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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일본 관함식 참가…한·미·일 안보협력 가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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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6일 일본 가나가와현 사가미만에서 열린 해상자위대 창설 70주년 기념 국제관함식에 참가한 한국 해군의 군수지원함인 소양함(1만1000t급). 우리 해군 함정이 일본 주최 관함식에 7년 만에 참가하는 등 북한 위협에 대응한 한·미·일 안보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6일 일본 가나가와현 사가미만에서 열린 해상자위대 창설 70주년 기념 국제관함식에 참가한 한국 해군의 군수지원함인 소양함(1만1000t급). 우리 해군 함정이 일본 주최 관함식에 7년 만에 참가하는 등 북한 위협에 대응한 한·미·일 안보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한·미가 대규모 연합공중훈련인 ‘비질런트 스톰(Vigilant Storm)’을 하루 연장해 지난 5일 마치면서 북한의 추가 도발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미가 미국의 전략자산을 상시 배치 수준으로 한반도에 전개하는 데 합의하고, 해군 함정이 7년 만에 일본이 주최하는 관함식에 참가하는 등 한·미·일 안보협력도 빠르게 강화하고 있다.

한국 해군의 군수지원함인 소양함(1만1000t급)은 6일 오전 11시39분쯤 일본 사가미(相模)만에서 열린 해상자위대 창설 70주년 기념 국제관함식에 모습을 드러냈다. 일본 해상자위대 호위함을 선두로 한 다국적 함대의 마지막 대열에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승선한 이즈모함(2만7000t급)을 향해 경례하는 등 해상 사열을 했다.

이종호 해군참모총장 등 각국 해군 수뇌부도 이즈모함에 탑승하고 있었다. 이 총장은 이번 관함식을 계기로 7일부터 이틀간 열리는 서태평양 해군심포지엄(WPNS)에 참석한다. 관함식을 마친 소양함은 7일 열리는 다국간 연합훈련인 해상 수색·구조 훈련(SAREX)에 참가한 뒤 오는 10일께 귀환한다. 일본 주최 관함식에 해군 함정이 참가하기는 2015년 이후 7년 만이다. 2015년 관함식에는 충무공이순신급 구축함인 대조영함(4400t급)이 갔다.

미사일 사흘새 35발 폭풍도발한 북 “핵능력 만천하에 각인”

한·미 연합공중훈련 ‘비질런트 스톰’ 마지막 날인 지난 5일 미군의 전략폭격기 B-1B(랜서) 2대가 우리 공군의 F-35A 4대, 미 공군의 F-16 4대와 함께 한반도 상공을 비행 하고 있다. [사진 합동참모본부]

한·미 연합공중훈련 ‘비질런트 스톰’ 마지막 날인 지난 5일 미군의 전략폭격기 B-1B(랜서) 2대가 우리 공군의 F-35A 4대, 미 공군의 F-16 4대와 함께 한반도 상공을 비행 하고 있다. [사진 합동참모본부]

이번 관함식은 일본에서 20년 만에 열리는 역대 두 번째 국제관함식이다. 관함식엔 한·미·호주·인도·캐나다·싱가포르 등 12개국에서 18척의 함정이 참가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한·미·일 안보협력이 더욱 중요해진 상황이고, 특히 일본과의 협력은 해군 간 협력”이라며 “북한의 도발이 계속되는 가운데 관함식에 참석함으로써 협력의 공간이 더욱 넓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한·미의 비질런트 스톰 훈련 기간에 ‘화성-17형’으로 추정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한 발을 포함해 총 35발의 미사일을 쏘는 등 긴장을 계속 끌어올렸다. 이번 훈련 시작 전부터 “북침 전쟁 연습”이라고 맹비난하던 북한은 지난 2일 휴전 이후 처음으로 북방한계선(NLL)을 넘겨 미사일을 쐈다. 또 지난 4일에는 군용기 180여 대를 출격시켜 공대지 사격에 나서는 등 연합공중훈련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이번 훈련 마지막 날인 지난 5일엔 미국의 전략자산인 B-1B ‘랜서’ 초음속 폭격기 2대가 한반도로 긴급 전개된 상황에서도 서해상으로 미사일 네 발을 연속해서 쐈다.

