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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고 깨부수고 혼합하는 도전정신이 K스타일 원동력”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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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2호 22면

‘한국 문화 전도사’ 피오나 배

영국 탬즈앤허드슨 출판사가 한국 현대문화에 집중해 출간한 책 『메이크 브레이크 리믹스:K스타일의 부상』의 저자 피오나 배. [사진 피오나 배]

영국 탬즈앤허드슨 출판사가 한국 현대문화에 집중해 출간한 책 『메이크 브레이크 리믹스:K스타일의 부상』의 저자 피오나 배. [사진 피오나 배]

지난 9월 세계 최고의 아트출판사로 꼽히는 영국의 탬즈앤허드슨(Thames & Hudson)이 75년 역사 최초로 한국 현대문화를 다룬 책 『메이크 브레이크 리믹스: K스타일의 부상(MAKE BREAK REMIX: THE RISE OF K-STYLE)』을 출간했다. 303페이지 분량의 책을 쓴 저자는 피오나 배(한국명 배지영). 그는 현재 런던에 거주하며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프리즈 서울 아트페어를 비롯해 건축가 승효상, 인테리어 디자이너 양태오 등 한국의 건축·예술·디자인을 해외에 알리는 홍보 에이전시를 운영하고 있다.

탬즈앤허드슨이 싱가포르의 한 건축·아트 큐레이터의 추천으로 피오나에게 책 출판을 의뢰한 건 2018년의 일이다. 당시 출판사가 피오나에게 원한 건 ‘K팝과 K패션을 잘 보여줄 수 있는 사진집을 진행해 달라’는 것이었다. “그 제안을 받고 제가 역으로 제안했죠. K컬처를 단순히 이미지로만 소비하지 말고, 왜 한국에서 이런 스타일의 문화가 태동했는지, 지금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이유는 뭔지 진지하게 글로 정리해 보는 게 어떠냐고. 한국문화를 제대로 알릴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거든요.”

영국 탬즈앤허드슨 출판사가 한국 현대문화에 집중해 출간한 책 『메이크 브레이크 리믹스:K스타일의 부상』 표지. [사진 피오나 배]

영국 탬즈앤허드슨 출판사가 한국 현대문화에 집중해 출간한 책 『메이크 브레이크 리믹스:K스타일의 부상』 표지. [사진 피오나 배]

그 의견은 받아들여졌고, 피오나는 글을 쓰는 게 익숙지 않은 자신의 단점을 커리어를 통해 쌓은 장점들로 메꿨다. 그는 다양한 문화 행사를 홍보하면서 수많은 리서치를 해왔고, 관련 업계 네트워크를 두텁게 쌓아왔다. 이번에도 문화 관련 지인들을 총동원해 K컬처의 현주소를 소개할 만한 아티스트를 찾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보다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인터뷰 형식의 책을 만들었다.

그 결과 책에는 안무가 리아킴부터 그룹 ‘새소년’의 리더 황소윤, 래퍼 크루 ‘DPR’의 설립자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DPR REM, 인테리어 디자이너 양태오, 미술작가 이광호, ‘밍글스’의 강민구 셰프, 패션 디자이너 바조우와 이새, 타투이스트 도이, 드랙 퍼포머 나나영롱킴에 이르기까지 18명의 아티스트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을 수 있었다.

책 속에 삽입된 사진가 김태균씨의 사진들. ‘서울과 청년’을 주제로 한 그만의 독특한 시선을 느낄 수 있다. [사진 김태균]

책 속에 삽입된 사진가 김태균씨의 사진들. ‘서울과 청년’을 주제로 한 그만의 독특한 시선을 느낄 수 있다. [사진 김태균]

