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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공화 누가 이기든 한·미 통상 마찰 불가피…미 중심주의 차기 대선까지 지속” [미 중간선거 D-3, 미국·세계 정세 어디로]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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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2호 0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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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8일 실시되는 미국 중간선거 이후 미 국내 정치는 물론 급변하는 글로벌 정세가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에 대해 국내 전문가들도 다양한 분석과 심도 있는 전망을 내놨다. 중앙SUNDAY가 한국국제정치학회와 공동으로 학회 회원 중 미국 및 국제정치 전문가 2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다.

특히 이번 선거는 지난달 중국공산당 제20차 당대회에 이어 열리는 국제정치의 또 다른 ‘빅 이벤트’이자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이란 점에서 학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맞춰 설문도 ▶중간선거가 한·미 관계와 북한 문제에 미칠 영향 ▶미국 경제·통상 정책의 향배 ▶차기 대선을 앞둔 미국 국내 정치 ▶미·중 갈등 등 미국 외교 정책 변화 가능성 등 네 가지 주제로 나뉘어 실시됐다. 지구촌 주요 선거를 앞두고 관련 학회와 함께 분야별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총 12개 문항의 질문에 대해 전문가들은 어떤 이슈에서는 일치된 견해를 보이기도 했고 또 다른 현안에서는 정반대의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그만큼 작금의 국제정치·경제 현실이 섣부른 예측을 불허할 정도로 변화무쌍하게 전개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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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미·중 사이 엄청난 시련 가능성

미 중간선거 이후 한·미 관계와 관련해 안보 분야에선 지금의 동맹 기조에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한 반면 경제·통상 분야에선 적잖은 진통이 뒤따를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중간선거 이후 곧바로 차기 대선 정국으로 이어지면서 민주·공화당 모두 국내 경제 현안에 더욱 집중하게 됨에 따라 한국과의 통상 현안에서 마찰이 불거질 가능성이 커질 것이란 관측이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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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구연 강원대 교수는 “미국의 대중 정책 기조가 ‘투자·공조·경쟁(invest, align, and compete)’으로 설명되듯 미국 경기 회복을 위한 일방주의적 경제 정책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수현 싱가포르 난양공대 교수도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통상 정책은 전임 정부와는 달라질 것이란 당초 공언과 달리 미국 내 노동자들을 최우선시하는 등 미국 중심주의에 여전히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정성철 명지대 교수는 “바이든 정부는 중간선거 결과와 관계없이 차기 대선을 바라보며 중산층을 위한 외교 정책을 강화할 게 분명한 만큼 동맹국들과의 일정한 긴장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 정부의 보다 전략적인 대응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권보람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경우 일부 유예 기간이 주어지긴 했지만 남은 시간이 결코 많지 않은 상황”이라며 “한국 기업을 위한 안전망(safety net) 없는 경제 동맹은 어렵다는 입장을 미국 측에 지속적으로 전하는 동시에 상생할 수 있는 대안도 함께 제시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김민성 고려대 연구교수도 “미국의 경제 안보 중시 정책은 초당적이고 장기적일 것”이라며 “우리도 과도한 신뢰보다는 국익에 기반한 구체적 조치들을 준비해야 할 때”라고 진단했다.

나용우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윤석열 정부의 외교 정책 기조는 기존의 안미경중에서 벗어나 안미경미(安美經美·안보와 경제 모두 미국 중시)에 가까워졌다고 볼 수 있다”며 “반면 미국은 자국 이익을 우선시하며 미국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을 재편하겠다는 의지를 굳건히 하고 있는 만큼 그 속에서 우리가 어떤 위치를 점할 수 있을지 전략적 대응책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정한범 국방대 교수도 “중간선거 이후 한·미 경제 동맹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지속적인 압력이 들어올 것”이라며 “여기에 시진핑 3기가 본격화하면 미·중 사이에서 엄청난 부담과 시련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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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당이 중간선거에서 승리할 경우 대북 정책을 둘러싸고 논쟁이 가열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이수현 교수는 “중간선거 이후 공화당 내에서 ‘보수주의적 고립주의’ 흐름이 되살아날 경우 방위비 분담금 문제 등을 둘러싸고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의 갈등이 재연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채재병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도 “공화당이 중간선거에서 승리할 경우 과거 북·미 협상이 실패한 걸 북한 탓으로 돌리며 북한 문제에 대해 한층 더 강경하게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공화당 압승 땐 바이든 재선 도전 빨간불
중간선거 이후 미 국내 정치 상황에 대해서는 다양한 견해가 쏟아졌다. 무엇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영향력이 증가 또는 감소할지, 차기 대선 출마 가능성은 어느 정도일지, 선거 결과가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도전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 등이 주된 관심사였다.

