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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중등 예산 떼어 대학에 주자" 교육부, 교부금 개편 총공세

중앙일보

입력

정부가 여당과 함께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육교부금) 개편을 위한 공세에 돌입했다. 정부와 여당 주도로 열린 토론회에서는 교육청의 교부금 일부를 떼어 대학에 투자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이와 함께 감사원은 시·도 교육청이 초·중등 교육 예산을 낭비하고 있지 않은지 확인하겠다며 감사를 시작했다.

국회 교육위원회 여야 간사인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오른쪽)과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스1

국회 교육위원회 여야 간사인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오른쪽)과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스1

교육부와 기획재정부는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과 함께 4일 국회에서 '대학의 혁신과 발전을 위한 국가재정 전략 정책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교육청의 초중등 교육 예산인 교부금을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이 거셌다. 이태규 의원은 초중등 예산을 대학에 투입하는 방안에 대해 “동생 것을 빼앗아 형에게 준다는 주장은 근시안적이고 반대를 위한 반대의 분열적 시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아이들이 커서 청년이 되기 때문에 초·중등 교육과 대학 교육을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교육세 떼서 대학에…“결국 아이들도 혜택”

토론회에서는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 도입 필요성이 강조됐다. 유·초·중등 교육의 재원인 교육교부금은 내국세와 교육세에서 나오는데, 이 중에서 교육세를 떼어 대학과 평생교육에 투자하자는 게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의 골자다.

정부가 이처럼 대학에 재정을 지원할 방안을 고민하는 이유는 14년간 등록금을 동결시키면서 대학의 재정난이 심각해졌기 때문이다. 등록금을 다시 올리면 국민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정부가 재정을 투입하자는 것이다. 다만, 학생 수가 줄어드는데 전체 교육예산을 키우면 안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어 초중등에 쓰는 교육교부금 일부를 떼어 쓰는 식의 대안이 나왔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미래를 선도할 핵심 인재 양성을 위해 향후 10년이 대학 혁신의 마지막 골든타임"이라고 강조했다. 이 시기를 놓치면 대학 재정 위기를 막기 어렵다는 의미다. 최상대 기재부 2차관은 “기초학문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사범대와 교육대학도 혜택을 보게 될 것이고 이렇게 되면 초·중·고등학생에게 혜택이 이어진다”고 말했다.

하지만 교육계에서는 정부가 특별회계 신설을 시작으로 결국은 초중등 교육 예산을 줄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재 내국세의 20.79%로 정해진 교부금 비율을 없애거나 낮출 수 있다는 우려다. 김동석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교권본부장은 “특별회계 편성이 내국세와 교육교부금의 연동 비율을 낮추자는 논의로 이어질 수 있다”며 “대학의 자율적 혁신을 중시하는 현 정부가 각종 재정 지원 사업으로 대학 목줄을 쥔 채 더 많은 세금을 대학에 투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모순이다”고 했다.

지난달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열린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수호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장인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왼쪽 세 번째)과 지방 교육재정 교육감 특위 위원장인 김지철 충남 교육감 등 교육계 인사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열린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수호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장인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왼쪽 세 번째)과 지방 교육재정 교육감 특위 위원장인 김지철 충남 교육감 등 교육계 인사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초·중등 투자 더 필요하다” 시·도교육청 반발

당장 예산 일부를 빼앗기는 시·도교육청도 반발이 크다. 지난달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학령인구는 줄어드는데 교부금은 늘면서 시·도교육청이 돈을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초·중등 교육 재정이 OECD 평균보다 약간 높은 정도”라며 이는 “과잉투자라고 말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야당도 초·중등 과밀 학급 해소, 고교학점제 정착과 기초학력 증진을 위한 교사 추가 채용 등을 이유로 초·중등 교육 예산을 줄여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2019년 OECD에 따르면 한국 정부의 대학 교육 지출은 GDP의 0.6%에 불과해 OECD 평균(0.9%)에 미치지 못했다. 반면 초·중·고 교육의 경우 한국 정부 지출이 GDP의 3.4%로, OECD 평균(3.1%)보다 높다. 한국 정부가 다른 선진국에 비해 대학에는 적게, 초·중등 교육에는 많이 투자한다는 뜻이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후보자가 정식 임명된 뒤에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낼지도 관건이다. 이 후보자는 대학 투자를 늘려야 하지만 초·중등 교육을 일방적으로 희생시켜선 안 된다는 중립적 입장이다. 지난달 28일 인사청문회에서 이 후보자는 “초·중등교육 예산이 위축돼선 안된다. 교육교부금에서만 끌어온다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예산 부처를 설득해 고등교육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지난달 감사원은 ‘교부금 감사’에 돌입했다. 정부가 시·도교육청에 나눠 주는 교육교부금이 비효율적으로 집행되는지 들여다보겠다는 취지다. 지난달 31일부터 오는 25일까지 진행될 이번 감사는 정부가 추진하는 교육교부금 제도 개편에 힘을 실어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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