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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는 냉정하고, 마음은 따뜻했다...박은신 시즌 2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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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은신. 사진 KPGA

박은신. 사진 KPGA

박은신이 6일 구미시 골프존카운티 선산 골프장에서 벌어진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골프존·도레이 오픈에서 우승했다. 1타 차 단독 선두로 경기를 시작한 박은신은 최종라운드 5언더파 67타를 쳐 합계 17언더파로 김동민을 한 타 차로 제쳤다.

마지막 홀, 박은신에게 한 타 뒤진 김동민의 이글 퍼트가 홀 옆을 살짝 스쳐 지나갔다. 박은신으로서는 움찔했을 법했다. 김동민은 만만치 않은 거리의 버디를 집어넣고 박은신을 계속 압박했다. 그러나 박은신은 버디 퍼트를 침착하게 넣고 우승을 확정했다.

박은신은 지난 5월 먼싱웨어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에서 프로 13년 만에 첫 우승을 차지했다. 박은신은 “첫 우승을 하고 나서 좀 달라졌다. 이전에는 우승 경쟁할 때 초조하고 판단 착오도 많았다. 오늘은 경기 시작하고 5개 홀 동안 버디를 못했다. 이전 같으면 급해졌을 텐데 침착하게 기다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박은신은 또 “마지막 홀에서 김동민이 버디 퍼트를 넣기를 바랐다. 함께 버디 퍼트에 성공해 멋지게 끝내고 싶었다”고 할 정도로 여유가 있었다.

차가운 바람이 부는 늦가을 날씨처럼 박은신의 경기는 침착했다. 5개 홀을 기다린 박은신은 파 5인 6번 홀에서 이글을 잡았다. 8번 홀에서 3퍼트로 한 타를 잃었지만, 이후 3연속 버디로 달아났다. 파 5인 마지막 홀에서 박은신은 무리하게 그린을 노리지 않고 그린 앞에 볼을 떨궈 칩샷을 붙여 버디를 잡아냈다.

박은신은 "김경태 선수가 1등으로 출발할 때와 추격할 때의 마음 가짐을 알려줬는데 그대로 하니 완벽한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그 비결을 알려달라는 말에 그는 "선배의 중요한 영업비밀이라 말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그의 마음은 따뜻했다. 경기 직후 한설희 아나운서가 질문하지도 않았는데 할 말이 있다고 했다. 그는 “지난주 안타까운 이태원 참사가 있었다. 고인들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에게 위로의 말씀 전해드리고 싶다”고 했다. 그는 약간 울컥했다. 그가 따뜻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프로 데뷔 후 127경기 만에 우승한 박은신은 6개월, 국내 대회 7경기 만에 우승했다. 그의 첫 스트로크 대회 우승이었다. 박은신은 지난 3월 몸이 아팠다. 박은신은 "하루에 두 번 헬스장에 가는 등 너무 많이 운동한 게 문제였다"고 했다. 다리 관절 횡문근이 파열되면서 신장 기능이 나빠지는 ‘횡문근 융해증’이 생긴 것이다. 골프를 그만둬야 할지도 모른다는 진단을 받았다. 박은신은 이후 운동량을 줄이고 첫 우승했다.

그는 또 “미국 (2부 투어) Q스쿨 2차전에서 떨어져 씁쓸했는데 한국에서 다시 우승해서 감사하다. 2승을 했으니 3승, 4승도 하겠다. PGA 투어에 가는 게 아직도 나의 꿈”이라고 말했다.

한편 제네시스 포인트 순위 80위를 넘겨(88위) 내년 출전권을 잃을 위기였던 김동민은 준우승으로 내년 시드를 받았다. 지난 대회(제네시스 챔피언십)에서 첫 우승을 차지했던 김영수는 이날 9언더파를 치면서 합계 14언더파 공동 3위가 됐다.

구미=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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