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를 충분히 파악하지 못한 나머지 중국 경쟁사가 성장할 기회를 줬다.
![아디다스 CEO 캐스퍼 로스테드 [사진 바이두백과]](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211/03/c20bf5db-82f1-4b74-a911-99e9cffe778f.jpg)
아디다스 CEO 캐스퍼 로스테드 [사진 바이두백과]
지난 8월, 아디다스 CEO 캐스퍼 로스테드(Kasper Rorsted)는 이같이 말했다. 같은 시기, 그는 원래 정해진 임기보다 3년 이른 2023년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선언했다. 앞서 나이키 CEO 존 도나호(John Donahoe)는 지난해 중국 내 미국 브랜드 보이콧 열풍에 “나이키는 중국의, 중국을 위한 브랜드”라고 사과하기도 했다.
중국의 궈차오(国潮), 이른바 애국주의 열풍 속에서 나이키와 아디다스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매출과 실적, 브랜드 영향력 부문에서 모두 하락세를 보인다. 이런 가운데 이들 글로벌 브랜드의 침체가 단순히 ‘국뽕’ 때문만은 아니라는 보도가 나와 눈길을 끈다. 중국 매체 타이메이티(钛媒体)는 최근 1~2년 사이 나이키, 아디다스의 중국 내 입지 변화를 다각도로 분석했다.
1. 예년과 달라진 분위기, 흔들리는 아성
나이키와 아디다스는 원래 중국 시장에서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존재였다. 솽스이(双十一)와 같은 쇼핑 축제에서도 중국 로컬 브랜드는 나이키, 아디다스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이벤트 개시와 동시에 가장 먼저 매진되는 인기 브랜드로 통했다.
![스포츠 브랜드 매출 구조 현황 [사진 둥젠데이터연구원]](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211/03/e8ded9a9-e4e7-4911-8061-5a576226d03e.jpg)
스포츠 브랜드 매출 구조 현황 [사진 둥젠데이터연구원]
그러나 지난해, 굳건하던 아성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2021년 솽스이, 나이키와 아디다스 모두 티몰(天猫·톈마오) 매출액 증가율이 대폭 둔화했다. 특히 아디다스는 순위가 4위까지 하락했다. 반면, 중국 로컬 브랜드는 모두 크게 상승하는 추세를 보였다.
중국 소비자의 브랜드 만족도 현황에도 변화가 생겼다. Chnbrand가 발표한 2022년 중국 소비자 운동화 만족도 랭킹 1위를 로컬 브랜드 안타(安踏)에 내줬다. 늘 1~2위를 다투던 예전과는 나이키, 아디다스의 위상이 사뭇 달라진 것이다.
실적은 더 참혹하다. 아디다스의 중화권 매출액은 5분기 연속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나이키의 경우 중화권 매출 증가율이 4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다.
![나이키 중화권 매출 현황 [사진 둥젠데이터연구원]](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211/03/789287f1-4dc3-4b37-920d-d11b6c6c25eb.jpg)
나이키 중화권 매출 현황 [사진 둥젠데이터연구원]
2. 뒤늦은 현지화 대응, 젊은 층 인식 변화
중국 내 나이키, 아디다스의 입지가 흔들리게 된 계기는 미·중 갈등(나아가 서방과 중국의 갈등)으로 촉발된 애국주의 열풍이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그러나 정확히는 중국 내 애국주의 흐름에 나이키와 아디다스가 발 빠르게 대응하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 shejipi]](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211/03/2e0ef1cb-d400-42bf-83be-442f279f307f.jpg)
[사진 shejipi]
중국의 애국주의 열풍 ‘궈차오’는 운동화를 비롯한 스포츠 브랜드를 중심으로 전개되었다. 특히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중국의 한자나 전통무늬가 가미된 디자인이 주목받았다. 타이메이티는 나이키, 아디다스가 의류 등 다양한 제품군을 대상으로 현지화를 진행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안타, 리닝(李宁) 등 로컬 브랜드들이 애국주의를 틈타 의류를 중심으로 영역을 넓힌 것과 달리, 여전히 주력 제품인 운동화에 무게중심이 실려 있었다는 것이다.
![중국 패션 업계 시장 규모 비중 [사진 둥젠데이터연구원]](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211/03/e9269385-a2ba-42c3-aa5f-7fbb723a2354.jpg)
중국 패션 업계 시장 규모 비중 [사진 둥젠데이터연구원]
2020년 중국 패션 시장에서 의류 및 신발류 소매총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71.7%와 11.9%로 집계됐다. 애국주의 열풍의 중심은 신발이 아니라 의류였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 2020년~2021년 사이, 나이키의 의류 매출 비중은 거의 변화가 없었으며, 아디다스도 소폭 상승하는 데 그쳤다. 반면, 로컬 브랜드 리닝과 안타는 2021년 의류 매출 비중이 각각 52.4%와 58%로 주류를 이루었다.