F-35A 있는 청주기지 겨냥 CRBM 실험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평안북도 동림군 일대에서 이날 오전 11시32분쯤부터 27분간 서해상으로 탄도미사일 네 발을 발사했다. 중국 단둥(丹東)에서 불과 30여㎞ 떨어진 곳에서 서해로 미사일을 쏘는 이례적인 군사행동이어서 정부와 군 당국은 그 의도를 분석하고 있다. 한·미 군 당국은 미사일 네 발 모두 약 20㎞ 고도로 약 130㎞를 비행한 것으로 탐지했다. 속도는 마하5(음속의 5배) 정도였다. 전문가들은 ‘북한판 KTSSM’으로 평가되는 신형 전술유도무기를 쏜 것으로 추정했다. KTSSM은 국방과학연구소(ADD)가 개발 중인 신형 전술 지대지미사일이다. 북한은 같은 미사일을 지난 4월 16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시험발사한 적이 있다.

권용수 전 국방대 교수는 “1개 발사대에서 네 발을 연속 발사한 것으로 보인다”며 “소형 탄두이면서 신속하게 발사할 수 있는 미사일로 일반적인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보다 사거리가 짧은 전술 단거리 탄도미사일(CRBM)”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북한군이 최전방에서 쏠 경우 F-35A 스텔스 전투기가 배치된 청주기지와 주한 미 공군 오산기지가 사정권인 만큼 이들 기지에 대한 타격 능력을 과시한 것이란 풀이가 나온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북한의 행태를 두고 군 안팎에선 “북한은 어떤 빌미라도 만들어 긴장을 계속 고조시키다가 7차 핵실험을 강행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박원곤 교수는 “미사일 발사 등 각종 도발에 비용이 많이 소요된다는 측면에서 북한이 이런 국면을 오래 끌고 가긴 힘들 것”이라며 “단기간에 긴장을 집중적으로 조성한 뒤 핵실험을 진행할 것”으로 내다봤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6일 “올해 사상 최고의 열병식이 성대히 거행되고 공화국 무력의 군사기술적 강세와 실전 능력을 만천하에 각인시켰으며 우리 국가의 지위가 불가역적인 것으로 됐다”고 주장했다. 이는 북한의 핵무기 고도화와 핵보유국 지위가 불가역적이며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북한이 핵보유국임을 기정사실로 해야 한다는 입장을 되풀이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9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핵보유국’ 선언을 했다.

북한의 무력시위가 거칠어지는 상황에서 이에 대응한 한·미·일 안보협력도 가속화하고 있다. 북한이 지난 3일 ICBM을 발사하자 한·미 국방장관은 이날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제54차 한·미 안보협의회의(SCM)에서 ‘비질런트 스톰’ 훈련 연장을 즉각 결정했다. 또 양국 장관은 미국의 전략자산을 상시 배치 수준으로 한반도로 보내는 데 합의했다. 당초 이번 훈련 참가 대상이 아니었던 B-1B 두 대를 곧바로 괌에서 보낸 것도 이런 의지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B-1B의 한반도 전개는 2017년 12월 이후 5년여 만이다. B-1B 두 대는 5일 오후 한반도 상공에서 공군 F-35A 네 대, 미 공군 F-16 네 대와 함께 비행했다.

미, 북핵 정찰기 ‘리벳조인트’도 출동

군 소식통은 “북한이 이날 오전 미사일을 쏜 이후에 B-1B가 들어왔다”며 “이에 앞서 미 공군 RC-135V ‘리벳 조인트’ 정찰기가 한반도 주변에서 감시 활동을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리벳 조인트는 전자정보(ELINT)·통신정보(COMINT)를 실시간 수집·분석하고 발신지를 추적·탐지하는 정찰기로 북한의 핵·미사일 활동을 집중적으로 파악한다.

한·미 국방장관은 이번 SCM에서 한·미·일 3국 협력도 거듭 강조했다. 양국 장관의 공동성명에는 “정보 공유, 고위급 정책협의, 3자 훈련, 인적 교류 등 한·미·일 3자 안보협력과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3국의 대응태세 강화에 기여하는 미사일 경보 훈련, 대잠전 훈련을 지속해 나간다”는 내용이 들어갔다. 이와 함께 한·미·일 안보회의(DTT) 등 정례 안보회의체도 가동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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