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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연구…그가 바꾼 안동, 원도심 매출 400% 대박 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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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지난 6월 1일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자치단체장은 최근 취임 100일이 지났다. 시도지사와 시장·군수·구청장 등 자치단체장은 4년간 펼칠 주요 사업의 틀을 짜고 실행에 옮기고 있다. 중앙일보는 이들의 살림살이 계획을 듣고 소개하는 기회를 마련했다. 특히 행정의 주민 밀착도가 훨씬 높은 시장·군수·구청장을 집중적으로 만났다.

권기창 경북 안동시장이 안동시 행정구역이 그려진 지도 앞에서 안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안동시

권기창 경북 안동시장이 안동시 행정구역이 그려진 지도 앞에서 안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안동시

어린 나이에 가장 돼…“무게감에 눈물”

권기창(60·국민의힘) 경북 안동시장은 6·1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다음 날 부인과 함께 어머니 남순자(84) 여사를 찾아 큰절을 올렸다. 권 시장 어머니는 안동 시내에 혼자 살고 있다. 그는 “아들이 걷는 길을 늘 마음 졸이며 걱정하셨을 어머니께 당선 인사를 드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모님께 받은 사랑을 안동 사랑으로 돌려 드리겠다. 그러나 어머니께서 쓸쓸하지 않게 그 전과 다름없이 어머니를 모시겠다”고 했다.

[2022지자체장에게 듣는다]

그는 스물세 살에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와 동생 셋과 함께 살았다. 권 시장은 가난한 집안 장남으로서 가족 생계와 동생 학비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몰라 혼자 울던 시간이 많았다고 당시를 기억했다.

권 시장은 자서전 『그 사람 생각』에서 “아버지는 젊은 나이에 돌아가셨다. (…)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나와 동생들은 학교에서, 어머니는 여전히 쭈그리고 앉아 밭을 갈아엎었다. (…) 눈에 들어오지 않는 책을 죽자고 붙들고 있었다. (…) 어머니와 동생 셋과 함께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 가족 생계, 나와 동생 학비를 생각하니 저절로 그 무게감에 눈물이 흘렀다”라고 썼다.

권기창 경북 안동시장이 어린 시절 형제들과 함께 찍은 사진. 권 시장은 어머니가 시장에 가서 밤늦도록 돌아오지 않을 때면 무서움을 떨치기 위해 동생들과 소리 높여 노래를 불렀다고 한다. 사진 권기창 안동시장

권기창 경북 안동시장이 어린 시절 형제들과 함께 찍은 사진. 권 시장은 어머니가 시장에 가서 밤늦도록 돌아오지 않을 때면 무서움을 떨치기 위해 동생들과 소리 높여 노래를 불렀다고 한다. 사진 권기창 안동시장

6·1 전국동시지방선거 다음날인 6월 2일 권기창 경북 안동시장 내외가 어머니 남순자 여사에게 큰절을 하고 있다. 권기창 안동시장

6·1 전국동시지방선거 다음날인 6월 2일 권기창 경북 안동시장 내외가 어머니 남순자 여사에게 큰절을 하고 있다. 권기창 안동시장

안동과학대(1993~98)·경북도립대(1998~2015)·안동대(2015~현재) 교수로 수십년간 안동을 연구해온 그가 안동시장으로 변신한 지 100여일이 지났다. 길지 않은 기간이었지만, 눈에 띄는 변화도 있었다.

시장 집무실 1층으로 옮겨

가장 눈에 들어오는 것은 시장 집무실을 시청 2층에서 1층으로 옮긴 것이다. 권 시장은 “집무실이 2층에 있으면 시민을 가까이에서 만나기가 어렵다"며 "높이는 2층에 불과하지만, 시민에게 마치 ‘구중궁궐(九重宮闕)’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그는 "집무실을 1층으로 옮기고 쓸모없는 장식품도 모두 치워버렸다"라며 "24개 읍·면·동장 집무실도 모두 1층으로 옮겼다”고 했다.

