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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악몽'…야당 세월호 소환에, 여당은 안엮이려 안간힘

중앙일보

입력

더불어민주당이 이태원 참사에 세월호 참사를 계속 소환하고 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3일 페이스북에 “이태원 참사는 제2의 세월호 참사”라며 “억울한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진실규명을 하고 책임자 처벌을 위해 최선을 다해 싸우겠다”고 썼다.

2014년 4월 16일 당시 진도 앞바다에서 사고로 침몰 중인 세월호 모습. 중앙포토

2014년 4월 16일 당시 진도 앞바다에서 사고로 침몰 중인 세월호 모습. 중앙포토

박찬대 최고위원도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형 참사가 벌어졌는데 대통령은 왜 사과 한마디 없을까. 또 사과도 하지 않으면서 왜 3일 연속 조문을 했을까 이해되지 않는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14일 만에 사과했다. (이것도)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후 사과 표명 등 대응이 다소 늦었다는 비판을 받는 박 전 대통령에 윤 대통령을 오버랩시켰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게시글. 사진 페이스북 캡처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게시글. 사진 페이스북 캡처

‘이태원=세월호’ 만드는 野…경찰도 “세월호 연계 조짐” 우려

이태원 참사 직후부터 민주당이 연일 꺼내는 세월호 참사는 2014년 4월 16일 경기 안산 단원고 학생 등 304명이 해상에서 선박 침몰로 숨진 사건이다. 사고로 젊은 층이 순식간에 대규모로 사망했다는 점에서 유사한 측면이 있다.

국민의힘에선 “민주당이 정치적 목적으로 또 세월호를 이용하고 있다”(영남 초선)는 경계의 목소리가 나온다. 세월호 참사가 박근혜 정부를 휘청거리게 했고, 민주당이 정치적 반사이익을 얻었던 걸 의식한 듯한 분위기다.

지난 4월 16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8주기 기억식'에서 416합창단이 기억합창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4월 16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8주기 기억식'에서 416합창단이 기억합창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시 한국갤럽 조사에서 박근혜 대통령 직무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사고 직전 59%(4월 14~17일 조사)에서 2주 만에 46%(4월 28~30일 조사)로 11% 포인트 하락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등 야권 인사들은 세월호 유족과 함께 단식 농성을 벌이는 등 정부를 거세게 압박했고, 전국 각지의 추모 집회는 점차 박근혜 퇴진 시위로 변해갔다. 이는 훗날 박 전 대통령 탄핵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태원 참사 직후 언론에 유출돼 논란을 일으킨 경찰청 ‘정책 참고자료’에도 진보 시민단체가 세월호 참사를 활용할 것이란 경찰의 인식이 담겨있다. 경찰은 내부 보고용 문건에 “일부 진보성향 단체들은 ‘세월호 참사 이후 최대 참사’로서 정부 책임론이 확대될 경우 정권 퇴진운동으로 끌고 갈 수 있을 만한 대형 이슈라며 대응 계획을 논의 중”, “‘세월호 사고’와의 연계 조짐도 보인다”고 썼다.

세월호 벗어나려는 與…대통령실 시시각각 동선 공개

그래서 여권은 이번 참사가 ‘제2의 세월호 참사’가 되지 않도록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정부는 참사 직후 ‘참사’ 대신 ‘사고’, ‘희생자’ 대신 ‘사망자’ 등의 표기 지침을 내렸다. 국민의힘은 세월호 때 ‘인신 공양설’ 등 일부 진보단체의 음모론이 반정부 여론에 영향을 미쳤던 걸 떠올리며, 참사 직후부터 ‘가짜뉴스 경계령’을 내렸다.

대통령실도 윤 대통령의 당일 지시 사항과 동선을 시시각각 공개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직후 당일 행적을 모호하게 공개했다가, 이른바 ‘세월호 7시간’ 프레임에 갇혔고, 이는 정부 책임론의 핵심 근거로 활용됐다. 한 발 빠른 윤석열 정부의 정보 공개는 세월호 참사 때와는 확실히 차별화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3월 10일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 후 첫 일정으로 진도 팽목항 세월호 희생자 분향소를 찾아 방명록에 “얘들아 너희들이 촛불광장의 별빛이었다. 너희들의 혼이 천만 촛불이 되었다. 미안하다. 고맙다”고 적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3월 10일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 후 첫 일정으로 진도 팽목항 세월호 희생자 분향소를 찾아 방명록에 “얘들아 너희들이 촛불광장의 별빛이었다. 너희들의 혼이 천만 촛불이 되었다. 미안하다. 고맙다”고 적었다.

국민의힘 일각에선 민주당의 세월호 참사 활용에 역공을 취하는 모습도 나왔다. 당권 주자인 김기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죽상이던 이재명 대표의 얼굴에 웃음기가 가득한 모습은 세월호 아이들에게 ‘고맙다’고 한 문 전 대통령의 모습과 오버랩된다”고 썼다. 2017년 3월 10일 헌법재판소가 박 전 대통령 탄핵을 결정한 당일, 문 전 대통령이 전남 진도 희생자 분향소를 방문해 “너희들의 혼이 천만 촛불이 되었다. 미안하다. 고맙다”라고 썼던 걸 지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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