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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하룻만에 “지금은 국정조사할 때 아니다…수사 방해할 뿐”

중앙일보

입력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정진석 비대위원장이 모두발언 하고 있다. 왼쪽은 주호영 원내대표. 장진영 기자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정진석 비대위원장이 모두발언 하고 있다. 왼쪽은 주호영 원내대표. 장진영 기자

5일 종료되는 이태원 참사 애도 기간을 하루 앞둔 4일,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더불어민주당이 꺼내 든 국정조사 카드에 선을 긋고 신속한 경찰 수사를 강조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지금은 국정조사를 할 때가 아니다”며 “신속한 강제 수사를 통해 증거를 확보하고 보존하는 것이 중요하지, 국정조사를 하면 수사에 방해가 되고 논점만 흐릴 뿐”이라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 과정에서 남구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초대 본부장의 이름까지 언급하면서 경찰 수사에 힘을 실었다. 주 원내대표는 “남 본부장은 지난 정부에서 임명되고 문재인 정부 청와대 근무 경력이 있기 때문에 정권 유불리를 따지지 않고 수사에 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 본부장은 2018년 8월부터 1년간 문재인 청와대 국정상황실에서 일했다. 지난해 본부장에 임명됐을 때는 전해철 당시 행정안전부 장관의 마산중앙고 후배라는 점이 알려져 국민의힘 측에서 편향성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그런 남 본부장에 대해 여당 원내지도부가 “정권 유불리를 안 따질 것”이라고 평가하면서까지 신속한 경찰 수사를 강조한 것은 야당의 국정조사 카드에 정쟁의 의도가 숨어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실제 국정조사가 이뤄지면 참사가 정쟁으로 비화하고, 이 과정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조준했던 진열이 흐트러질 수 있다는 게 여당의 시각이다. 여당 관계자는 “민주당은 어떻게든 참사를 정치적으로 악용해 이 대표 의혹 등을 물타기 하려고 할 것”이라며 “지금으로선 야당의 페이스에 휘말리지 않고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 힘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3일 새벽 3시 서울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추모 공간. 참사 닷새째 인적 끊긴 거리에 국화꽃과 메모지, 음료수와 간식 등 희생자를 위로하는 마음이 담아 시민들이 가져다 놓은 물품들이 가로등 불빛 아래 놓여 있다. 최영재 기자

지난 3일 새벽 3시 서울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추모 공간. 참사 닷새째 인적 끊긴 거리에 국화꽃과 메모지, 음료수와 간식 등 희생자를 위로하는 마음이 담아 시민들이 가져다 놓은 물품들이 가로등 불빛 아래 놓여 있다. 최영재 기자

여당은 애도 기간이 끝나는 이번 주말 확전에 나설 것인지, 혹은 수비적인 입장에서 공성을 벌일지를 두고 갈림길에 선다. 당장 이상민 행안부 장관 및 정권 책임론 등에 대한 당의 입장부터 정리해야 한다. 이외에도 야당의 국정조사 요구는 물론 윤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 여부 등 정치 지형을 뒤흔들만한 예민한 사안들이 곳곳에 산적해 있다.

당내에서는 우선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문제점을 부각하는 전략이 거론된다. 민주당이 밀어붙인 검수완박법(검찰청법, 형사소송법 개정안) 때문에 검찰이 이태원 참사를 직접 수사하지 못하고, 부실 대응의 당사자인 경찰이 수사에 나서는 촌극이 벌어졌다는 논리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3일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해 경찰이 경찰을 수사하는 일이 발생했다”며 “민주당이 입법 독재로 수사 기관의 견제와 균형이라는 사법 체계를 무너뜨린 결과”라고 예열에 나섰다.

반면 일각에서는 “수많은 인명 피해를 낸 대형 참사인 데다가, 부실 대응 논란이 불거진 만큼 공세보다는 몸을 낮춰야 한다”(당 중진의원)는 신중론도 꽤 있다. 정치 공방전으로 가면 결국에는 정부와 집권당에 더 큰 책임론이 쏠릴 가능성이 큰 만큼, 확전을 자제하고 수사 경과를 차분히 지켜보면서 다음 행보를 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왼쪽)이 이태원 참사 엿새째인 3일 오전 서울광장에 마련된 합동분향소를 조문하는 모습.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왼쪽)이 이태원 참사 엿새째인 3일 오전 서울광장에 마련된 합동분향소를 조문하는 모습. 연합뉴스

뜨거운 감자인 이상민 장관을 두고는 거취를 결단해야 한다는 주장이 수면 아래에서 조금씩 거론되고 있다. 당권 주자인 안철수 의원은 수습 후 사퇴를, 유승민 전 의원은 파면을 공개 주장했다. 다만 섣부른 인사 조처보다는 수사 결과 등을 지켜보며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는 속도조절론도 다시 떠오르고 있다. 이날 주 원내대표는 이 장관 해임론에 대해 “수사 결과를 봐가면서 책임을 논의하겠다. 법적 책임 여부가 확정된 다음에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방문규 국무조정실장이 같은 날 “감찰과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수습 등이 중요한 때라 그 과정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답한 것과 맥락이 비슷하다.

윤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에 대해서는 당내 의견이 엇갈린다. “애도 기간이 끝나고 정리가 되면 나름대로 말씀을 하실 것”(김종혁 비대위원)이라는 전망이 있지만, “대통령이 국민의 슬픔을 어루만지는 것은 당연하지만, 사과하면 야당이 이를 정치적으로 해석해 정쟁의 빌미로 삼을 것”(여권 관계자)이라는 시각도 있다.

한편 국민의힘은 이날 참사 원인 규명과 대책 마련을 위한 당내 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간사인 이만희 의원이 특위 위원장, 박형수 의원이 부위원장을 맡고 김병민 비대위원, 박성민·서범수·정희용·조은희·최연숙 의원과 신의진 연세대 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제진수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겸임교수가 위원을 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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