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오너스도 괜찮아… 중국에 ‘베팅’하는 독일, 왜?

중앙일보

입력

차이나랩

차이나랩’ 외 더 많은 상품도 함께 구독해보세요.

도 함께 구독하시겠어요?

화학 대기업 바스프(BASF)부터 폭스바겐, BMW까지….

이름만 들어도 아는, 독일의 내로라하는 글로벌 대기업들이 중국에 베팅하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로디엄그룹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유럽의 중국 외국인직접투자(FDI)에서 독일 기업들의 비중은 43%에 이르렀다. 이전 10년간 독일의 비중은 34%였다. 특히 폭스바겐, BMW, 메르세데스 벤츠, 화학기업 바스프(BASF) 등 독일 대기업 4곳이 유럽 기업의 대(對)중국 FDI의 약 3분의 1을 차지했다.

폭스바겐은 지난 13일 중국 자율주행 반도체 기업 호라이즌 로보틱스와 합작회사를 설립한다고 밝혔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폭스바겐은 합작사를 통해 중국에서 자율·보조 주행 시스템을 개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MINI 해치백 모델의 배터리 전기차 버전인 MINI 쿠퍼 SE (MINI Cooper SE). [사진 MINI]

MINI 해치백 모델의 배터리 전기차 버전인 MINI 쿠퍼 SE (MINI Cooper SE). [사진 MINI]

BMW는 선양(瀋陽)과 쑤저우(蘇州)에 전기차 프로젝트 본부를 잇달아 건설했다. 또 지난 17일 BMW는 영국 옥스퍼드 미니(MINI) 전기자동차 생산라인을 중국으로 이전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토대로 BMW는 중국 내 글로벌 전기차 업체들과 ‘정면 경쟁’을 펼칠 예정이다.

독일의 글로벌 화학기업 바스프(BASF)는 광둥(廣東) 성 잔장(湛江)시에 페어분트(Verbund)통합기지를 건설해 올해부터 공식 생산을 시작했다. 페어분트는 바스프만의 특유한 통합 관리 시설로, 모든 공정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특징이 있다. 바스프는 해당 생산단지에 연간 8만 톤 규모의 NPG(네오펜틸글리콜) 공정 건설을 위해 추가 투자를 지속할 계획도 공개했다.

인구 오너스도 괜찮아… 독일이 중국에 투자하는 진짜 이유

지난 10월 25일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 등 6개 부처는 외국 기업들의 첨단 장비 및 부품 투자를 장려한다고 밝혔다.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외자 증가량 안정과 품질 향상에 대한 정책 조치를 발표하며 제조업 부문의 외국인 투자 촉진을 공표했다. 또 중국 주식시장 상장을 통한 적격업체의 자금 조달 등 외국 기업에 대한 금융 지원을 약속했다.

중국 매체는 제조업 투자 유치를 강화하고 외자 활용의 질적 발전을 촉진한다는 긍정적 신호라며 독일의 대중국 투자는 그 일련 조치 중 하나로 풀이했다. 독일 중앙은행에 따르면 올 상반기 독일의 대중국 투자액은 약 101억 유로(약 142조 3558억 원)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최근 감행한 독일의 여러 대규모 투자는 과거 노동·자본집약 산업이 아닌 기술집약적 산업을 겨냥한 것이라는 점이다.

최근 중국에 둥지를 튼 글로벌 기업들이 베트남 등의 동남아 국가로 눈을 돌리는 추세다. 중국 당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과 경제적 긴장 고조 등의 이유와 더불어 ‘인구 오너스’ 시대로의 전환이 동남아 이전의 주요 이유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인구 오너스는 노동력과 소비로 경제성장을 이끈 ‘인구 보너스’ 시대가 끝나고, 인구 감소에 임금 상승과 수요 둔화로 성장이 정체되는 현상이다. 중국의 생산가능인구 감소 및 고령 인구 증가는 노동생산성 감소로 이어져 경제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러나 다른 시각도 존재한다. 중국은 인구구조 변화에 따라 저임금 노동력 기반의 노동집약적 산업에서 AI ·신에너지·무인자동차 등 고도기술·자본 투자 지식산업으로의 전환이 더욱 빨라지고 있다. “중국은 고급 산업 사슬로, 베트남은 이제 막 저가 산업 사슬로 진입했다”. 상무부 연구원 국제시장연구소 부소장인 바이밍은 현재 시기를 새로운 산업 사슬 관계의 재편 단계라고 분석했다.

중국 둥관의 한 공장에서 한 작업자가 스마트폰 칩 부품을 처리하고 있다. [Nicolas Asfouri/AFP]

중국 둥관의 한 공장에서 한 작업자가 스마트폰 칩 부품을 처리하고 있다. [Nicolas Asfouri/AFP]

독일은 이처럼 노동자본이 아닌 중국의 ‘기술’ 산업에 집중하고 있다. 중국 상무부에 따르면 2022년 1~8월 중국의 실제 이용외자는 전년 동기 대비 20%, 하이테크 산업의 이용외자는 전년 동기 대비 33.6% 증가하여 같은 기간 중국 전체 외자 흡수 증가율의 두 배 이상으로 나타났다. 그중 가장 두드러진 것은 첨단 제조업으로 전년 동기 대비 43.1% 증가했다.

