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시진핑 "진영대결 저항하자", 숄츠 "러에 영향력 행사해달라"

중앙일보

입력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4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의 회담에서 '진영 대결'에 대한 공동 저항을 제안하며 미국을 견제했다. 숄츠 독일 총리는 "독일은 진영 대결에 반대한다"고 동의를 표하면서도, 대만 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핵 사용을 위협 중인 러시아에 영향력을 행사해줄 것 등을 요청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왼쪽)와 시진핑 국가 주석이 4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만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왼쪽)와 시진핑 국가 주석이 4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만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중국 관영통신 신화사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 오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회담에서 숄츠 총리에게 "중국은 항상 유럽을 전면적 전략 동반자로 간주하고 유럽연합(EU)의 전략적 자주성을 지지한다"면서 "중국과 유럽은 서로 대립하거나 의존하지 않고, 제3자의 제약을 받지 않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치인은 바꿀 수 없는 것을 조용히 받아들이고, 바꿀 수 있는 것을 용기 있게 바꾸고, 그 둘을 지혜롭게 구별해야 한다'는 헬무트 슈미트 전 독일 총리의 생각이 마음에 든다"며 양국 간 상호 존중을 강조했다.

또 시 주석은 "독일도 중국과 함께 보호무역주의를 배격해 양국 협력의 성과가 양국 국민에게 더 잘 전달되도록 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숄츠 총리는 "중국은 독일과 유럽의 중요한 경제 및 무역 파트너"라며 "독일은 무역 자유화를 확고히 지지하고 경제 글로벌화를 지지하며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을 반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과 경제·무역 협력을 계속 심화하고 양국 기업이 서로 투자 및 협력을 수행하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세계는 다극화된 구도를 필요로 하고, 신흥국의 역할과 영향은 중시돼야 한다"며 "독일은 진영 대결을 반대한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숄츠 총리는 대만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리커창 국무원 총리와의 별도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독일은 하나의 중국 정책을 고수할 것"이라면서 "대만에 대한 어떠한 현상 변경도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상호 합의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국 정상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 숄츠 총리는 시 주석에게 "중국이 러시아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하는 게 중요하다"며 "러시아는 민간인이 매일 고통받고 있는 공격을 즉시 멈추고 우크라이나에서 철수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시 주석은 "(러시아가) 핵무기를 사용해서는 안 되고, 핵전쟁은 해서는 안 된다"며 유라시아 대륙에 핵위기가 출현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시 주석은 또 공동으로 글로벌 산업망·공급망 안정을 확보하고 국제 에너지, 식량, 금융 등의 협력이 방해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화통신은 시 주석이 회담 후 숄츠 총리를 위한 연회를 개최했다고 전했다.

이날 오전 베이징에 도착한 숄츠 총리의 방문은 2020년 코로나19 확산 이후 유럽국가 정상의 첫 방중이다. 독일 매체에 따르면 숄츠 총리 방중단에는 올리버 블루메 폭스바겐 최고경영자(CEO), 롤란드 부쉬 지멘스 CEO, 벨렌 가리호 머크 CEO, 크리스티안 제윙 도이체방크 CEO, 마르틴 브루더뮐러 BASF 이사회 의장 등 재계 유력 인사들이 포함됐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