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즐] 박나니의 한옥 이야기(7)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한옥에 대한 관심이 새롭게 일고 있다. 회색빛 바다와도 같은 폐쇄적이고 획일적인 콘크리트 아파트 단지에서 자라난 젊은 세대가 이런 주거 방식에 싫증을 느낀 나머지 훨씬 더 개방적이고 다양한 모습을 지닌 우리의 전통 한옥에 시선을 돌리게 된 것이다. 전통적이라고는 하나 요즘 한옥은 한옥의 외관은 유지하되 내부는 현대적인 생활방식에 맞춰 변한 한옥이 많다. 한옥 이야기는 지난 2019년 발간된 책『한옥』에서 다루고 있는 한옥을 독자들에게 소개하고자 한다.
선유당
선유당은 실제 크기보다 넓게 보여 흥미로운 중형급 도시형 한옥이다. 서울 계동 인근의 아기자기한 길에 위치한 선유당은 2006년 처음 개조되었을 당시 색이 짙은 목재와 특이한 벽돌 장식을 한 덕분에 많은 행인에게 주목받았다. 현재의 집주인은 선유당을 사무실 겸 자택으로 쓰기 위해 2012년에 저명한 건축가 조정구 소장에게 2차 개조를 의뢰해 리모델링했다. 2000년 초부터 전통 한옥을 현대적인 생활방식과 조화시키는 복원 및 시공 작업을 해온 조정구 소장은 이 작업에 가장 적합한 인물이었다.
문화재단을 운영하는 집주인은 개방적이고 안락해 보이는 집을 원했다. 그에 따라 조정구 소장은 넓은 공간감을 조성하기 위해 내부 벽들을 없애고, 서쪽으로 인왕산이 보이는 전망을 살려내기 위해 전면 유리창을 설치해 탁 트인 느낌을 더했다. 주변 경관을 집 안으로 끌어들여 조화를 만들어내는 한국의 전통 경관 기법인 차경(借景)을 활용했기 때문에 전면 유리창 밖으로 인왕산뿐만 아니라 길게 늘어선 계동 한옥들의 처마와 선유당의 대문이 훤히 보인다.
다른 도시형 한옥들보다 높은 천장 그리고 제거된 내부 벽들은 집주인이 원하는 개방감을 극대화하기에 충분했다. 선유당의 중앙부는 예부터 선호해왔던 남향으로 햇빛이 잘 드는데 이 같은 공간감과 채광, 전망은 다른 한옥에서 찾아보기 힘들게 탁 트인 느낌을 강화해준다. 탁 트인 느낌은 목재의 따뜻함을 강조하는 한편으로 한옥의 아름다움이 목재에서 우러나오는 것임을 상기시켜준다.
또 집주인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수납장을 집안 곳곳에 설치했다. 몇몇 부엌세간들은 바퀴를 부착해 필요할 때마다 이동할 수 있게 했고, 상단 부분은 수납공간으로 활용될 수 있게끔 설계했다. 선유당 외벽에 설치된 반방화 장벽은 미닫이문 뒤에 숨어 있는 책꽂이들을 수용할 수 있도록 평소보다 조금 더 튀어나와 있다.
선유당은 한옥을 사랑하고 아낄 줄 아는 집주인과 건축가에 의해 맑고 따뜻한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특히 차경 기법을 통해 공간과 함께 어우러지는 면은 선유당이 가진 가장 멋진 특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