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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김필규의 아하, 아메리카

美 중간선거 이후 “워싱턴에 결론 없는 정치 극장 등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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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김필규 기자 중앙일보 특파원
김필규 워싱턴특파원

김필규 워싱턴특파원

미국의 중간선거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8일(현지시간) 중간선거는 2년 임기의 하원의원 전체(435석)를 갈아치우고, 6년 임기인 상원 100명 가운데 3분의 1을 새로 뽑으니 사실상 우리의 총선과 다를 바 없는 큰 선거다.

대부분 여론조사에 따르면 하원은 공화당의 승리가 유력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중간선거를 나흘 앞둔 지난 4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 연설에서 '메이드 인 아메리카(Made in America)' 구호가 적힌 팻말을 세워두고 자신의 경제 성과를 홍보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중간선거를 나흘 앞둔 지난 4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 연설에서 '메이드 인 아메리카(Made in America)' 구호가 적힌 팻말을 세워두고 자신의 경제 성과를 홍보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현재 50대 50으로 의석을 정확하게 양분하고 있는 상원 역시 공화당이 다수당이 된다면 미국 정책의 무게 중심은 이동이 불가피하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한 연설에서 공화당이 의회를 장악할 경우 당장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액이 삭감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케빈 매카시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가 인터뷰에서 "(내년) 경기침체에 빠진 사람들이 우크라이나에 백지 수표를 쓰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기 때문이다.

강력한 차기 하원의장 후보로 꼽히는 그는 지난 9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통과되자, 공화당이 다수당이 되면 곧바로 이를 손보겠다고 공언했다. 한국 입장에선 IRA 내 한국산 전기차 차별 조항이 바뀔 수 있을지 기대를 품게 하는 대목이었다.

중간선거 이후 미국의 외교·안보정책에 과연 노선 수정이 있을지,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부소장, 앤드루 여 브루킹스연구소 한국석좌, 로버트 매닝 스팀슨센터 선임연구원으로부터 이야기를 들어봤다.

선거 과정에서 나온 발언들은 집권당 견제를 위해 상당히 각을 세웠지만, 현실적으로 갑작스러운 방향 전환은 힘들 거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오히려 혼란스런 국내 정치에 함몰돼 중요한 국제정치 이슈가 외면될 가능성을 걱정했다.

의회를 장악한 공화당이 바이든 대통령의 차남 헌터 바이든 관련 의혹 조사에 착수하고,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을 불러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문제를 물고 늘어지는 등 본격적인 정치 공세에 들어갈 거란 이야기다.

매닝 선임연구원은 "세계가 엄청난 문제들에 직면했는데도, 정작 미국은 중간선거 이후 아무 결론이 없을 쇼가 열리는 거대한 정치 극장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로버트 매닝 "러시아와 협상 압박 가능성"

로버트 매닝 스팀슨센터 선임연구원

로버트 매닝 스팀슨센터 선임연구원

지난 3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최근 여론조사 결과 미국인의 30%는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돕기 위해 너무 큰 비용을 지출한다고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조사에서 6%였던 지난 3월에 비해 분위기가 상당히 바뀌었다.

하지만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상하원을 모두 가져가더라도 당장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입장을 바꾸긴 힘들 거란 전망이다. "여전히 (의회에) 우크라이나 지원을 해야 한다는 충분한 컨센서스가 있다"(앤드루 여)는 이야기다.

케빈 매카시 미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오른쪽)는 지난달 한 매체 인터뷰에서 "경기침체 빠진 사람들이 우크라이나에 백지수표를 쓰려 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줄일 수 있음을 시사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케빈 매카시 미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오른쪽)는 지난달 한 매체 인터뷰에서 "경기침체 빠진 사람들이 우크라이나에 백지수표를 쓰려 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줄일 수 있음을 시사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매닝 선임연구원도 "지금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줄이기에 좋지 않은 시기"라고 봤다. 다만 앞으로 전황에 따라 "바이든 대통령에게 (러시아와) 협상에 나서라는 압박이 가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빅터 차 "대북정책, 북한 하기에 달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 부소장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 부소장

대북정책 역시 중간선거에서 누가 다수당이 돼도 크게 바뀌지 않을 거란 전망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나 중국 견제 등 우선순위에서 밀려 있는 상황에서 웬만하면 현재의 정책을 유지하려 할 거란 이야기다.

앤드루 여 석좌는 "북한이 지금처럼 무력 과시를 이어간다면 미 의회는 (누가 다수당이든) 한반도의 방어와 억제를 지원하기 위한 강한 조처를 지지할 것"이라고 봤다.

지난 5월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미국대사(가운데)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새 대북제재 결의안을 제안했지만 중국과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부결됐다. [중앙포토]

지난 5월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미국대사(가운데)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새 대북제재 결의안을 제안했지만 중국과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부결됐다. [중앙포토]

빅터 차 부소장은 "대북정책은 중간선거보다는 북한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중간선거와 이번 달 예정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 기간 사이 핵실험을 하고, 미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대북 제재 결의안을 내는 시나리오를 예측했다. 하지만 러시아·중국의 거부권에 막혀 결국 채택은 불발되고, 미국과 뜻을 같이하는 나라들끼리 독자 제재를 하게 될 것으로 봤다.

앤드루 여 "IRA 개정은 판도라 상자"

앤드루 여브루킹스연구소 한국석좌

앤드루 여브루킹스연구소 한국석좌

매닝 선임연구원은 "경제 측면에서 공화당은 민주당보다 오히려 더 국수주의적"이라고 했다. 따라서 중간선거 이후 누가 다수당이 되던 바이든 정부의 '메이드인 아메리카' 정책은 유지되거나 더 강화될 수 있다고 봤다.

미국산 제품에 세재 혜택을 주는 내용이 포함된 IRA의 개정도 모두 쉽지 않을 거라고 봤다.
앤드루 여 석좌는 "의회에서 전기차 지원에 대한 조항을 고치려 하면 다른 조항도 손을 대야 할 것"이라며 "IRA 개정은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의회는 어떤 변화도 꺼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달 25일 미국 조지아주 브라이언카운티에서 열린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기공식에서 정의선 회장과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 라파엘 워녹 연방 상원의원 등 참석자들이 첫 삽을 뜨고 있다. [뉴스1]

지난달 25일 미국 조지아주 브라이언카운티에서 열린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기공식에서 정의선 회장과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 라파엘 워녹 연방 상원의원 등 참석자들이 첫 삽을 뜨고 있다. [뉴스1]

빅터 차 부소장은 "IRA로 인해 현대차가 얻게 될 불이익을 이해한다"면서도 "그 기간은 조지아에 현대차 전기차 공장이 지어지기까지 1년 반 정도에 그칠 수 있다"고 했다. 따라서 "한국 배터리 업체가 중국을 누르고 얻게 될 큰 이익 등을 고려할 때 과민반응하기보다는 균형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