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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차이나 중국읽기

시진핑 집권의 세 모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8면

 유상철 중국연구소장·차이나랩 대표

유상철 중국연구소장·차이나랩 대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과연 언제까지 집권할 것인가. 중국 공산당 총서기 3연임에 이어 최고 지도부인 정치국 상무위원회를 모두 자신의 사람으로 채워 ‘공산당 1당 지배’를 넘어선 ‘시진핑 1인 천하 시대’를 열었다는 말을 듣는 시 주석의 앞으로 임기가 관심이다. ‘15년+알파(α)’의 임기 중 알파가 도대체 얼마나 될 것이냐의 이야기다. 이 같은 시 주석의 초장기 집권 롤 모델과 관련해 세 명을 생각할 수 있다.

시진핑이 지난 20차 당 대회에서 3연임에 성공한 이후 이제 관심은 그가 과연 언제까지 집권할 것인가에 쏠린다. [연합뉴스]

시진핑이 지난 20차 당 대회에서 3연임에 성공한 이후 이제 관심은 그가 과연 언제까지 집권할 것인가에 쏠린다. [연합뉴스]

첫 번째는 시진핑의 우상인 마오쩌둥(毛澤東)이다. 1893년생인 마오는 1935년 준이(遵義)회의를 통해 중국 공산당의 1인자가 된 이래 76년 사망할 때까지 집권했다. 당 주석의 신분으로 은퇴하지 않고 끝까지 권력을 쥐고 있다고 죽음으로써 권력을 내려놓았다. 은퇴가 없이 죽어야 비로소 권좌에서 내려오는 이는 황제다. 그래서인지 마오에겐 ‘황제’라는 말이 따랐다. 그러나 너무 많은 사람의 목숨을 대가로 한 것이었기에 그 앞엔 ‘괴물’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괴물 황제’ 마오는 천수를 다한 83세에야 권력에서 물러났다.
두 번째는 덩샤오핑(鄧小平)이다. 덩은 89년 중앙군사위 주석 자리를 장쩌민(江澤民)에게 물려주며 공식적인 직책은 갖지 않았다. 그러나 93세이던 97년 사망할 때까지 실질적인 중국의 1인자였다. 어떻게 이게 가능했나. 87년 열린 중국 공산당 제13기 중앙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에서 ‘중요한 사안에 관해 덩에게자문을 구할 수 있다’고 결정했기 때문이다. 당시 이 같은 결정은 당의 전체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포장됐다.

마오쩌둥은 1935년 중국 공산당의 1인자가 된 이후 76년 사망할 때까지 41년간 권좌를 지켰다. [중국 바이두 캡처]

마오쩌둥은 1935년 중국 공산당의 1인자가 된 이후 76년 사망할 때까지 41년간 권좌를 지켰다. [중국 바이두 캡처]

덩의 정치적 경험과 지혜가 그 어떤 정치국 상무위원보다 풍부하다고 생각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자오쯔양(趙紫陽)은 말했다. 자오의 훗날 회고에 따르면 이 13기 1중전회에선 비단 중요한 사안을 덩에게 통보해 자문을 구하는 데 그치지 않고, 덩의 집에서 직접 회의를 하며 중대한 문제는 덩이 결정할 수 있게 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이런 당내 비밀을 자오가 89년 천안문 사태 때 외부에 발설해 훗날 숙청당하는 중요 원인 중의 하나가 됐다. 어찌 됐든덩은 공식적인 직책은 갖지 않은 채 죽을 때까지 권력을 장악한 케이스다.
시진핑 초장기 집권의 세 번째 롤 모델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다. 푸틴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보다 한 살 많은 1952년생이다. 48세이던 2000년부터 지금까지 무려 22년 동안 러시아의 최고 실력자로 군림 중이다. 헌법을 수정한 결과 2024년에 또다시 대통령 선거에 도전할 수 있다. 러시아 대통령의 한 번 임기는 6년으로 연임이 가능해 산술적으로 2036년까지 집권할 수 있다. 이때 푸틴의 나이는 84세가 된다.

덩샤오핑은 모든 공직에서 물러났음에도 죽을 때까지 절대 권력을 누렸다. [중국 바이두 캡처]

덩샤오핑은 모든 공직에서 물러났음에도 죽을 때까지 절대 권력을 누렸다. [중국 바이두 캡처]

시진핑은 중국의 1인자가 된 후 가장 먼저 푸틴을 찾아 “당신과 나는 닮은 데가 참 많다”고 했다. 뭐가 닮았다는 것인가. 권력에 대한 집착으로 보인다. 푸틴이 2036년 84세까지 집권한다면, 시진핑이 2037년 84세까지 집권하지 못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시진핑이 22차 당 대회가 열리는 2032년 다섯 번째로 총서기에 선출되면 가능한 일이다.
지난달 19일 홍콩 명보(明報)에 글 하나가 실렸다. 1980년대 덩샤오핑의 영어 통역을 한 가오즈카이(高志凱) 중국 쑤저우(蘇州)대학 교수와의 인터뷰다. 가오는 인터뷰에서 86년의 덩샤오핑은 세계의 중심으로 모든 사람이 중국으로 와 덩을 만나려 했다고 회고했다. 그때 덩의 나이가 82세였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13년 초 러시아를 방문해 푸틴 대통령을 만났을 때 “당신과 나는 닮은 데가 많다”고 말했다. 권력에 대한 강한 의지가 비슷하다는 뜻으로 읽힌다. [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13년 초 러시아를 방문해 푸틴 대통령을 만났을 때 “당신과 나는 닮은 데가 많다”고 말했다. 권력에 대한 강한 의지가 비슷하다는 뜻으로 읽힌다. [연합뉴스]

그러면서 가오는 중국이 기본적으로 사회주의 현대화를 이루는 2035년이 시진핑의 나이 82세가 될 때라고 말했다. 시진핑이 임기 내 대만문제를 해결한다면 중국 역사상의 위인이 돼 앞으로 5년 아니라 더 집권해도 문제가 안 될 것이라고도 말했다. 시진핑의 초장기 집권을 향한 바람잡기는 이미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은 마오와 덩, 푸틴 등 세 명의 롤 모델 중 누구를 가장 선호할까. 아마도 덩이 아닐까 싶다. 이는 아무런 타이틀을 갖지 않고도 절대자로 군림할 수 있는 경우다. 시 주석이 당내 1인자인 ‘핵심’ 지위를 넘어 중국 인민 전체의 지도자를 뜻하는 ‘영수(領袖)’ 지위를 노리는 게 그 방증이다. 시진핑이 ‘인민 영수’ 칭호를 얻게 될 경우 공식적인 당 총서기 지위를 능가할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 주석의 초장기 집권은 언제까지 지속되나 #마오쩌둥과 덩샤오핑, 푸틴의 세 명 롤 모델 있어 #공식 직책 없이 평생 권력 누린 덩 모델 추구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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