문인철 서울연구원 연구위원은 “미·중 간 민주주의 대 권위주의 체제 경쟁과 경기 침체 등 현재 미국 안팎의 주요 현안들이 ‘스트롱맨’으로서 트럼프의 매력과 영향력을 높이는 기제로 작동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권보람 위원도 “공화당은 이미 트럼프 숭배 집단(cult)이 돼버린 상황에서 민주당도 중도층의 반트럼프 성향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려는 모습”이라며 트럼프 변수는 계속 커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정구연 교수는 “미 국내외 상황에 비춰볼 때 트럼프 개인의 영향력 못지않게 ‘트럼피즘’이 한층 강화될 소지가 다분하다”고 내다봤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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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전 대통령의 영향력이 감소하고 차기 대선 출마도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만만찮았다. 특히 ‘사법 리스크’가 발목을 잡을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 적잖았다. 이수현 교수는 “트럼프 지지자들의 의회 난입과 기밀 자료 무단 반출 등과 관련한 법적 문제는 대선 정국까지 이어질 것”이라며 “무당파의 3분의 2 이상이 어떤 경우에도 트럼프 재출마를 바라지 않는다는 여론도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도전 가능성에 대해서는 중간선거 결과는 물론 경기 회복과 대안 주자 부상 여부 등에 달려 있다는 평가가 많았다. 하경석 고려대 일민국제관계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건강 문제가 불거지지 않는다면 대중 강경책이나 우크라이나 전쟁 등에 따른 ‘랠리 라운드 더 플래그(rally-round-the-flag·국제적 위기 발생 시 집권 세력을 중심으로 단결하는 현상)’ 효과를 등에 업고 재선 도전에 나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한범 교수도 “지금처럼 뚜렷한 대안 후보가 없는 상황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의 재출마 가능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반면 이동선 고려대 교수는 “공화당이 의회를 장악할 경우 바이든 주도 법안의 의회 통과가 어려워지면서 민주당 내에서도 후보 교체론이 거세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수현 교수도 “공화당이 중간선거에서 승리할 경우 아들인 헌터 조사까지 공언한 상태에서 바이든도 결국엔 다음 대선주자를 용인해야 하는 처지에 몰릴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대안 주자들의 출현 여부도 관심거리였다. 정성철 교수는 “중간선거 이후엔 바이든을 대체하고자 하는 인물이 경쟁적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크고, 공화당도 이에 맞설 인물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예측했고, 정성윤 통일연구원 연구위원도 “특히 민주당의 경우 젊은 리더십 출현 가능성이 큰 상황”이라고 짚었다. ‘제2의 트럼프’ 부상을 예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박재적 한국외국어대 교수는 “젊은 정치인들의 잇단 등장으로 트럼프 영향력은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며, 이와 맞물려 경제 문제가 부각되면서 선동적인 우경화 후보가 급부상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대만 무력 충돌 가능성” 전망 적잖아

국제 정치 분야의 핫이슈는 단연 미·중 관계였다. 응답자 전원이 중간선거 이후에도 미·중 갈등이 지속되거나 오히려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갈등의 핵심으로는 글로벌 공급망 등 기술 패권 경쟁과 대만 문제가 엇비슷하게 꼽혔다. 정성철 교수는 “반도체와 대만 문제는 ‘경제’와 ‘가치’를 상징하는 이슈인 만큼 양측 모두 양보하거나 순응하기 어려운 사안”이라며 견제와 갈등이 지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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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모두 강경 일변도로 향하면서 갈등이 한층 격화될 것이란 전망도 적잖았다. 정한범 교수는 “민주·공화당 모두 차기 대선을 앞두고 국내 정치적 지지를 얻기 위해서라도 ‘중국 때리기’ 경쟁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고, 박재적 교수는 “중국도 시진핑 3연임을 정당화하기 위해 ‘외부의 적’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미국이 대만 주변 해역에서 중국의 심기를 계속 건드릴 경우 중국은 더욱 강경하게 대응할 공산이 크다”고 진단했다.

응답자 26명 중 9명이 ‘대만 문제를 둘러싸고 향후 무력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이 상존한다’고 답한 것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었다. 이수훈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가장 핵심 쟁점은 공급망일 수 있겠지만 대만해협과 남중국해에서 갈등이 확산될 경우 결국 임계점을 넘는 상황이 도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문인철 위원도 “우크라이나 전쟁을 보며 중국도 대만을 침공할 경우 미국이 직접 참전하진 않을 것으로 오판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선 미국의 대러시아 정책이 중간선거 이후에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다수인 가운데 공화당이 승리할 경우 “국내 경제도 어려운데 백지수표 지원을 마냥 지속할 순 없다”는 의견이 대두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이와 관련, 정구연 교수는 “미국의 향후 대응 기조는 우크라이나뿐 아니라 유럽 동맹국들이 이번 겨울을 얼마나 잘 버텨낼 수 있느냐에 달렸다”고 전망했다.

설문조사에 응해 주신 분들(가나다순): 권보람(한국국방연구원)·김민성(고려대)·김태형(숭실대)·김현주(원광대)·나용우(통일연구원)·문인철(서울연구원)·문충식(중앙대)·박인휘(이화여대)·박재적(한국외국어대)·서정건(경희대)·송태은(국립외교원)·신종호(통일연구원)·이동선(고려대)·이수현(싱가포르 난양공대)·이수훈(한국국방연구원)·정구연(강원대)·정성윤(통일연구원)·정성철(명지대)·정한범(국방대)·조원빈(성균관대)·채재병(국가안보전략연구원)·최경준(건국대)·최규빈(통일연구원)·최재덕(원광대)·하경석(고려대)·황태연(통일연구원)

박신홍·김나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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