그는 최근 지역 대표 축제인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을 원도심에서 개최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도심에서 다소 떨어진 낙동강변에서 열던 행사였다. 권 시장은 “당초 축제장 대신 원도심에서 축제를 열자고 하니 우려가 컸다. 지역 분위기가 워낙 보수적이고 경직돼 있어서다. 안동 사정에 밝지 않은 단체장이었다면 결심을 굽힐 수도 있었겠지만, 평생 안동을 연구했던 만큼 확신을 갖고 추진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막상 축제가 열리고 나니 주변 상권이 들썩이고 시민 반응도 그야말로 ‘대박’이었다. 원도심 상가 매출이 400% 증가했다.

2022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에서 탈을 쓴 공연단이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사진 안동시

2022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에서 탈을 쓴 공연단이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사진 안동시

권 시장은 대구 취수원 이전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취수원 이전은 권 시장이 후보 때부터 주장했고, 홍준표 대구시장도 공약했다. 대구시는 안동에 있는 안동·임하댐에서 물을 받는 방안을 제안했다. 안동시는 대구에 물을 공급하고 기금 등을 받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대구시와 안동·임하댐 물 공급 협약

권 시장은 “안동댐과 임하댐 인근 주민은 지난 40년간 자연환경보전지역에 묶여 재산권이 제한됐다"며 "안동시민이 본 피해 보상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권 시장은 “안동댐과 임하댐 맑은 물을 공급하는 대신 각종 재정지원과 정책지원을 받아 지역경제 활성화와 시민 삶의 질 향상을 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그는 "이를 통해 대구시와 안동시가 국내 최고의 물 문화 관광 클러스터까지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덧붙였다.

권기창 경북 안동시장이 취임 100일여간의 소회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 안동시

권기창 경북 안동시장이 취임 100일여간의 소회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 안동시

안동시 역시 다른 중소도시와 마찬가지로 지방소멸 문제가 가장 큰 숙제다. 안동은 경북도청이 있는 경북의 심장과도 같은 도시지만, 인구는 15만명으로 많은 편이 아니다. 권 시장은 “청년 유출과 일자리 감소를 극복하려면 안동시와 인근 예천군과 행정구역을 통합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는 “경북도청 신도시를 경북 성장거점 도시로 도약시키지 못한다면 안동과 예천 모두 공멸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또 “산업용 대마인 헴프(hemp)와 바이오, 백신 분야 산업단지를 구축해 신성장산업으로 키우고 낙동강 전체를 아우르는 광역상수원 공급체계를 구축해야만 청년 유출과 일자리 감소를 막을 수 있다. 최종적으로는 정주 인구 30만, 경제인구 50만, 관광객 1000만의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지난 2일 경북 안동시와 대구시가 '맑은 물 협력과 상생발전 협약서'에 서명하고 관계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만규 대구시의회 의장, 홍준표 대구시장, 권기창 안동시장, 권기익 안동시의회 의장. 사진 안동시

지난 2일 경북 안동시와 대구시가 '맑은 물 협력과 상생발전 협약서'에 서명하고 관계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만규 대구시의회 의장, 홍준표 대구시장, 권기창 안동시장, 권기익 안동시의회 의장. 사진 안동시

권 시장은 마지막 남은 원도심의 노른자 땅인 옛 안동역 부지 개발을 차기 역점 사업으로 꼽았다. 이곳은 2020년 안동역이 이전한 뒤 방치된 상태다. 권 시장은 이곳에 워터파크나 키즈랜드 등을 만들 생각이다. 그는 “이렇게 하면 도심 재생 성공 사례가 될 것”이라고 했다.

“지역 전통문화 유지로 경제 활성화”

그는 자신을 ‘뼛속까지 안동사람’이라고 했다. “가족의 밥을 위해 안동의 골목골목을 걸어 집으로 돌아가기를 수십 년”이라는 것이 그 이유다. 권 시장은 “안동은 전통문화 유지·발전을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를 할 수 있다. 소도시에 불과했던 스위스 다보스가 전 세계 정치·경제 리더가 모이는 명소가 된 것은 지역 전통문화 역할이 컸다”며 “역사적인 도시인 안동이 대한민국 지자체 성공 모델이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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