추이둥수(崔東樹) 전국승용차연석회의 의장은 “BMW 미니 전기차가 생산라인을 이전하는 이유 중 하나는 영국 산업 체인이 불완전하고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전기차 분야에서 다소 느린 반격에 나선 BMW는 이제 신에너지차 업계에서 최대의 경쟁자로 통한다. BMW는 약 150억 위안(약 2조 9천억 원)을 투입해 해외 최대 생산기지를 중국 선양시에 설립했고, 지난 6월 중국 내 첫 전기차 양산에 들어갔다. 축구장 46개 크기인 290만㎡ 부지에 건립된 이 공장은 올해 BMW가 개발한 첫 전기차 모델인 중형 스포츠 세단 i3 등 5종의 전기차를 생산하고, 내년에는 전기차 생산 모델을 13종으로 늘릴 계획이다.

중국 랴오닝성 선양시에 위치한 BMW 브릴리언스 오토모티브(BBA)공장. [사진 VCG]

중국 랴오닝성 선양시에 위치한 BMW 브릴리언스 오토모티브(BBA)공장. [사진 VCG]

BMW뿐만 아니라 다수의 독일 완성차 기업이 중국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지난 6월 장춘(長春)에서 시작된 아우디-이치자동차 신에너지차 프로젝트는 아우디의 중국 내 첫 순수 전기차 전용 생산기지다. 폭스바겐은 얼마 전 약 24억 유로(약 3조 3600억 원)를 들여 자율주행 분야 합작 회사를 만들었다. 관련 비용과 에너지 소비를 줄이기 위해 다양한 기능을 한 개의 반도체 칩에 통합하는 기술을 구현한 후 중국에서 판매되는 폭스바겐 전기차에 적용할 방침이다.

독일 화학기업 바스프의 잔장(湛江)시 페어분트는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통합 생산 기지로, 투자액은 약 100억 유로에 달하며 이는 중국 역사상 가장 큰 대외투자 프로젝트다. 바스프에 따르면 해당 기지는 자동차, 건설, 고속철도, 전자제품, 항공 우주 및 제약 산업과 관련된 제품을 통합해 가치 사슬을 형성할 예정이다.

업계는 바스프가 잔장(湛江) 지역 화학 산업의 ‘체인 마스터’ 기업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바스프가 생산하는 제품은 부가가치가 높아 전통 산업 제품의 가치를 높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산업 사슬을 확장하고 잔장시 산업의 전환과 업그레이드를 촉진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중국 잔장시에 위치한 바스프의 새로운 페어분트. [사진 바스프(BASF)]

중국 잔장시에 위치한 바스프의 새로운 페어분트. [사진 바스프(BASF)]

독일 기업들의 선호도가 높은 중국 지역은 어딜까. 

중국 동부 해안 지역이다. 더불어 중서부 지역에 대한 투자도 증가했다. 상무부는 최근 외국인 직접투자(FDI)가 중서부 지역에 집중되어 있다고 밝혔다. 올해 8월까지 서부지역 FDI는 전년 동기 대비 약 43% 증가했고, 중부·동부는 각각 28%, 14%로 나타났다.

특히 중국 도시의 탄탄하게 다져진 제조 기반은 독일 기업 자본 증자의 핵심 포인트다. 바스프가 발표한 〈2021 대중화(大中華) 연간 보고서〉에 따르면 바스프는 중국에 총 31개의 생산 거점을 두고 있다. 이 중 6개 주요 생산 거점은 상하이, 난징에 각각 두 곳, 충칭과 잔장시에 한 곳씩 있으며 지역 화학 산업의 기본 조건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마찬가지로 폭스바겐 그룹의 투자처 역시 주로 해안 지역에 위치한다. 2020년 기준 폭스바겐은 중국에 총 12개의 생산 거점을 두고 있다. FAW-폭스바겐의 5개 생산 거점은 장춘, 톈진, 칭다오, 청두, 푸산(佛山)에, SAIC-폭스바겐 생산 거점은 난징, 이정(儀征), 닝보, 창사, 우루무치, 상하이에 두고 있다. JAC-폭스바겐(江淮大眾)은 장강 삼각주 지역에 있는 생산기지만 5곳이다.

물론 독일의 대중국 투자는 크고 유명한 기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독일 기업의 고향이라 불리는 장쑤(江蘇)성 타이창(太倉)에는 약 400여 개의 독일 기업이 있다. 그중 약 50개 기업은 글로벌 영향력이 있는 “히든 챔피언”(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지만 특정 분야에서 세계를 석권하고 있는 기업) 기업이다. 2016년부턴 타이창에 독일 센터가 입주해 자국 기업들의 중국 진출을 돕고 있다.

올라프 숄츠(Olaf Scholz) 독일 총리가 2017년 7월 6일 함부르크 공항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환영하고 있다. [사진 셔터스톡]

올라프 숄츠(Olaf Scholz) 독일 총리가 2017년 7월 6일 함부르크 공항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환영하고 있다. [사진 셔터스톡]

오는 4일엔 중·독 수교 50주년을 맞아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중국에 첫 방문을 할 예정이다. 이번 방중의 핵심 목표는 독일과 중국 간의 경제 협력 확대인 것으로 보인다. 이를 보여주듯 이번 방중단엔 폭스바겐, 바스프, 아디다스, 바이엘, 머크, 지멘스 등 독일을 대표하는 주요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이 대거 포함된다.

독일의 시선은 중국을 향해있다. 독일의 대규모 투자가 산업 고도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중국 도시들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을까.

차이나랩 김은수 에디터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