 수 있었다고 했다.
박씨는 “광부들은 다른 직종보다 동료애가 굉장히 강하다”며 “없는 사람들이 모여서 사는 조직 같은 형태의 사람들이라, 사람다운 냄새가 나는 그런 질릴 정도로의 끈기 있는 인간애는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를 포기하지 않고 구조돼서 나가는 순간 수많은 동료들이 밖에서 진짜 고생을 많이 했다는 것을 봤을 때 제가 그 동료들한테 정말 고맙다는 위로를 해 줄 정도로 눈물이 앞을 가렸다”고 했다.
퇴원해서 하고 싶은 일에 대해 묻자 박씨는 “광산에 종사하고 있는 근로자들이 당하는 사고 중 예방할 수 있는 것들이 상당히 많다. 대통령실 비서관이 (병실에) 왔을 때 광부들이 안전한 범위에서 일할 수 있게 해 달라고 부탁을 했는데, 저도 앞으로 그렇게 될 수 있도록 사회 활동에 접목해서 뭔가를 하고 싶다”면서 다른 광부들의 안전을 위해 일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