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발생 1시간 지나 현장 간 용산서장, 112상황실 비운 당직 실장…경찰, 총경급 2명 수사 의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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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이태원 참사 당시 지휘부 보고를 늦게 한 책임을 물어 총경급 간부 2명에 대해 대기발령 조치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청 특별감찰팀은 참사가 발생한 지난달 29일 서울청 상황관리관으로 근무한 류미진 서울청 인사교육과장과 사고 지역을 관할한 이임재 용산경찰서장이 업무를 태만히 한 사실을 확인해 특별수사본부에 수사를 의뢰하기로 했다고 3일 밝혔다.

당일 참모 보고와 지휘 보고가 제때 이뤄지지 않아 경찰 수뇌부가 2시간 가까이 상황파악을 할 수 없었다 것은 류 과장과 이 서장의 업무 소홀에서 비롯됐다고 판단한 것이다. 경찰 보고는 참모 보고와 지휘 보고로 구분된다. 참모 보고는 이를테면 용산경찰서 112 상황실→서울경찰청 112 종합상황실→경찰청 치안상황관리관실로 이어지는 기능별 보고다. 지휘 보고는 용산경찰서장→서울경찰청장→경찰청장으로 이어지는 지휘관 보고다.

경찰청 특별수사본부 수사관들이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 압수수색을 마친 후 압수품을 차량에 싣고 있다.  '이태원 참사' 원인 규명에 나선 경찰청 특별수사본부는 부실 대응 논란에 휩싸인 서울경찰청과 용산경찰서, 용산구청 등 8곳을 압수수색 했다. 뉴스1

경찰청 특별수사본부 수사관들이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 압수수색을 마친 후 압수품을 차량에 싣고 있다. '이태원 참사' 원인 규명에 나선 경찰청 특별수사본부는 부실 대응 논란에 휩싸인 서울경찰청과 용산경찰서, 용산구청 등 8곳을 압수수색 했다. 뉴스1

서울청 당직 상황관리관, 1시간 25분만 복귀 

특별감찰팀은 참사 당일 당직 상황관리었던 류 과장은 참사 발생 당시 상황실에 있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내부 당직 근무 규정을 어긴 것이다. 류 과장이 112치안종합상황실 팀장으로부터 사고 관련 보고를 받은 건 29일 오후 11시 40분쯤 자신의 사무실에서였다. 곧바로 112 상황실로 복귀했지만 이는 사고 발생 시점(오후 10시 15분)에서 1시간 25분 가량이 지난 뒤였다.

서울청은 평일에는 112 치안종합상황실 팀장(경정)이 상황관리관을 겸하고 주말과 공휴일에는 다른 총경급 경찰이 돌아가면서 상황관리관 당직으로 지정된다. 서울청 총경급 과장은 “어디에 있든 그날 상황에 대한 지휘 책임은 상황관리관이 다 지고 있는 것”이라면서 “관련 신고가 들어오는 상황이면 더더군다나 112상황실에 있어야 했다. 그래야 어떤 걸 지원해줘야 할지 고민도 하고 지휘라인에도 보고를 할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류 과장의 복귀가 늦어지면서 경찰청 보고 시점도 늦어졌다. 경찰청에 따르면 서울청 112상황실이 경찰청 치안상황관리관실로 사고를 보고한 것은 30일 오전 12시 2분이었다. 경찰청 치안상황관리관실은 3분뒤인 오전 0시 5분 대통령실에 사고 상황을 보고했다. 이후 경찰청 당직이었던 상황1담당관이 윤희근 경찰청장한테 유선으로 보고한 시점이 9분 뒤인 오전 12시 14분이었다.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을 수사하는 경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이 서울경찰청과 용산경찰서, 용산구청 등 8곳에 대해 강제수사에 착수한 2일 용산경찰서에서 취재진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을 수사하는 경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이 서울경찰청과 용산경찰서, 용산구청 등 8곳에 대해 강제수사에 착수한 2일 용산경찰서에서 취재진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11시 넘어 현장 간 용산서장…“경위 수사중”

 이임재 용산서장은 사고 현장에 늦게 도착해 지휘 관리를 소홀히하고 보고도 지연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경찰청 특별감찰팀은 밝혔다. 당초 29일 오후 10시 17분 현장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진 이 서장은 특별감찰팀의 조사 결과 당일 오후 11시가 넘어서 현장에 도착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별감찰팀은 이 서장이 사고 현장에 늦게 도착해 보고와 지휘가 지연된 정확한 경위를 확인해야 한다고 보고 수사를 의뢰했다. 이 서장이 김광호 서울청장에게 사고 발생 1시간 21분이 지난 오후 11시 36분에야 처음 전화로 보고한 이유도 본인이 뒤늦게 현장을 찾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 서장의 전화를 받은 김 청장이 현장에 도착한 건 49분 뒤인 30일 오전 12시 25분이었다. 참사 당일 경찰의 상황보고서에 따르면 이 서장의 현장 지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기동대 배치는 자정이 지난 30일 오전 12시 20분쯤 이뤄졌다. 이 서장은 오전 12시 45분에야 전 직원 비상소집 지시를 내렸다.

특별수사본부 역시 전날 서울청 112치안종합상황실과 용산서 112치안상황실 등을 압수수색해 참사 당일 근무일지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청 특감팀은 “앞으로도 이번 사건에 관한 경찰 대응이 적절하였는지 면밀히 확인하고 필요시에는 수사 의뢰 등 엄정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청은 이날 류 총경을 대기 발령 조치하고 후임 서울경찰청 인사교육과장에 백남익 서울청 기동본부 제1기동대장을 발령했다. 전날 이 서장 후임으로는 임현규 경찰청 재정담당관이 전보됐다.

이날 수사 의뢰는 지난 1일 특별감찰팀이 꾸려진지 사흘만에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일각에선 제대로 책임소재가 규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총경급 꼬리자르기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불만도 제기된다. 익명을 원한 한 경찰간부는 “수사 결과 부실 대응의 책임을 중간 관리자에게 묻더라도 정무적인 책임은 결국 위에서 져야하지 않겠냐”며 “여기서 그친다면 앞으로 앞으로 수뇌부의 지휘가 제대로 되겠느냐 되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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