“책을 보는 한국 분들은 K팝을 이야기하면서 왜 지드래곤·BTS·블랙핑크가 없고, K패션을 이야기하면서 진태옥·이상봉 선생님이 빠졌나 의아해 할 거예요.” 피오나는 수많은 K컬처 아티스트 중 이미 대중적으로 유명한 스타들 말고, 지금 한창 뭔가를 만들어가고 있는 젊은 아티스트들을 소개하는 것으로 컨셉트를 잡았다. 이는 속도가 느린 런던 출판사의 여건도 고려한 결정이다. 저자가 글을 다 써서 넘겨도 제작기간만 1년이 걸리는 게 탬즈앤허드슨의 출판 시스템이다. 리서치 1년, 글쓰기 1년, 제작 1년이 걸려야  책이 출판된다. “그렇다면 이미 대중적으로 유명해서 구글 검색만 하면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스타들 말고, 책이 나오는 시점에 이야기를 해도 흥미를 끌 만한 사람들을 만나자 생각했죠. 회사나 시스템이 만든 아이돌 스타를 배제하고, 스스로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고 있는 서브컬처 아티스트들이 책 속 주인공이 된 이유에요.”

피오나는 이들에게 공통 질문 40%+개인적인 질문 60%를 던졌다. 공통질문은 ‘당신의 스타일에 영감을 준 대상’ ‘서울에 산다는 게 작업에 어떤 영향을 끼쳤나’ ‘K스타일이 지금의 세계적 영향력을 가진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등이었다.

“처음부터 K스타일을 억지로 정의하거나 범주화하려는 대신, 다방면에 걸친 K스타일의 특성과 그 근거지인 서울의 모습을 보여주는 책을 지향했어요.”

책 속에 삽입된 사진가 김태균씨의 사진들. ‘서울과 청년’을 주제로 한 그만의 독특한 시선을 느낄 수 있다. [사진 김태균]

책 속에 삽입된 사진가 김태균씨의 사진들. ‘서울과 청년’을 주제로 한 그만의 독특한 시선을 느낄 수 있다. [사진 김태균]

『메이크 브레이크 리믹스-K스타일의 부상』에는 피오나의 글 외에 사진작가 김태균의 사진이 주요 콘텐트로 담겨 있다. 보그·바자 등 유명 패션지의 상업사진으로도 유명한 그는 자신만의 통찰력으로 청년 컬처(Youth Culture)의 단면을 독자적으로 기록하고 있다. 책에는 18명의 아티스트 사진 외에도 김 사진가가 평소 촬영한 서울의 모습과 청년들의 모습이 담겨 있다. 영국의 유명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즈(FT)는 지난 8월 스타일 특집호에서 2페이지에 걸쳐 K컬처를 소개하면서 피오나 배 인터뷰와 함께 김 사진가의 사진을 다수 게재했다.

피오나는 이 인터뷰에서도 밝힌 것처럼 책을 쓰면서 지금의 K컬처, K스타일을 만든 한국 젊은이들의 공통적인 ‘생각(태도)’을 발견했다고 했다. “우리는 유교의 가치에 기반해 무엇이든 열심히 배우고 일하면서, 샤머니즘 영향으로 함께 노래하고 춤추는 것을 즐기고, 급속도로 발전하는 사회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면서도 강한 적응력과 실용적 사고를 해 왔어요. 지금의 K스타일은 궁극적으로 이런 한국 젊은이들의 태도를 통해 태동되고 발전돼 온 거죠.”

책의 메인 제목 ‘메이크 브레이크 리믹스(MAKE BREAK REMIX)’도 이 결론에서 나온 것이다. “K스타일은 구식과 신식, 서양과 동양, 럭셔리 문화와 스트리트 문화의 혼합과 대조로 구성돼 있죠. 이는 모든 문화를 편견 없이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멋진 것을 골라 리믹스해서 ‘나만의 것’을 만들어내는 한국 젊은이들의 자신감 있는 태도가 만들어낸 결과물이죠. 열심히 만들고, 깨부수고, 혼합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대범함과 용감한 도전정신이 지금의 K스타일을 만든 원동력인 거죠.”

FT는 싸이의 ‘강남스타일’의 성공을 시작으로 작성된 기사 마무리에서 피오나의 인터뷰를 소개하며 “대중음악, 감성 드라마 등 이미 인기 있는 카테고리에 한국적 요소를 가미해 친숙한 것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은 한류의 글로벌한 매력을 만들어낸 것도 바로 이와 같은 태도”라고 결론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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