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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료는 6700원→1만6000원 올랐는데"…배춧값은 폭락 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3일 강원 춘천시 서면 신매리에서 농민들이 가을배추를 수확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3일 강원 춘천시 서면 신매리에서 농민들이 가을배추를 수확하고 있다. 연합뉴스

“10㎏짜리 배추 한 망에 6000원은 넘어야 하는데, 한숨만 나옵니다.”

강원 춘천시 서면 신매리에서 30년 넘게 배추 농사를 짓는 홍윤표(65)씨는 지난 4일 서울 가락동시장에 배추가 3포기씩 들어있는 그물망 4000개(개당 10㎏)를 보냈다. 홍씨가 보낸 배추는 이날 경매에서 10㎏ 한 망 당 3400~5200원에 낙찰됐다. 낮게는 한 포기 당 1130원가량에 판 것이다.

홍씨는 “망 1000개당 상차비 85만원, 운송비 55만원, 망값 20만~22만원, 도매시장 수수료 등을 다 제하고 그동안 들어간 인건비, 비룟값까지 계산하면 오히려 손해라 답답한 상황”이라며 “수확하는 배추가 모두 크기나 품질이 좋은 게 아니기 때문에 좋은 배추는 10㎏ 한 망에 6000원 정도는 나와야 그나마 남는 게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3일 강원 춘천시 서면 신매리에서 농민들이 가을배추를 수확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3일 강원 춘천시 서면 신매리에서 농민들이 가을배추를 수확하고 있다. 연합뉴스

춘천지역 배추 6000원 넘는 건 단 ‘2건’

지난 4일 서울가락동시장 경매결과를 보면 산지가 춘천인 배추의 10㎏ 한 망 당(3포기) 가격은 등급에 따라 1300~6400원이었다. 6000원이 넘는 건 단 2건에 불과했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10월 4주차(22~28일) 가락동시장 주요 품목별 주간동향을 보면 배추 한 망 평균 가격이 7907원이다. 지난 9월 평균이 2만2108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지난달 말 이미 3분의 1수준으로 떨어진 상황이었다.

배춧값이 계속 떨어지는 상황에서 배추를 트럭에 실어 서울가락동시장으로 보내는 작업팀마저 없어 출하를 못 하는 농민도 있다. 춘천 서면 서상리에서 배추와 무 농사를 짓는 홍영기(56)씨는 지금이 출하 시기지만 작업팀을 구하지 못해 발을 구르고 있다.

홍씨는 “출하를 못 하는 것도 문제지만 작업팀을 구해 출하를 해도 문제다. 한 망에 1000원대를 받으면 농민들 죽으라는 얘기 밖에 안된다”며 “배춧값이 쌀 땐 뒷짐 지고 있다가 배춧값이 금값되면 비싸다고 정부가 나서서 가격을 낮추니 농민만 힘들다. 농산물 가격은 농민이 감당해야 하는 부분이니 시장 논리에 맞게 놔뒀으면 한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김장철을 앞둔 지난 1일 오전 경북 포항시 죽도시장에서 상인들이 배추를 손질하고 있다. 뉴스1

본격적인 김장철을 앞둔 지난 1일 오전 경북 포항시 죽도시장에서 상인들이 배추를 손질하고 있다. 뉴스1

정부 ‘수매물량 방출’에 폭락

이처럼 김장철을 앞두고 배춧값이 급격하게 떨어지자 농민들 사이에선 정부가 수매물량을 방출해 의도적으로 배춧값 폭락을 조장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농업유통법인중앙연합회(한유련)에 따르면 지난달 17∼31일 가락시장에 출하된 정부의 배추 수매물량은 2090t이다. 같은 기간 가락시장 배추 전체 반입량이 7080t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3분의 1가량이 정부 물량이다. 정부 수매물량이 처음 출하된 지난달 17일 배춧값은 8111원을 기록했다.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해 같은달 26일에는 7837원, 31일에는 6599원까지 떨어졌다.

한유련이 올해 전남 해남지역 가을배추 생산원가를 조사한 결과, 해남지역 가을배추 생산원가는 각종 원자재비 상승 영향으로 10㎏ 한 망에 7494원에 달했다. 지난해 20㎏ 기준 6700원 하던 복합비료가 1만6300원으로 오른 데다 50만원 수준이던 상차비도 75만원으로 올랐다. 또 운송비의 경우 60만원에서 90만원으로 올랐다는 것이 한유련 관계자의 설명이다.

지난 3일 강원 춘천시 서면 신매리에서 농민들이 가을배추를 수확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3일 강원 춘천시 서면 신매리에서 농민들이 가을배추를 수확하고 있다. 연합뉴스

‘6700원’ 하던 비료 ‘1만6300원’

이에 한유련 측은 정부가 현재 남은 비축물량에 대해서는 방출을 자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광형 한국농업유통법인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올해의 경우 일교차가 심한 데다 강원지역이 가물면서 출하가 늦어졌다. 가격 흐름을 보면 배추 출하량이 증가하면서 하락 추세가 너무나도 뚜렷했다”며 “10월 말이면 배춧값이 자연스럽게 평년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 명확한 상황이었는데 정부가 수매물량을 방출하면서 배춧값이 생산원가 밑으로 폭락했다”고 말했다.

한편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번 수매물량 방출이 수급 상황에 따른 통상적인 절차였다는 입장이다. 9월 비정상적인 배춧값 강세가 이어졌고 이에 따라 불가피하게 방출을 결정했다는 것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배춧값이 9월 중순부터 역대 최고 수준으로 치솟아 수급정책이 시행되지 않았다면 비정상적으로 가격이 높은 기간이 길어졌을 가능성이 있다”며 “현재 배춧값 하락이 우려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향후 방출 계획을 재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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