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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단순하고 유쾌한 그림에 번득이는 통찰 담아 사람들과 소통해요

중앙일보

입력

일상에서 포착한 한순간을 굵은 선과 면, 화려한 색채로 표현합니다. 동그란 눈, 길쭉한 코와 삐죽 나온 혀, 숯검댕이 눈썹이 반쯤 덮은 눈과 콧수염, 흐늘거리는 몸 등 그 형상이 장난스러우면서도 친근하죠. 그의 그림체는 단순명료하면서도 위트가 있어요. 단순한 선이 재미있는 얼굴을 만들었고, 복잡하지 않은 이 조합이 대중의 흥미를 끌었죠. 프랑스 낭트 출신의 작가 장 줄리앙은 파리를 중심으로 전 세계에서 활발한 작업을 하고 있는 세계적인 그래픽 아티스트입니다.

그의 이름은 낯설 수 있지만 작품만큼은 낯설지 않죠. 전 세계 셀럽들의 SNS에서 수많은 브랜드 상품들에서 우리는 그의 작품을 계속 만나고 있습니다. 일러스트 작품뿐만 아니라 패션‧출판‧사진‧영상‧생활용품‧식음료‧레저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기발한 창의성을 발휘하고 있어요. 세계적인 브랜드들과의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을 뿐만 아니라 유럽·미국·아시아 등 각국을 대표하는 유명 미술관과 갤러리에서 활발한 작품 활동을 이어오고 있죠.

여러 테마 중 ‘포스터맨’ 섹션. 장 줄리앙은 일상에서 포착한 한순간을 굵은 선과 면, 화려한 색채로 표현한다. ⓒ Jean Jullien

여러 테마 중 ‘포스터맨’ 섹션. 장 줄리앙은 일상에서 포착한 한순간을 굵은 선과 면, 화려한 색채로 표현한다. ⓒ Jean Jullien

장 줄리앙의 드로잉은 단순하지만 그 안에 담긴 내용은 제법 심오합니다.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독창적인 작업 스타일을 갖고 있으면서 폭넓은 분야를 작업 소재로 삼죠. 디지털에 중독된 세태를 풍자한 일러스트나 월요병, 정크푸드에 빠진 신체 등 현대인의 일상과 사회적 이슈를 특유의 풍부한 표정과 재치 있는 캐릭터로, 그 상황을 위트 있게 표현함으로써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어요. 그는 주변 세계를 관찰하고 타인과 소통하기에 드로잉만큼 좋은 방법도 없다고 했습니다.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이들이 만나도 통역 없이 그 의미를 전달할 수 있도록 최대한 선을 줄이고 단순하면서도 메시지가 분명하게 담기도록 그리죠.

그의 작품을 좋아하고 직접 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있습니다. 장 줄리앙 첫 번째 회고전 ‘그러면, 거기’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뮤지엄에서 열리고 있는데요. 이번 전시는 대규모 회고전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그가 어린 시절부터 작업하며 보관해온 100권의 스케치북부터 일러스트와 회화, 조각과 오브제, 미디어 아트 등 약 1000점의 다양한 작품들로 구성됐죠.

전시를 기획한 지엔씨미디어 전시사업팀 안현웅 과장은 “일상의 희로애락을 위트 있게 그려내 많은 사람들을 웃게 하는 게 목표라고 하는 장 줄리앙의 예술 세계를 대규모 전시로 기획하여, 남녀노소 모든 사람들이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전시가 되었으면 한다”고 전시 기획 이유를 밝혔죠. “작품은 익숙하지만 작가는 생소할 수 있는데, 그의 예술세계를 초기 작품부터 최근 작품까지 회화‧드로잉‧비디오‧조각 등 다양한 전시물로 구성해 장 줄리앙의 모든 것을 관람객에게 선보이고자 했어요.”

야외 설치작품 ‘퓨전’을 작업 중인 장 줄리앙 작가.

야외 설치작품 ‘퓨전’을 작업 중인 장 줄리앙 작가.

장 줄리앙은 전시의 생동감을 위해 전시장의 상당 부분을 직접 라이브 드로잉으로 채우기로 하고 개막 약 2주 전에 한국에 내한해 작업했죠. “마치 출퇴근하듯 아침부터 저녁까지 수를 놓듯 정성스러운 드로잉으로 채워나갔는데, 개막이 다가오면서 작업하는 시간이 늦은 밤까지 길어져 마치 전시를 코앞에 두고 매일 야간작업하는 미대 학생같이 친근하게 느껴졌습니다.”

