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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없다 무너진 그때…'쾅'하며 불빛" 기적의 생환 그 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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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붕화군 아연광산 매몰사고로 고립됐다가 열흘째인 지난 4일 극적으로 구조된 선산부(작업 반장) 박정하(62)씨가 다음날인 5일 병원에서 시력 보호를 위해 안대를 차고 있다.   연합뉴스

경북 붕화군 아연광산 매몰사고로 고립됐다가 열흘째인 지난 4일 극적으로 구조된 선산부(작업 반장) 박정하(62)씨가 다음날인 5일 병원에서 시력 보호를 위해 안대를 차고 있다. 연합뉴스

경북 봉화군 아연광산에 매몰사고로 221시간 동안 고립됐다가 구조된 선산부(작업반장) 박정하(62)씨가 “트라우마는 남았지만, 몸은 호전되고 있다”고 밝혔다.

박씨는 7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정신적으로 받았던 트라우마는 조금 있는 것 같다. 자는 도중에 소리도 지르고 행동 자체도 커져서 침대에서 떨어질 정도”라며 “근육 상태는 많이 호전되고 있고, 안대도 빼고 정상으로 식사도 하고 있다”고 현재 몸 상태에 대해 전했다.

열흘 만에 세상에 나온 소감에 대해 묻자 “연출된 드라마 한 편 같았다”고 말했다.

박씨는 “매몰 열흘째 구조되기 직전 갱구 헤드램프가 남아 있을 때 다녀보자 해서 올라가는 도중에 헤드램프가 깜빡거리기 시작하더라. 그때부터 불안감이 밀려왔다”며 “가서 (헤드램프를) 확인하고 내려와서 같이 있던 동료한테 ‘야, 이제 희망이 없다’는 얘기를 처음으로 했다. 모든 게 다 무너지는 것 같더라”라고 했다.

그는 “그 후 20분도 채 안 돼서 발파라고 외치는 소리가 그렇게 크게 들릴 수가 없었다”며 “진짜 사람 소리인가 하고 옆에 친구한테 소리를 들었냐 하니까 아무 소리를 못 들었다더라. 며칠 전부터 사람 발소리, 사람들이 웅성웅성 얘기하는 소리 등 자꾸 환청 같은 게 들렸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일단 발파 소리를 들었으니 뒤로 좀 물러나자 해서 안전모자를 쓰고 10m 정도 후퇴를 하는 도중에 꽝 하면서 불빛이 보였다”며 “‘이제 살았구나’ 하면서 부둥켜안고 물이 있든 말든 주저앉아서 엉엉 울었다”고 말했다.

경북 봉화군 아연광산 매몰사고로 고립됐던 광부 2명이 지난 4일 오후 11시3분쯤 무사히 구조되고 있다. 뉴스1

경북 봉화군 아연광산 매몰사고로 고립됐던 광부 2명이 지난 4일 오후 11시3분쯤 무사히 구조되고 있다. 뉴스1

‘사람들이 구조를 포기하면 어떡하나 이런 생각이 들지는 않았냐’는 질문에 박씨는 “그런 생각은 한 번도 안 했다”며 동료들의 믿음이 있어 열흘 동안 버틸 수 있었다고 했다.

박씨는 “광부들은 다른 직종보다 동료애가 굉장히 강하다”며 “없는 사람들이 모여서 사는 조직 같은 형태의 사람들이라, 사람다운 냄새가 나는 그런 질릴 정도로의 끈기 있는 인간애는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를 포기하지 않고 구조돼서 나가는 순간 수많은 동료들이 밖에서 진짜 고생을 많이 했다는 것을 봤을 때 제가 그 동료들한테 정말 고맙다는 위로를 해 줄 정도로 눈물이 앞을 가렸다”고 했다.

퇴원해서 하고 싶은 일에 대해 묻자 박씨는 “광산에 종사하고 있는 근로자들이 당하는 사고 중 예방할 수 있는 것들이 상당히 많다. 대통령실 비서관이 (병실에) 왔을 때 광부들이 안전한 범위에서 일할 수 있게 해 달라고 부탁을 했는데, 저도 앞으로 그렇게 될 수 있도록 사회 활동에 접목해서 뭔가를 하고 싶다”면서 다른 광부들의 안전을 위해 일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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