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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말까지 소나기…피하라" 스타트업 행사 찾은 최태원

중앙일보

입력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스파크랩의 '데모데이' 행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 뉴시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스파크랩의 '데모데이' 행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 뉴시스

“솔직히 지금은 소나기가 내리는 상황이라 봐야죠. 소나기가 내릴 때 세차하는 것은 권하지 않잖아요. 그동안 각자 갖고 있던 계획이 있었다 해도 우선은 소나기를 피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3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AC) 스파크랩의 10주년 기념 데모데이에 연사로 나와 “지금은 투자 혹한기”라며 “적어도 내년 말까지는 어려운 상황이 계속될 것 같다”고 말했다.

평소 스타트업 생태계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 최 회장은 이날 토크콘서트 형식을 통해 선배 경영인으로서 창업 생태계와 사업 자세를 둘러싼 자신의 생각은 물론, 여러 충고를 쏟아냈다.

최 회장은 지난 2019년에 열렸던 데모데이 행사에서도 강연자로 깜짝 등장해 스타트업과 대기업의 상생, 각종 규제 등에 관한 자신의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최 회장은 행사에 참여한 스타트업 창업가들에게 “지금은 일단 소나기를 피하며 살아남는 데 집중하자”고 강조했다. 경기 침체와 금리 인상 등 각종 거시경제 환경이 악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무리한 사업 확장이나 투자 유치에 나서지 말라는 것이다.

최 회장은 또 “모든 나라들이 마음속으로는 각자 ‘헤어질 결심’을 하고 있을 것”이라며 “예전처럼 하나의 자유무역 시장으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당분간은 시장을 좀 더 살피고 공부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이어 “SK그룹 내부에서도 인수합병(M&A)이나 투자 한 건 하기 위해 적어도 100회 이상의 스터디를 한다”면서 “그렇게 공부를 해도 실패 사례가 꽤 많이 나온다”고 덧붙였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오른쪽)이 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스파크랩의 '데모데이' 행사에 참석한 뒤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이희권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오른쪽)이 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스파크랩의 '데모데이' 행사에 참석한 뒤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이희권 기자

‘차세대 원전’이로 불리는 소형모듈원전(SMR) 사업에 투자하게 된 속내도 털어놓았다. 지난 8월 국내를 찾은 빌게이츠와 만난 최 회장은 빌게이츠가 세운 SMR 설계개발업체 테라파워에 3600억원대(2억5000만 달러) 규모의 지분 투자를 진행했다. SMR은 기존 원전과 비교해 안전성이 높고 핵 폐기물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 회장은 “원전 기술이 우리에게 필요하다”면서도 “차세대 소형 원전 기술의 도움 없이는 넷제로(탄소 순배출량 0)를 달성할 다른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앞으로는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기업들이 살아남을 것”이라며 “지속가능한 스타트업을 만들기 위해서는 사회 문제를 기업의 어젠다로 끌어들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최근 기업들 사이에서 필수 과제로 떠오른 ‘환경·사회·지배구조(ESG)’에 대한 중요성을 수차례 강조하며 “ESG를 하나의 비용으로 보지 말고 비즈니스 모델이라 생각하면 기회가 올 것”이라고 조강조했다. 이어 “과거에는 이익을 최대한 많이 내는 것이 기업의 덕목이었다면 이제는 사회가 가진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기업의 역할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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