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221시간 믹스커피로 버틴 광부 "가장 먹고 싶은건 미역국"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가장 먹고 싶은 것은 미역국과 콜라, 가장 가고 싶은 곳은 바다입니다.”

무너진 광산 갱도에서 살아 돌아온 광부 B씨(56)가 지난 4일 구조된 후 병원으로 이송되는 과정에서 구급대원에게 한 말이다. 무려 221시간 동안 생존 여부조차 알 수 없었던 광부들이 극적으로 구조되면서 이들의 건강 상태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B씨는 또 "쌀 밥에 막걸리 한잔 하고 싶다"고 구조대원에 말했다.

경북 봉화군의 한 광산에서 열흘간 고립됐다 구조된 작업반장 A씨가 5일 경북 안동시 안동병원에서 이철우 경북지사를 만나고 있다. 구조된 이들의 건강상태는 양호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주치의는 "두 분이 수일 내 퇴원까지 할 수 있을 걸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경북 봉화군의 한 광산에서 열흘간 고립됐다 구조된 작업반장 A씨가 5일 경북 안동시 안동병원에서 이철우 경북지사를 만나고 있다. 구조된 이들의 건강상태는 양호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주치의는 "두 분이 수일 내 퇴원까지 할 수 있을 걸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구조된 작업자들 안동병원 이송돼 치료 중
경북 봉화군 소천면 서천리 아연광산에서 무너진 갱도에 갇혔다가 구조된 작업반장 A씨(64)와 B씨는 현재 경북 안동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병원 측은 어두컴컴한 곳에서 열흘이나 있었던 이들 시력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안대로 눈을 가린 채 치료 중이다. 이들이 갇혀 있던 곳은 빛 한 점 들어오지 않아 시간 감각조차 사라질 정도였다고 한다. B씨가 구조된 후 아내에게 “3일밖에 안 지났는데 사람들이 왜 이렇게 많이 왔느냐”고 물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경북 봉화군 아연광산 매몰 사고로 고립됐던 광부 2명이 10일 만인 4일 오후 11시3분쯤 무사히 구조되고 있다. 뉴스1

경북 봉화군 아연광산 매몰 사고로 고립됐던 광부 2명이 10일 만인 4일 오후 11시3분쯤 무사히 구조되고 있다. 뉴스1

이들은 구조 직후 영양 주사를 맞고 금식을 해야 했지만 5일 점심부터는 가벼운 식사도 할 수 있게 됐다. 혈액 검사 결과 오랜 고립으로 영양이 다소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대체로 건강 상태는 양호한 것으로 전해졌다.

“믹스커피 큰 도움…수일 내 퇴원 가능할 듯”

이들은 갱도 내 천장에서 떨어지는 지하수를 마시고 작업 전 챙겨갔던 믹스커피 30봉지를 조금씩 섭취하면서 버텼다고 한다.

경북 안동병원 신장내과 방종효 과장(주치의)은 5일 병원 1층에서 브리핑을 열고 “커피 믹스를 30봉지 처음에 갖고 계셨는데 구조가 이렇게 늦게 될지 모르고 3일에 걸쳐서 나눠서 식사 대용으로 드셨다고 한다”며 “그게 아마 상당히 많이 도움이 된 거 같다. 현재는 일반실에 계신다”고 설명했다.

비상식량 역할을 한 믹스커피는 칼로리가 높고 다양한 영양소가 포함되어 있다. 국내 점유율이 높은 동서식품 맥심 모카골드 마일드 1개는 50kcal다. 또 나트륨 5mg, 지방 1.6g, 탄수화물 9g, 당류 6g, 포화지방 1.6g이 들어있다. 극한 상황에서 체온을 유지할 수 있는 칼로리와 영양소가 모두 들어있는 것이다. 남양유업 프렌치카페 1개는 45kcal다. 나트륨 5mg, 탄수화물 8.0g, 당류 5.1g, 지방 1.5g, 포화지방 1.5g이 들어있다. 성인 남성은 하루에 약 2000kcal를 섭취해야 하는데 커피믹스 40포를 섭취하면 필요 열량을 채울 수 있다고 한다.

