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대만 ADIZ' 中 무단진입, 400배 폭증…서해도 안심할 수 없다 [Focus 인사이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중국이 ‘해양 주권과 이익’을 주장하는 해역은 많다. 동아시아에선 남중국해(난사군도, 시사군도), 대만(대만해협), 동중국해(센카쿠(일본명)ㆍ댜오위다오(중국명)ㆍ댜오위타이(대만명)), 그리고 서해(황해)가 포함된다. 각 해역의 역사, 특성, 분쟁 당사국, 해결 전망이 다 다르다. 그래도 분명한 것은 협상에 의한 해결 전망이 어둡다는 점이다. 특히 최근 열린 중국의 20차 당대회에서 시진핑 총서기는 대만과의 통일을 힘주어 강조했고, 동시에 무력 사용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결국 대만 독립에 ‘반대ㆍ억제’는 개정한 당장(黨章)에 포함됐다.

사실, 대만에 대한 중국의 압력은 군사ㆍ안보 뿐만 아니라 경제ㆍ사회ㆍ외교 분야를 망라하고 있다. 최근 대만산 과일의 수입 금지, 대만 국민에 대한 심리전, 대만의 국제 기구 가입 봉쇄ㆍ외교적 고립 등 다층적이다. 대만과 수교하고 있는 13개 국에 대한 수교 전환 노력도 지속하고 있다.

서해5도특별경비단이 지난 9월 서해 소청도 인근 해역에서 불법조업을 한 중국어선을 나포하고 있다. 중국은 서해를 내해(內海)로 만들고 싶어한다. 서해5도특별경비단

서해5도특별경비단이 지난 9월 서해 소청도 인근 해역에서 불법조업을 한 중국어선을 나포하고 있다. 중국은 서해를 내해(內海)로 만들고 싶어한다. 서해5도특별경비단

대외적으로 잘 알려진 사례는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에 대한 중국 군용기의 무단 진입이다. 2016년 8월에 시작해 2016년과 2017년은 총 26회, 2018년(자료 없음), 2019년 약 20회였다. 2020년 약 380회로 증가했고, 2021년엔 무려 969회로 폭증했다. 대만 외교부장 우자오셰는 지난달 27일 기준 2022년 대만 ADIZ를 무단 진입한 중국 공군기는 이미 1000대를 넘었다고 발표했다. 이는 하루 평균 2.7대다.

서해5도특별경비단의 해경 경비함이 소청도 남서쪽 해상에서 불법 조업중인 중국어선들을 나포하려고 소화포를 쏘고 있다. 서해5도특별경비단

서해5도특별경비단의 해경 경비함이 소청도 남서쪽 해상에서 불법 조업중인 중국어선들을 나포하려고 소화포를 쏘고 있다. 서해5도특별경비단

특히, 지난 8월 이후 중국 군용기와 함정이 양안 간 중간선을 월선하고 있다. 이는 더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상기한 중국의 대만 ADIZ 진입은 대만의 서남쪽 일부에 국한됐다. 이제 추가적으로 심리적 방어선인 중간선을 넘나들고 있는 것이다. 지난 8월 대만의 6개 해역에 대해 11발의 미사일 훈련을 실시하고 대만의 ADIZ와 중간선을 동시에 진입하고 있는데, 이는 상당히 위협적인 행동이다. 물론 대만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대만해협을 국제 해역으로 간주하지 않는 중국 정부의 입장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말이다. 이 같은 관점은 다른 해역에도 그대로 적용돤다.

중국 당ㆍ군 지도자가 보는 서해와 한반도

첫째, 지리적ㆍ지정학으로 한반도는 중국의 수도인 베이징과 가장 근접한 지역이고, 서해는 보하이만과 연결되어 있는 ‘전략적 통로’이다. 또한, 한반도와 서해는 중국의 동북 3성 중 랴오닝성, 지린성, 그리고 가까이는 산둥성과 맞대고 있다. 즉, 한반도는 ‘대륙 세력‘(중국)과 ’해양 세력’(미국)의 중간에 위치하고 있다.

둘째, 역사적 조우로서 6ㆍ25 전쟁 때 유엔군의 인천상륙작전과 중국의 군사적 개입, 그 이전 일본의 만주지역ㆍ중국 침략을 위한 한반도 선점, 그리고 구한말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 간의 각축이 대표적인 사례다. 1894년 청ㆍ일전쟁, 그리고 중국과 일본 간의 침략사는 한반도 혹은 서해상의 제패가 관건이었다.

