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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국기 달고 달린 샤파르 "우크라이나인은 강하다"

중앙일보

입력

JTBC 마라톤에 출전한 우크라이나 출신 바이탈리 샤파르. 김효경 기자

JTBC 마라톤에 출전한 우크라이나 출신 바이탈리 샤파르. 김효경 기자

"우크라이나인들은 강합니다." 우여곡절 끝에 출전해 원하는 성적을 내진 못했다. 하지만 바이탈리 샤파르(40)는 '우크라이나'란 단어를 힘주어 말했다.

샤파르는 6일 서울 상암~잠실 코스에서 열린 2022 LIFEPLUS JTBC 마라톤에서 2시간2시간13분40초의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최종 순위는 8위. 개인최고기록인 2시간11분52초에는 미치지 못했으나 지난 8월 열린 유럽선수권(2시간26분33초)보다는 훨씬 나아진 성적을 냈다.

이번이 두 번째 한국 방문인 샤파르는 "한국에 오기 전엔 스위스 생모리츠에서 지냈다. 영하 2도였다. 한국은 그리 춥지 않았다"고 웃으며 "유럽선수권 이후 2개월도 안 지나 체계적인 트레이닝을 하지 못해 기록이 만족스럽진 못했다. 아쉽다"고 했다.

사실 샤파르는 대회 출전조차 불투명했다. 사흘 앞둔 3일에야 겨우 한국에 왔다. 그는 "스위스에 머물고 있는데 우크라이나 대사관에서 비자를 발급받는데 일주일이나 걸렸다. 몇 번이나 전화를 했고, 현지시간으로 2일 오후 3시 비행기인데 3시간 전에야 비자를 받았다"고 했다.

샤파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있기 전까지는 수도 키이우에서 살았다. 지난 2월 그는 추위를 피해 케냐에서 전지훈련을 진행했고, 그때 전쟁이 시작됐다. 샤파르는 "2개월 정도 케냐에서 지냈고, 아내가 나를 보러 2주 정도 케냐에 왔다가 돌아간 다음 날 전쟁이 시작됐다"고 했다.

귀국할 수도 없는 처지가 된 그는 스위스육상연맹의 도움을 받아 생모리츠로 넘어갔다. 샤파르는 "스위스의 훈련시설은 훌륭했고, 우크라이나 선수들에게 우호적이었다. 프랑스에서도 연습을 했다. 국제대회에 나갈 때도 힘겹게 체육부 지원을 받아 나갔다"고 말했다. 다른 선수들과 달리 그는 국제대회가 아님에도 이번 대회에서 우크라이나 국명과 국기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달렸다.

샤파르는 "이번 대회도 동료와 함께 오려 했으나 나 혼자 왔다. 우크라이나는 훈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더 많은 동료들과 훈련했으면 좋은 기록을 내지 못했을 텐데, 전쟁 때문에 심적으로도 힘들었다"고 말했다.

수 천 명의 우크라이나인들은 난민이 되어 스위스로 향했다. 샤파르의 가족과 친지들도 스위스, 이탈리아 등 인접국으로 향했다. 샤파르는 "많은 우크라이나인들이 스위스 곳곳에 흩어져 살고 있다. 내 가족도 이곳저곳에 있다. 농장에서 소를 키우는 등 일을 하면서 매주 함께 모여 기도를 한다"고 했다,

샤파르는 "한국은 한국의 역사가 있고, 중국은 중국의 역사가 있다. 우크라이나도 마찬가지다. 우리에겐 우리의 언어와 문화가 있다. 러시아의 주장과 달리 우크라이나인들은 정체성을 갖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이 전쟁이 끝나면 우크라이나는 하나로 더 뭉칠 것이다. 빨리 평화가 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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