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北 도발에 일본 J얼러트 소동…"명백히 하와이 의식한 것"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보이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소식에 일본 열도는 휴일인 3일 아침 큰 혼란과 불안에 빠졌다.

일본의 긴급 경보 시스템인 'J-얼러트(ALERT)' 1보가 발령된 건 오전 7시 50분.
"미사일 발사. 미사일 발사. 북한으로부터 미사일이 발사된 것으로 보인다. 건물 내부 혹은 지하로 대피하길 바란다."

경보 발령지역은 일 혼슈 중북부의 니가타(新潟) 현, 동북 지역인 야마가타(山形) 현과미야기(宮城) 현. 지난달 4일 발사 때는 열도 최북단인 홋카이도(北海道)와 혼슈 최북단 아오모리(青森)현이 J-얼러트 대상 지역이었다.

바꿔 말하면 북한 미사일이 예전보다 더 도쿄에 가까운 남쪽 상공으로 발사됐다는 얘기였다. 일 열도의 긴장감은 지난달보다 훨씬 더 컸다. 모든 TV 프로그램도 특보 체제로 전환됐다. 니가타·야마가타·미야기 지역의 신칸센, 지하철은 멈춰섰고, 공항에서도 비행기의 이착륙이 중단됐다.

이어 오전 8시에 발령된 J-얼러트 2보는 "미사일 통과. 미사일 통과. 미사일은 7시 48분경 태평양으로 통과한 것으로 보인다"는 내용.

하지만 이는 불과 1시간 만에 정정됐다. 하마다 야스카즈(浜田靖一)방위상은 "미사일은 일 열도를 넘지 않고 일본해(동해의 일본 표현) 상공에서 소실(消失)한 게 확인돼 정정한다"고 밝혔다. 마쓰노히로가즈(松野博一) 관방장관도 기자회견에서 "궤도로 볼 때 (상공 통과) 가능성이 있어 경보를 발령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일 정부 소식통은 "일 방위성에선 정확히 미사일 정보를 파악하고 있었으나 J-얼러트의 메시지를 내보내는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고 전했다.

일 언론과 SNS상에선 "7시 39분에 미사일을 쏘고 7시 48분에 통과했다고 해놓곤 경보를 7시 50분에 발표하는 건 뭐냐" "차라리 상공 통과하는 게 낫다. 기술상 문제로 일본 영토에 잘못해 떨어졌으면 어떡할뻔했냐" "이제는 안 되겠다. 핵 방공호를 만들거나 미사일로 요격하라" 등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일 정부의 대응에 불안을 느끼는 반응이 쏟아졌다.

아사히신문의 외교안보담당 사토 다케쓰구(佐藤武嗣)편집위원은 "니가타-야마가타-미야기의 연장선상에는 하와이가 있다는 점에서 이번 미사일 발사는 궤도로 볼 때 명백히 하와이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핵 실험을 통해 소형화가 실현되면 동북아 안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 총리는 이날 오전 9시경 총리 관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개최하고 "북한의 연일 탄도미사일 발사는 폭거이며,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일 정부는 "중국 베이징의 북한대사관을 통해 엄중히 비난하고 항의했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발사에 대한 대응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가 이달 중순 아세안정상회의(캄보디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인도네시아 발리),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태국) 등 일련의 국제회의에서 정식 한일정상회담을 열 가능성이 커졌다고 내다봤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