방종효 안동병원 신장내과장이 5일 오전 병원 1층 로비에서 경북 봉화군 아연광산 매몰 사고로 고립됐다. 221시간 만에 생환한 작업반장 A씨와 보조작업자 B씨를 만나고 나온 뒤 취재진에게 건강 상태를 설명하고 있다. 뉴스1

방종효 안동병원 신장내과장이 5일 오전 병원 1층 로비에서 경북 봉화군 아연광산 매몰 사고로 고립됐다. 221시간 만에 생환한 작업반장 A씨와 보조작업자 B씨를 만나고 나온 뒤 취재진에게 건강 상태를 설명하고 있다. 뉴스1

방 과장은 “처음 오실 때는 체온이 떨어지고 온몸에 근육통을 호소하셨다”며 “근육 손상이 경미하게 왔는데 회복 중인 상태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두 분이 수일 내 퇴원까지 할 수 있을 거로 예상한다”며 “정신적, 육체적으로 회복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 평소에 상당히 체력이 좋았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고립 당시 매몰된 작업자들이 막힌 곳을 뚫기 위해 노력했던 일도 전해졌다. A씨의 가족에 따르면 A씨와 B씨는 괭이로 10m가량을 파내 구조 시점을 앞당기려고 했다. 또 A씨는 생존하기 위해 B씨에게 “랜턴 베터리를 아껴야 한다”면서 “1개만 켜고 있자”고 하기도 했다.

괭이로 갱도 파고 비닐 천막 쳐 생존 노력

구도 당국은 이들이 갱도 붕괴 사고 당시 대피 매뉴얼을 활용해 생존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들은 갱도 내에서 비닐 천막을 쳐 바람을 막고 체온이 떨어지지 않도록 모닥불을 피우기도 했다. 구조 작업에 투입된 방장석 중앙119구조본부 충청강원특수구조대 구조팀장은 5일 인명구조 완료 보고에서 “이 장소는 여러 갱도가 모이는 인터체인지 같은 곳이라 공간이 100㎡ 정도로 상당히 넓었다”며 “바닥에 물이 좀 있었는데 물이 닿지 않도록 패널 같은 곳 위에 앉아 있었다”고 매몰된 작업자들이 머무르던 공간을 설명했다.

경북 봉화 광산 매몰 사고 10일째인 지난 4일 오후 광산구조대와 소방구조대가 고립된 광부 2명을 구조하기 위해 갱도 내부에 쌓인 암석을 제거하고 있다. 뉴스1

경북 봉화 광산 매몰 사고 10일째인 지난 4일 오후 광산구조대와 소방구조대가 고립된 광부 2명을 구조하기 위해 갱도 내부에 쌓인 암석을 제거하고 있다. 뉴스1

한편 앞서 지난달 26일 오후 6시쯤 이 광산에서 채굴 작업을 하던 작업반장 A씨와 보조작업자 B씨가 갱도가 무너지면서 연락이 끊겼다. 함께 작업하던 7명 중 2명은 이날 오후 8시쯤 자력으로 탈출했고 3명은 같은 날 오후 11시쯤 업체 측에서 구조했다. 업체 측은 나머지 2명의 구조가 어려워지자 하루 뒤인 27일 오전 119에 신고했다.

소방당국은 신고 접수 직후 작업자들을 구출하기 위해 제2 수직갱도 지하 140m까지 내려간 뒤 수평으로 진입로를 뚫는 작업과 매몰자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는 땅 위에서 수직으로 시추기를 뚫어 내려가는 작업을 동시에 진행했다. 이 중 수평으로 진입로를 뚫는 작업이 성공해 매몰됐던 작업자들은 고립 221시간 만인 4일 오후 11시쯤 갱도 밖으로 나왔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