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수주절벽' 반등했지만…한국 조선업이 넘어야 할 세 가지 [뉴스원샷]

중앙일보

입력

뉴스 ONESHOT’ 외 더 많은 상품도 함께 구독해보세요.

도 함께 구독하시겠어요?

한국 조선산업이 오랜 불황의 터널을 벗어날 수 있을까. 업계에서는 몇 가지 위험요인에 대비하면 한국 조선업의 부활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사진은 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 도크 모습. 사진 현대중공업

한국 조선산업이 오랜 불황의 터널을 벗어날 수 있을까. 업계에서는 몇 가지 위험요인에 대비하면 한국 조선업의 부활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사진은 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 도크 모습. 사진 현대중공업

오랫동안 고전했던 한국 조선업이 부활의 기지개를 켜고 있다.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수주 호황으로 수년 치 일감을 수주하면서 모처럼의 ‘봄날’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 하락과 약해진 국내 조선 산업 생태계, 특정 선종(船種)에 치중된 수주 등은 ‘한국 조선업 봄날’에 꽃샘추위 같은 위험요인이다. 전문가들은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 적극적으로 대비하고 기초체력을 길러 위기를 돌파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점유율은 상승, 발주량은 줄어

6일 영국 조선·해양 시황 전문기관인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9월 전 세계 선박 발주량 가운데 한국 조선 업체가 수주한 물량은 22척, 132만CGT(표준선환산톤수)로 전체의 61%를 차지했다. 중국(27척, 55만CGT)을 두 배 넘는 차이로 제치고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올해 누계에서도 한국이 1322만CGT, 중국이 1327만CGT로 시장점유율 44%씩을 나눠 가지며 선두를 달렸다. 수주 잔량은 한국이 3606만CGT(35%), 중국이 4334만CGT(42%)다. 수주 잔량은 국내 조선 업체들이 향후 3년간 건조할 수 있는 물량이다. 한때 ‘수주절벽’으로 고난의 행군을 했던 것을 감안하면 명백한 반등에 성공한 셈이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하지만 본격적인 반등이 시작됐던 지난해와 비교하면 감소 폭이 크다. 올 3분기 한국 조선 업체의 누적 수주액은 350억1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6% 줄었다. 우리 조선업 주력인 LNG 운반선의 3분기 수주 역시 326만CGT로 작년 동기와 비교하면 11.1% 감소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본격화한 2019~2020년 상황이 후행(後行)했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고금리의 영향으로 내년 신조선(新造船·새로 만드는 배) 시장은 크게 둔화할 것이란 게 주요 연구기관의 분석이다. 클락슨리서치와 글로벌 경제연구소들의 전망을 종합하면, 세계 신조선 발주량은 올해 3500만CGT로 지난해 대비 32.7% 줄어들 전망이다. 내년은 더 상황이 악화해 2200만CGT에 그칠 것으로 예상한다.

한국 조선 업체의 수주량도 덩달아 줄어들 전망이다. 올해 추정치는 1460만CGT로 지난해(1770만CGT)보다 31.7%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수주량은 850만CGT로 다시 37.1%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불과 2년 새 수주량이 반토막 날 것이란 예상이다.

선박 발주가 줄어드는 건 복잡한 선박금융 특성상 고금리 시대에 선주들이 새로운 대출을 일으키는 것을 꺼리기 때문이다. 여기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영향으로 신조선 가격이 상승하고 있는 것도 투자를 움츠리게 하는 요인이다.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완료되면 한국 조선업 '빅3'의 경쟁력이 더 커질 것이란 기대감이 높다. 사진은 대우조선해양 거제 옥포조선소 1독에서 진수 작업이 이뤄지는 모습. 연합뉴스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완료되면 한국 조선업 '빅3'의 경쟁력이 더 커질 것이란 기대감이 높다. 사진은 대우조선해양 거제 옥포조선소 1독에서 진수 작업이 이뤄지는 모습. 연합뉴스

특정 선종에 편중… ‘플랜트의 악몽’

한국 조선업은 2010년대 해양 플랜트 수주가 밀려들면서 호황을 누렸다. 하지만 저유가 시대에 접어들면서 ‘수주절벽’을 맞았고 특정 선종에 지나치게 투자하다가 위기에 빠졌다. 최근 LNG선 편중 현상이 심화하는 건 한국 조선업에 기회지만, 위험요인이기도 하다는 전망도 있다.

한국수출입은행이 지난달 31일 발간한 『해운조선업 2022년 3분기 동향 및 2023년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한국 조선 업체가 수주한 선종은 LNG선이 64.6%, 컨테이너선이 30.9%로 두 선종이 전체의 95.5%를 차지하고 있다. ‘카타르 프로젝트’ 등으로 수요가 많이 늘어난 데다 LNG선 건조 기술에서 절대 우위를 지닌 덕분이지만, 향후 생산과정에 위험요인이 될 수도 있다는 게 보고서의 지적이다.

보고서는 “조선소 인력 부족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는 가운데 가장 노동력을 많이 요구하는 이들 2개 선종이 수주 대부분을 차지하는 건 향후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조선 기자재 업체 관계자는 “조선 생태계, 특히 협력업체들의 재무 상태와 인력 구조가 취약해진 상황에서 특정 선종으로의 편중은 사업 환경이 급변할 경우 큰 위험요인이 된다”고 우려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하지만 내년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 규제가 본격화하면 탱커 등 교체 수요가 본격화하면 이런 편중 현상도 사라질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조선 업계 관계자는 “현재의 편중 현상은 우려할 수준은 아니지만, 과거의 경험을 교훈 삼아 한국 조선 생태계 전반의 위기 대응 능력을 키울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인력난 해결해야… 노사 갈등도 불씨

또 다른 위험요인은 인력난이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가 산업통상자원부 지원으로 지난달 23일 발간한 ‘조선해양 산업 인력지원방안 연구’ 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조선업의 경쟁력 유지를 위해선 앞으로 5년 동안 4만3000여 명의 전문인력이 추가로 투입돼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선업 종사자 수는 2014년 20만3441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급감했다. 올해 7월 기준 종사자 수는 9만2394명으로 8년 사이 반토막이 났다. 전문직군인 설계·연구와 생산인력은 각각 6645명(46.9%), 9만8003명(58.3%) 줄었다.

조선 전문인력은 단기간 내에 양성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업계의 고민이 크다. 보고서에 따르면 연구·설계 인력은 1만4000명, 생산 인력은 10만7000명이 필요하다. 지금보다 각각 4000명, 3만7000명이 늘어야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의미다. 조선 업계 관계자는 “숙련된 생산 인력의 부족이 가장 큰 문제다. 짧은 시간에 노동력을 유치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란 점에서 더 심각하다”고 말했다.

카타르발 LNG 운반선 발주가 쏟아지면서 한국 조선업체들은 향후 3년 치 일감을 확보한 상태다. 사진은 한국조선해양이 건조한 LNG선. 사진제공 한국조선해양.

카타르발 LNG 운반선 발주가 쏟아지면서 한국 조선업체들은 향후 3년 치 일감을 확보한 상태다. 사진은 한국조선해양이 건조한 LNG선. 사진제공 한국조선해양.

모처럼 호황을 맞고 있지만 노사 갈등이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이미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동자들이 장기 파업을 벌이면서 고질적인 원·하청 문제가 드러났다. 여기에 현대중공업그룹 조선 3사 노조가 파업권을 확보했고, 한화그룹의 인수가 확실시되는 대우조선해양에도 갈등의 불씨는 남아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