전시장 곳곳에는 작가가 직접 그린 라이브 드로잉이 가득하다. 전시장에 시트지처럼 연출된 작업물을 찾아보는 것도 재미다. ⓒ Jean Jullien

전시장 곳곳에는 작가가 직접 그린 라이브 드로잉이 가득하다. 전시장에 시트지처럼 연출된 작업물을 찾아보는 것도 재미다. ⓒ Jean Jullien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야외 공간 잔디 언덕에서는 설치작품 ‘오또’(왼쪽)와 ‘퓨젼’을 볼 수 있다. ⓒ Jean Jullien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야외 공간 잔디 언덕에서는 설치작품 ‘오또’(왼쪽)와 ‘퓨젼’을 볼 수 있다. ⓒ Jean Jullien

실제 전시장 곳곳에는 작은 전시 안내 문구부터 벽면 가로 공간을 빼곡하게 채워 놓은 대형 벽화까지 그가 손수 그린 작업물이 가득하죠. 작가가 직접 채워 넣은 드로잉 작업물은 전시된 작품들과 어우러져 하나의 큰 작품처럼 보이는데요. 전시장 내부에 시트지처럼 감쪽같이 연출된 작가의 핸드 드로잉 작업물을 찾아보는 것도 전시 관람의 재미를 더합니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야외 공간 잔디 언덕에서는 설치작품 ‘오또’와 ‘퓨젼’을 볼 수 있죠. 동대문디자인플라자 건축미와 훌륭한 조화를 이루는 야외 조각도 놓치지 말고 꼭 관람해야 할 포인트입니다.

전시장 입구부터 작가의 개성이 확실하게 드러나는 작품들이 가득한데요. 벽을 한가득 채우고 있는 주황색 얼굴을 마주하고 있으면 자신도 모르게 따라서 미소 짓게 됩니다. ‘100권의 스케치북’ 공간은 작가가 연필을 잡는 방법을 익힌 순간부터 틈나는 대로 드로잉한 100권의 스케치북으로 구성됐어요. 스케치북을 채우는 습관은 작가가 평범한 일상에 더욱 관심을 기울이게 된 계기가 됐죠. 작가의 관심이 어느 방향으로 흘러가는지, 작품 스타일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한눈에 알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다음에는 사방이 드로잉으로 가득찬 방이 나오는데, 장 줄리앙의 습작들로 가득 찬 곳입니다. 십 년이 넘는 시간 동안의 드로잉을 통해 변화된 드로잉 스타일과 각각의 드로잉이 어떤 작품으로 완성됐는지 살펴볼 수 있죠. 일상에서 친숙하게 볼 수 있는 사물들부터 작가의 독특한 상상력이 발휘된 그림들까지 하나하나 뜯어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작품에 빠지게 됩니다.

장 줄리앙은 학생 때부터 수많은 실험적인 작업을 해왔죠. 이러한 경험들을 통해 다양한 매체와 폭넓은 분야를 다루는 작가로 자리매김하게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모형에서 영상으로’는 동생 니코와 함께 작업하며 영상·설치 등 새로운 영역으로 작품 세계를 확장해 간 장 줄리앙의 발자취, 작품세계를 볼 수 있죠. 서로 완벽한 파트너가 되어 주는 두 사람은 지금도 새로운 아이디어를 실험하는 ‘놀이’를 함께 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인증샷을 찍는 ‘종이 인간(PAPER PEOPLE)’ 섹션. 정면에서 보면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것처럼 보인다. ⓒ Jean Jullien

사람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인증샷을 찍는 ‘종이 인간(PAPER PEOPLE)’ 섹션. 정면에서 보면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것처럼 보인다. ⓒ Jean Jullien

사람들의 눈길을 끌고 너나 할 것 없이 인증샷을 찍었던 곳은 바로 ‘종이 인간(PAPER PEOPLE)’ 섹션이었죠. 정면에서 보면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것 같지만, 고개를 조금만 돌려보면 이들이 모두 납작한 ‘종이’임을 알 수 있어요. 종이 인간들을 마주 보며 감상하기도 하고, 거울에 비친 모습을 들여다보며 그들과 하나 된 기분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이번 전시는 내부 사진 촬영이 허가되어 다양한 장 줄리앙의 작품과 기념촬영을 할 수 있어서 더 풍성하고 오래 기억에 남는 전시가 될 것입니다.”

