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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치솟고 이자부담에 허덕…“주말 대리운전 뜁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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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에 사는 직장인 이모(34)씨는 석 달 전부터 주말에 대리운전 아르바이트를 한다. 그의 직장은 재계 30위 안에 드는 대기업이다. 그가 매달 실제로 받는 실수령액(세후)는 400만원이다. 연봉으로 따지면 6000만원으로, 국내 근로자의 평균 연봉을 웃돈다. 1년 전만 해도 매달 50만원가량 적금도 넣었다.

당시 이씨 부부는 생활비로 식료품비(30만원)와 외식비(30만원) 등 월 200만원 정도를 썼다. 여기에 3년 전에 산 아파트 담보대출(3억원) 원리금 120만원(원금 40만원+이자 80만원)을 갚고 나면 80만원 정도 남았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런데 1년 만에 상황이 확 달라졌다. 은행 이자가 두배로 뛰며 지출이 확 늘었다. 여기에 가파른 물가 상승률은 이씨 가계를 이중으로 압박한다. 1년 만에 그가 내야 할 이자는 60만원 정도 늘었고, 딱히 다른 음식을 하는 것도 아닌 데 식료품비 지출은 20만원 정도 늘었다. 외식과 의복비 등을 확 줄었는데도 매달 50만원 이상 부족한 상황이다.

꺾일 줄 모르는 금리 상승세에 대출자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저금리에 상황에서 수억 원을 대출받아 집을 산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족’의 고민은 더 크다. 늘어난 이자 액수가 더 크기 때문이다.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올해 들어 네 번째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 인상)을 밟으며 기준금리가 연 3.75~4%로 뛰자 이들의 걱정은 더 크다.

한국은행도 이에 발맞춰 오는 24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더 올릴 수 있어서다. 미국이 수퍼 긴축이 이어지면 한은도 한미 금리 역전 폭을 의식할 수밖에 없어서다. 현재 한국의 기준금리는 연 3%로, 미국의 기준금리 상단과 비교하면 양국 금리 차는 1.0%포인트로 벌어졌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한은이 이번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빅스텝)하면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8%를 넘어설 수도 있다. 은행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변동형·혼합형(고정형) 주담대 최고금리는 연 7%대다. 변동형 주담대의 준거 금리인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10년 만에 최고 수준인 3.4%까지 오른 영향이다. 고정형 주담대의 금리 기준으로 쓰이는 은행채 5년물(AAA·무보증) 금리도 1년 만에 두 배로 뛰며 연 5.126%까지 상승했다.

대출자의 한숨은 깊어진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대출 이자를 갚아야 하는 국내 이자 부담 가구는 꾸준히 늘고 있다. 올 상반기 이자 부담 가구는 전체 가구의 35.7%로, 2020년 이후 늘어나고 있다.

이자 부담으로 지갑도 얇아지며 가계는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올 상반기 평균소비성향은 평균 66%로, 이자 부담 가구의 소비성향은 1년 전보다 5.9%포인트 하락했지만, 이자 미부담 가구는 3%포인트 떨어지는 데 그쳤다.

실질 소비지출도 이자 미부담 가구는 2.5%포인트 증가했지만 이자 부담 가구는 2.4%포인트 감소하는 데 그쳤다. 다락같이 오르는 물가도 어려움을 가중한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동월대비)은 지난 7월 6.3%로 정점을 찍은 뒤 5% 선을 유지하고 있다. 신지영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가계의 실질 구매력 약화와 심리 둔화에 따른 소비 위축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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