3. 좁혀진 기술 격차, 공급라인 악화
![아디다스 & 안타 특허 신청 추이 [사진 둥젠데이터연구원]](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211/03/3527d12d-9d52-421c-95ed-3fb8376847d9.jpg)
아디다스 & 안타 특허 신청 추이 [사진 둥젠데이터연구원]
과거 나이키와 아디다스는 제품 기술력을 토대로 위기를 수차례 극복한 경험이 있다. 문제는 기술적 경쟁우위가 예전만 못하다는 사실이다.
아디다스는 최근 몇 년 사이 4D 신기술을 적용한 시리즈를 선보였다. 그러나 지난날 아디다스의 위상에 힘을 실어준 Boost 기술에 비해서는 그 효과가 미진하다는 것. 일각에서는 “착화감 측면에서 기존 Boost와 별반 차이가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boost의 경우 바스프(BASF)와의 협력을 통해 개발한 제품군으로, 독점 라이선스 기한의 만료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사진 스줴중궈]](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211/03/825427e3-6545-443f-b43a-c4e9780c0b7a.jpg)
[사진 스줴중궈]
이런 가운데, 중국 로컬 브랜드는 과학 기술과 소재 연구 등을 통해 자사 제품을 꾸준히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반면, 아디다스는 연구 개발 비용 및 연구 인력수가 일제히 줄어드는 추세다. 실제로 2010~2021년 안타가 신청한 특허 건수를 보면, 아디다스와의 격차가 점차 줄어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난 베이징 동계 올림픽을 기점으로, 중국 로컬 브랜드는 제품 디자인과 인재 개발에도 공을 들이는 분위기다.
한편, 공급라인 악화도 나이키, 아디다스 침체의 원인으로 꼽힌다. 양사 모두 2021년 연말 공급라인 압박이 매출 둔화에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었다.
이에 대해, 공급라인 문제는 개별적인 문제가 아니라 소비 업계 공생의 문제라고 타이메이티는 분석했다. 가장 참혹했던 사례는 지난 2008년 베이징 (하계) 올림픽 특수가 지나간 후, 공급 과잉으로 전 스포츠 업계가 재고 위기를 겪었던 일이다. 당시 나이키와 아디다스는 막강한 브랜드 영향력으로 위기를 돌파했었다. 그런데 오히려 이 때문에 공급라인을 세분화할 기회를 놓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디다스 재고 현황 [사진 둥젠데이터연구원]](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211/03/4cff3036-3406-47b0-9029-69e533d84736.jpg)
아디다스 재고 현황 [사진 둥젠데이터연구원]
당시 리닝, 아타 등 중국 로컬 브랜드는 재고 누적 위기를 겪으며 DTC(Direct-to-Customer 소비자 직접 거래) 개혁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아디다스의 경우 지난 2021년 비로소 이 작업에 돌입했다. 이 때문에 시장 변화 대응력 측면에서 경쟁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아디다스와 달리, 나이키는 2017년 일찌감치 DTC 개혁에 돌입했다. 디지털화와 DTC 위주의 전략을 통해 소비자 니즈에 맞는 제품 개발에 도움을 받았다는 평을 받는다. DTC는 최근 나이키와 아디다스의 격차를 벌어지게 한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히기도 한다.
한편, 지난 몇 년 사이 나이키와 아디다스를 비롯한 글로벌 브랜드는 공장을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지역으로 대거 이전했다. 재무보고서에 따르면, 2019~2020년 나이키의 운동화 제품 중 절반 가까이와 의류 제품의 3분의 1이 베트남 공장에서 생산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타이메이티는 “저렴한 인건비와 현지 정부의 세수 정책 특혜를 노린 나머지 공급 안정성을 간과했다”고 분석했다. 나이키는 2022년 2분기 콘퍼런스 콜에서, “납품 지연 및 계획보다 앞서 도착한 휴가 시즌 주문 건수, 베트남 및 인도네시아 공장 폐쇄 등 종합적인 영향으로, 과감하게 잉여 재고를 처리하고 있다”고 알렸다. 아디다스도 지난해 3분기 “북미, 유럽, 중동, 아프리카 시장 공급라인 중단으로 재고율이 60%까지 하락해 2022년 1분기까지 공급 부족 현상이 지속할 것”이라 밝힌 바 있다.
글 홍성현 차이나랩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