지난 8월 5일 대만 해안선 근처까지 접근한 중국군 군함에서 한 군인이 망원경으로 대만 호위함 란양함을 바라보고 있다. 신화사=연합

지난 8월 5일 대만 해안선 근처까지 접근한 중국군 군함에서 한 군인이 망원경으로 대만 호위함 란양함을 바라보고 있다. 신화사=연합

셋째, 중국의 경제발전 상의 중요성이다. 한반도의 안정이 중국의 경제발전에 필수적일 뿐 아니라 주요 경제국인 한국과의 무역ㆍ경제협력은 중국의 개혁ㆍ개방 추진에 중요하기 때문이다. 톈진, 칭다오, 상하이와 같은 대도시들이 연안에 있는 사실도 서해의 중요성을 말해주고 있다. 북한은 경제적으로 중국에 큰 도움이 되지 않으나 북한체제(북한정권은 아님)의 유지는 중국의 경제ㆍ안보 상의 이익과 연계돼 있다.

넷째, 한반도는 ‘중화세계’ 혹은 중국의 세력권에 속해 있다고 보고 있다. 한반도는 중국의 강대국화ㆍ부국강병 그리고 ‘중국몽(夢)’ 실현을 결정짓는 시험대라는 관점이다. 이 같은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요인은 미국과의 관계이다. 특히, 미ㆍ중 패권 경쟁의 악화 혹은 한반도 통일과정 시작 시 더욱 첨예하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시진핑 중국 중국 주석은 중화민족의 부흥을 이루겠다는 중국몽(中國夢)을 강조하고 있다. 중앙포토

시진핑 중국 중국 주석은 중화민족의 부흥을 이루겠다는 중국몽(中國夢)을 강조하고 있다. 중앙포토

한ㆍ중 간 서해관련 이슈는 적지 않다. 최근 국정감사에서 관련 통계가 밝혀졌는데 이를 선별적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①최근 5년간 배타적경제수역(EEZ) 내 중국어선 불법조업 단속: 2017년 278회, 2018년 258회, 2019년 195회, 2020년 35회(※코로나로 인한 대면 승선조사 중단), 2021년 108회. 총 874회
②2017∼2021년 상대국 EEZ 내 조업한 어선 척수ㆍ조업 실적: 한국 900척, 중국 5925척(약 6.6배). 한국 1만4874t, 중국 19만8904t(약 13.4배)
③중국 군용기의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 무단 진입: 2017년 80여 회, 2018년 140여 회, 2019년 50여 회, 2020년 70여 회, 2021년 70여 회
④한국 해군 관할 해역(MCA)에 진입한 중국 해군 함정: 2018년 230여 척, 2019년 290여 척, 2020년 220여 척, 2021년 260여 척
⑤한국의 MCA에 무단 진입한 중국 해양조사선 횟수: 2018년 14건, 2019년 20건, 2020년 31건, 2021년 39건

중국의 공세적 해양 활동의 배경은 군사력, 특히 해군력인데 중국 해군이 운용중인 함정은 북해ㆍ동해ㆍ남해함대에 비교적 고른 분포를 보이고 있다. 미 국방부 자료에 의하면 북해함대는 항모 1척, 핵추진 공격잠수함(SSN) 4척, 재래식 잠수함 14척, 순양함 1척, 구축함 9척, 프리깃함 12척, 코르벳함 10척, 미사일 초계정 18척, 중형 상륙함 7척 등을 보유하고 있다. 전략 미사일 핵 잠수함(SSBN) 총 4척은 모두 남해함대에 배속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양국 간 서해 관련 사안은 이외에도 많다. 대부분 빠르고 쉽게 해결할 사안이 아니다. 이를 감안해 한국은 다음 두 가지를 명심해야 한다. 하나는 중국 해군에 대한 구체적ㆍ세부적 사안까지 추적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다. 일반 국민의 관심과 격려 아래 한국 해군과 전문가들은 중국 해군 함정의 개량ㆍ최신화로 인한 무장 상태 변화, 그리고 중국 해군의 합동화, 군수 지원, 훈련과 같은 취약점을 추적해야 한다. 더 구체적으로는 미 해군과의 정보 교류ㆍ 훈련, 항적 추적 어뢰 방어, 중국과의 ‘해군회의’ 추진, 주변국과의 해양(해군) 협력 확대 등이 필요하다.

중국 해군의 진급 잠수함이 서해에서 랴오닝함 항모 전단 잎에서 수상주항를 하고 있다. 웨이보

중국 해군의 진급 잠수함이 서해에서 랴오닝함 항모 전단 잎에서 수상주항를 하고 있다. 웨이보

다른 하나는 중장기 대비 전략이다. 중국에 대한 한국의 전략은 분명 미ㆍ중 간의 세력 구조 변화, 남북한 간의 상황, 역내 안보환경 등을 고려하여 추진해야 하나 사실 중국에 대해서는 평시 신뢰 구축과 전면적인 협력 노력이 필요하다. 이는 중국 자체가 ‘양면’(협력과 갈등)으로 우리에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적어도 상기한 쌍무 사안의 해결을 위해서도 중국의 협조가 필요하다.

이 점만은 분명히 하자. 중국은 우리의 ‘우방’도 ‘적국’도 아니다. 항상 그 중간의 모습이기 때문에 이를 감안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쉽지 않은 일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