작품의 밑거름이 되어준 가족들과 함께 행복했던 순간들을 추억하며 만든 공간도 만나볼 수 있다. ⓒ Jean Jullien

작품의 밑거름이 되어준 가족들과 함께 행복했던 순간들을 추억하며 만든 공간도 만나볼 수 있다. ⓒ Jean Jullien

장 줄리앙이 일상 속 아름다움을 들여다볼 줄 아는 작가가 된 데에는 부모님, 형제자매와의 끈끈한 유대감이 큰 몫을 차지합니다. ‘가족’ 섹션은 작품의 밑거름이 되어준 가족들과 함께 행복했던 순간들을 추억하며 만든 공간이에요. 그는 SNS를 통해 수많은 작품들을 선보입니다. 즐거운 일상에 대한 관찰, 현대 사회의 아이러니를 위트 있는 표현으로 포스팅하죠. SNS를 자신의 직업에 대한 논평이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공간이자 새로운 아이디어와 표현 재료를 실험하는 탁월한 플랫폼으로 생각합니다.

‘소셜미디어’ 섹션에서는 작가가 사람들에게 작품을 소개하는 매체로 활용하는 SNS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현대인의 일상과 사회적 이슈를 날카롭지만, 단순하고 자유롭게 표현하는 작가의 작품들을 볼 수 있죠. 스마트폰에 중독돼 자유를 빼앗긴 자유의 여신상, 일에 치여 좀비처럼 변한 사람들의 모습 등 그림 하나하나에 스토리가 있어 그냥 지나칠 수 없어요.

책과 잡지, 의류, 다양한 생활 소품 등 여러 형태의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선보인 다양한 작품들도 전시되어 있다. ⓒ Jean Jullien

책과 잡지, 의류, 다양한 생활 소품 등 여러 형태의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선보인 다양한 작품들도 전시되어 있다. ⓒ Jean Jullien

서핑보드를 물고기처럼 표현한 게 인상적이다. 물고기의 입과 눈을 앙증맞게 그려내 서핑이라는 스포츠에 더욱 친근감이 들게 한다. ⓒ Jean Jullien

서핑보드를 물고기처럼 표현한 게 인상적이다. 물고기의 입과 눈을 앙증맞게 그려내 서핑이라는 스포츠에 더욱 친근감이 들게 한다. ⓒ Jean Jullien

이 밖에 책과 잡지, 의류, 다양한 생활 소품, 서프보드, 스케이트보드 등 여러 형태의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선보인 다양한 작품들도 전시되어 있습니다. 특히 서프보드를 물고기처럼 표현한 게 인상적인데 물고기의 입과 눈을 앙증맞게 그려내 ‘서프보드가 이렇게 귀여울 일인가’ 생각이 들고, 서핑이라는 스포츠에 더욱 친근감이 들게 되죠. 그림을 접하는 모든 사람들이 쉽게 공감할 수 있도록, 묘사하고자 하는 대상을 간결하고 직관적으로 표현한 그의 의도가 잘 드러난 작품입니다.

장 줄리앙의 예술세계에서 중요한 점은 공감과 소통입니다. 그 점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이유이기도 한데요. 안 과장은 그의 작품이 사랑받는 이유로 “코로나19로 인해 긴 시간 단절되었던 사람 간의 관계로 현대인의 일상, 사회적 이슈를 글이나 설명 없이 단 한장의 그림으로 공감을 얻는다”며 또한 “불쾌하거나 무거울 수 있는 이슈를 유쾌하게 그려내 사람들을 웃게 하고 어렵지 않게 작가의 메시지를 이해할 수 있어 장 줄리앙의 예술이 사랑받는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다양한 작품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해 온 장 줄리앙. 이번 전시는 초기 작품부터 지금까지 오게 된 발자취, 새롭게 탐구해온 최신 작품들까지 발전 과정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자리입니다. 작가의 마음속 열정의 변화에 따라 작품이 변해가는 과정을 직접 볼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마세요.

‘장 줄리앙 : 그러면, 거기’

기간 2023년 1월 8일(일)까지(휴관일 없음)
장소 서울 중구 을지로 281 DDP 뮤지엄 B2F 전시1관
관람 시간 오전 10시~오후 8시(입장 마감 오후 7시)
관람료 성인 2만원, 청소년 1만5000원, 어린이 1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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